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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칼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와 천주교 친일파 처리 역사의 법정에 공소 시효는 없다 김근수 편집장 2015-10-14 09:4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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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 하겠다는 정부의 발표에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기나긴 역사를 5년짜리 정권이 제멋대로 바꿀 수 있는가. 좋은 정부는 역사를 바꾸고 나쁜 정부는 역사책을 바꾼다는 말이 있다. 


역사 서술에는 정직이 가장 중요하다. 첫째도 정직, 둘째도 정직이다. 역사는 소설이 아니다. 역사를 어떻게 하면 정직하게 볼 수 있을까. 성서는 그런 면에서 우리에게 모범이요 교훈이다. 


성서에는 지금 우리가 보아도 의아한 사건이 많이 기록되었다. 얼른 삭제하고 싶은 사건이 하나 둘이 아니다. 구약에서 다윗의 패륜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신약성서 복음서에도 마찬가지다. 예수의 수제자 베드로의 배신, 십자가에서 도망친 제자들, 베드로와 바오로의 말다툼이 숨김없이 기록되어 있다. 베드로와 바오로의 영향력이 적지 않던 시대에 쓰여진 복음서에 그렇게 정직한 이야기가 숨김없이 담겨 있다.  



성서는 우리 상상 이상으로 정직하게 역사를 말하고 있다. 성서를 의식하며 이런 가정을 해보자. 우리나라 어느 교구에서 전임 교구장의 부끄러운 행적이 교구 역사책에 정직하게 기록될 수 있을까. 


지금 한국천주교회는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작업을 앞장서 반대해야 한다. 추기경도 주교들도 입을 열어야 한다. 진실을 말하지 않는 교회는 무슨 존재 의미가 있을까. 말해야 할 때 침묵하는 사람은 악의 편이다. 


그러려면 우선 한국천주교회가 먼저 떳떳해야 한다. 여기서 일제 식민지 시절 천주교 친일파 문제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수십 년 지난 일이니 덮어두자는 말은 하지 말자. 수십 년이 아니라 수백 년이 지나도 친일파 처리는 해야 한다.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사라질 문제가 아니다. 친일파 문제는 별 일도 아닌 것처럼 생각해서도 안 된다. 아주 중요한 문제다. 


성 요한바오로2세는 수백 년 지난 교회의 잘못도 인류에게 사과하였다. 친일파 처리는 한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해야 한다. 역사의 법정에 공소 시효는 없다. 


친일파 처리를 하지 않는 사람들을 그 누가 믿어줄까. 과거 역사에서 진실을 덮는 사람이 현재 역사에서 진실을 말할 수 있을까.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교회가 어떻게 남에게 죄를 뉘우치라 가르칠 수 있을까. 우리 눈에서 티끌을 먼저 빼내야 한다. 


한국천주교에 호소하고 싶다. 친일파 처리를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시성 시복 작업을 말할 수 있는가. 한국전쟁 때 희생자들을 시복 시성하려 하면서 왜 일제 식민지 때 친일파 이야기는 하지 않는가. 


특히 서울대교구에게 말하고 싶다. 노기남 대주교 친일 문제를 어서 명확히 처리하라. 지금 서울대교구는 서소문 성지나 세계청년대회 유치를 말할 처지가 아닌 것 같다. 


나라의 품위는 가난한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한다. 교회의 품위는 자신의 역사를 정직하게 고백하느냐에 있다. 하느님의 법정에서 시간은 무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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