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의 물대포로 백남기 선생이 위독한 가운데, 경찰이 당시 집회에서 폭력·과잉 진압으로 논란이 되었던 책임자들을 22일 승진 시킨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이날 정부는 이상원 경찰청 차장을 서울경찰청장으로 전보하고 정용선 경찰청 수사국장을 경기청장으로 승진하는 등 치안정감 6개 직위에 대한 전보·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이 차장은 민중총궐기 과잉·폭력 진압 논란이 될 당시 국회에 출석해 “살수차는 인권보호장비”라고 발언해 논란이 되었던 인물이다. 경찰의 물대포로 백 선생이 쓰러져 생명이 위독한 상황에서 이 차장은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살수차는 시위군중과 경찰을 부딪치지 않게 해 그만큼 다치지 않게 한다는 점에서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본다”며 “민중총궐기 대회에서도 (살수차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쌍방간 더 큰 피해가 있었을 것이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이 차장 외에도 민중총궐기 폭력진압 관련 경찰 5명 모두 현직 치안감에서 승진했다. 경찰청 차장에 이철성 청와대 치안비서관, 부산청장에 이상식 대구청장, 인천청장에 김치원 경북청장이 내정됐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수사를 총 지휘한 정용선 국장은 경기청장으로 승진했다. 이외에도 민중총궐기 경비 지휘부였던 이상철 서울청 경비부장이나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당원들 수사를 검토해온 이재열 서울청 보안부장도 승진했다.
정부는 아울러 기존 경무관 10명을 치안감으로 승진·내정하는 등 치안감 24개 직위에 대한 인사도 단행했다. 치안감 승진자는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에 박재진 경찰청 대변인, 서울청 차장에 이상철 서울청 경비부장, 제주청장에 이재열 서울청 보안부장 등이다. 청와대 비서관직을 1년 이상 수행해 경찰 중에서 현 정권의 요구를 가장 잘 숙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철성 비서관의 치안정감 승진도 주목된다.
경찰은 “이번 인사는 업무성과와 전문성, 도덕성 등에 대한 평가와 검증을 거쳐 적임자를 선발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으나 경찰 내부에서도 임기 2년을 남겨놓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친위 부대'라는 자조 섞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민중의소리는 민중총궐기 수사와 청와대 경비 등을 담당해온 경찰들이 승진하자, 경찰 내부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왔다고 23일 보도했다. 한 경찰은 “박근혜 정권이 원하는 것에 충실했던 인물들이 승진하거나 핵심 보직에 내정됐다”며 “시민들을 위해 경찰이 됐는데, 경찰 인사가 정권에 휘둘리는 것을 보니 이 일을 계속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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