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 마이나 키아이 씨(이하 특별보고관)가 29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9일간의 공식 조사를 마치고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특별보고관은 20일부터 28일까지 9일 동안 정부기관과 기업, 진보와 보수를 포함한 시민사회 등을 만나 한국사회의 집회와 결사의 자유 실태를 조사했다. 유엔특별보고관은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내에서 최근 몇 년간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지속해서 후퇴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집회를 전후하여 부당한 제약과 규제가 있음을 강조하며, 경찰이 집회신고를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하는 것, 교통방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집회를 허락하지 않는 것 등을 지적했다. 특별보고관은 경찰의 이러한 행위가 평화적 집회를 보호해야 하는 국제인권기준에 부합되지 않고 권리를 특허사항으로 전락시킨다고 말했다.
백남기 선생과 민중 총궐기 대회에 대한 경찰의 대처도 우려의 뜻을 밝혔다. 물대포 사용과 차벽설치, 또한 집회 참가자들에게 소환장을 발부하고 조사하는 것은 평화적 권리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과 박래군 인권활동가의 사례처럼 다른 참가자의 범죄행위를 집회 주최 측에 물어서도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했다.
권리를 보호해야 할 법원이 권리를 제약하는 방식으로 판결을 내리고 있는 경향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세월호 참사 관련해서도 특별보고관은 세월호 유가족과 시위자들의 집회의 자유권이 보장돼야 함을 강조하며, 정부는 세월호 유가족 및 대표자들과 성실히 대화를 이어가야 함을 강조했다.
세월호 416 가족협의회의 사단법인 설립에 대해 법무부와 해양수산부가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허락하지 않은 것에 우려를 표명하고, 정부가 모든 시민의 결사 자유를 촉진할 수 있는 조처를 해야 함을 강조했다. 특히 특별보고관은 광범위하고 모호한 언어로 집회 결사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국가보안법 7조는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보고관은 조사 기간 동안 정부의 여러 장·차관급 책임자들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대부분 이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특별보고관은 현재 유엔인권이사회 의장국인 한국 정부가 지위에 걸맞게 유엔의 권고사항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집회와 결사의 자유 개선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마이나 키아이 유엔특별보고관은 6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한국의 집회·결사의 자유와 관련한 사항을 포괄적으로 정리해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