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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지요하]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성과’와 ‘순방효과’ 주장: 수소폭탄 실험-위안부 합의로 드러난 ‘바깥나들이’의 실상 지요하 2016-01-20 10: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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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 집권 3년 동안 가장 잘한 일로 ‘외교성과’를 꼽는다. ‘순방효과’라는 말도 한다. 지난 3년 동안 무려 30여 차례나 해외 순방을 했으니 참 부지런히 움직였다. 해외 순방 횟수만으로도 외교성과니, 순방효과니 따위 자화자찬을 할 수 있게 생겼다.


대통령이 국가원수 자격으로 부지런히 외국 나들이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저런 국제기구의 정상회의에도 참석해야 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개별국가를 방문하여 정상회담도 해야 한다. 외교는 대통령의 중요한 임무 중의 하나다. 지구촌 시대에 외국과의 교류는 원활할수록 좋다. 국익과 직결되는 일일뿐만 아니라 국가의 위상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니, 대통령의 외국 나들이는 자국민의 긍지와도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해외 순방 횟수는 계속 증가해 왔다. 김대중 대통령이 5년 동안 23번, 노무현 대통령은 27번을 다녀왔다. 이명박은 49차례로 가장 많은 해외 순방 기록을 세웠다. 집권 3년을 보낸 박 대통령은 이미 30차례를 기록해서 앞으로 2년 동안 적어도 20번은 더 외국 나들이를 할 터이므로, 역대 대통령 중 최고 기록을 세울 게 분명하다. 


‘순방효과’의 실체


▲ 2015년의 마지막 해외 순방 /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한창이던 2015년 11월 29일, 박근혜 대통령은 ‘기후변화협약 총회 및 체코 공식 방문’을 위해 7일간의 일정으로 또다시 해외 순방 길에 올랐다. 성남비행장에서 비행기에 오르기 전 출영 나온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과 손을 흔들고 있다. ⓒ 공동취재단


청와대에서 말하는 ‘외교성과’와 ‘순방효과’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외교성과가 외국(상대국)에 관련되는 사항이라면, 순방효과는 자국민과 관련되는 것일 수 있겠다. 외교성과보다 우선 순방효과에 대해서 짚어보자. 


박근혜 대통령의 잦은 해외 나들이는 다분히 ‘내수용’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국내에 곤란한 문제가 발생하면 묘하게 때를 맞춰 해외 순방을 한다. 국내 언론들은 대통령을 수행하며 순방 일정과 내용을 상세히 보도한다. 외국 정상과의 회담 모습은 물론이고 이런저런 행사장에서 외국어로 연설하는 장면 등을 꼼꼼히 모든 가정에 전해준다.


자국민들은 그 장면들을 보며 대통령이 일을 참 많이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 위상이 한 단계 상승한 것 같은 느낌도 받는다. 그래서 하락세를 보이던 지지율이 쉽게 반등한다. 세월호 2주기 때도 그랬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때도 그랬다. 박 대통령의 해외 나들이는 자국민의 지지율과 깊은 관련이 있다.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마력을 지닌 것만 같다. 


그래서 ‘순방효과’라는 말이 사용되는 듯싶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도 순방효과를 계속 우려낼 것이 분명하다. 점점 집권 말로 가면서 레임덕 현상이라도 노정되면 순방효과를 끌어내기 위해 더욱 자주 비행기에 오를 것이다. 그가 가장 즐기는 일일 뿐만 아니라, 패션쇼를 포함하여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외국 나들이라는 것은 이미 명확해진 상태다.  


‘외교성과’의 실상 


‘외교성과’가 외국(상대국)에 관련되는 사항이라고 보면, 외교성과는 거의 백지상태라고 보아야 한다. “최고 수준의 동반자 관계”니, “우호 협력 관계”니 따위 외교적 수사들은 겉치레일 뿐이라는 것이 최근에 확연히 드러났다.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폭발 보도가 나왔을 때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이 나서주기를 기대하며 메시지까지 보냈지만 중국은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아예 무시해버리는 태도였고, 한마디 거들어줄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말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가 발표한 위안부 피해자 관련 ‘한일합의문’도 속을 들여다보면 미국과 일본이 손을 잡고 한국을 능멸한 짓이었다. 미국은 철저히 일본 편이었다. 일본을 위해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종용한 증거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또 일본은 미국을 등에 업고 한국을 얕잡아보는 태도로 또 한 번 침략 근성을 발휘했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 일본의 위세에 눌려 끽 소리도 못한 형국이 되어 버렸다. 그러고선 박근혜 대통령은 최선을 다했다고 하고,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못한 일을 했다고 하고, 심지어 지금 이 일을 매듭짓지 않으면 일본 미래세대에게도 부담을 준다고 일본의 미래세대까지 보듬는 놀라운 ‘아량’을 보였다.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서 또 한 번 조롱거리가 됐다. 미국과 일본은 한 통속이 되어 한국을 능멸하고, 북한과 관련하여 한마디 거들어줄 줄 알았던 중국도 한국을 무시한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3년 동안 무려 30차례나 외국 나들이를 하고, 미국과 중국은 두세 번씩 날아갔다 오고, 청와대에서는 ‘외교성과’를 자랑하는데,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이 왜 이리 초라해진 것일까?


국제 역학관계를 초월하는 어떤 각별한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닐까?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불현듯 옛날 노인의 한 말씀이 떠오른다. 집안에 불행한 일이 있어서 부끄럽기도 하여 근신하는 뜻으로 바깥나들이를 삼가며 사시던 어른이었다. 


“집안에 흉사가 있을 때는 바깥나들이를 하지 않는 법이란다. 집안 흉사를 잘 간종그리지도 못한 상태로 바깥나들이를 하면, 철딱서니 없다고 세상 사람이 흉보고 욕을 하지. 집안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도 서로 다 알고 사는 세상인데, 내 집 흉사를 세상 사람이 모두 모르는 줄로 알고, 흉사 간종그리는 일을 내방치고 밖으로 나대면, 그 집안은 진짜로 망쪼가 드는 겨.”




[필진정보]
지요하 : 1948년 충남 태안 출생.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추상의 늪>이, <소설문학> 신인상에 단편소설 <정려문>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지금까지 100여 편의 소설 작품을 발표했고, 15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충남문학상, 충남문화상, 대전일보문화대상 등을 수상 하였다. 지역잡지 <갯마을>, 지역신문 <새너울>을 창간하여 편집주간과 논설주간으로 일한 바 있고, 향토문학지 <흙빛문학>과 <태안문학>, 소설전문지 <소설충청>을 창간히였다. 한국문인협회 초대 태안지부장, 한국예총 초대 태안지회장, 태안성당 총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충남소설가협회 회장,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 공동대표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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