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 도법 스님은 1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생명평화법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의 신변 보호와 중재 요청을 수용한다는 뜻을 밝혔다. 조계사는 이날 오후 2시 긴급회의를 열고 지난 16일 조계사로 피신한 한 위원장이 18일 공식적으로 조계종에 요청한 신변보호와 중재를 수용할 방침을 결정했다.
이날 회의에는 화쟁위원인 스님 5명과 재가위원 1명, 기획위원과 노동문제를 담당하는 일부 조계종 집행부 등 모두 12명이 참석했다. 스님과 대학교수,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조계종 화쟁위원회는 불교 안팎의 분쟁을 중재‧해결하는 조정기구다. 이들은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 부처님은 고통 받는 중생을 끌어안는 것이 붓다의 존재 이유라고 하셨다. 화쟁위원회 또한 붓다의 삶을 따라 오늘 세상을 태우고 있는 불을 끄고, 고통 받는 중생을 끌어안는 것을 소명으로 삼고 있다”며 한 위원장을 강제퇴출 시키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도법 스님은 “조계종 화쟁위원회는 한상균 위원장이 조계사에 들어온 것과 관련해 ‘엄격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종교단체로서의 자비행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찬반 논란이 있었다”며 “모두 가볍게 여길 수 없어서 요청 내용이 무엇인지, 각계각층의 의견이 어떠한지, 사회갈등이 해소되기를 바라는 국민의 바람이 무엇인지를 자세히 살펴 당사자, 정부 등과 함께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지혜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도법 스님은 “(한 위원장의) 신변보호는 이미 하고 있는 상태”이며 “이번 일로 여러 가지 불편을 감내하고 있는 조계사 신도 분들께도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해 드린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민주노총이 요청한 중재 내용은 아직 구체적이지 못한 상태며 우선 화쟁위원들이 사건의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도법 스님은 “곧 한 위원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정부 관계자도 만나 이야기를 나눈 뒤, 3자 회동을 주선할 방침”이라고 했다. 화쟁위원회는 24일 2차 회의를 연다.
이어 지난 14일 민중 총궐기대회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중태에 빠진 백남기 씨에 대해 “백남기님을 포함해 부상당한 모든 분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언론에 대해 “이번 일을 우리 사회 전체가 성숙해지고 발전하는 계기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 전반에 성찰의 기운이 놓이고 지혜로운 해법이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화쟁위원회의 발표 후 민주노총은 “신변보호 요청을 받아주신 것에 대해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화쟁위원회에 어떤 수준으로 중재 요청을 드릴 수 있을지 논의를 거쳐 알려 드리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조계종은, 한 위원장 조계사 피신에 대해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이미 구속영장이 발부된 범법자를 보호하는 인상을 국민에게 줘서는 크게 대접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를 요청했다. 조계종은 “서 최고위원의 진중하지 못한 발언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히며 “종교인들을 폄훼하고 나아가 ‘대접받지 못할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까지 한 것은 종교의 가치를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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