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이 인터뷰는 이정모 관장이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으로 재직했을 당시 이루어졌습니다.
- (김근수 편집장)오늘은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의 이정모 관장님과 이야기 나눕니다. 안녕하세요, 먼저 책 이야기부터 나눌까 합니다. 관장님께서는 책 「공생 멸종 진화」에서 “자연사는 멸종의 역사다. 생명의 탄생이 멸종에서 비롯됐다. 공생을 통해서만 진화로 이어질 수 있다. 공생하지 않으면 멸종한다”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같이 살자’라는 것 같은데,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 (이정모 관장) 사람들은 ‘멸종’에 대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 생각하지만 멸종은 자연에서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지금 살고 있는 생명은 많아봐야 약 1억 종 정도 됩니다. 최근 6억년 동안 생긴 종의 100분의 1밖에 안 됩니다. 100억 종이 생겼다면 99억 종이 사라진거죠. 하지만 99억 종이 사라졌다고 해서 우리가 슬퍼할 일이 있는게 아니잖아요. 전 공룡을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공룡과 같이 살고 싶은 건 아닙니다. 지금까지 공룡이 살고 있었다면 아마 인간들은 살지 못했을 겁니다. 어느 시대 생태계든 다양한 생명들이 서로 복잡하게 얽힌 치밀한 먹이그물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A라는 생물은 B를 잡아먹기도 하지만 A는 C에게 잡아먹히기도 하면서 먹이그물이 형성되고 공생하는 겁니다. 어떤 생물이 멸종하면서 빈자리가 생기고 우리는 그 자리에 놓이게 된 거죠.
인간들은 특이한 생명체여서 인간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지구의 어떤 생명체도 이름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또 별이 아름답고 우주가 장엄하다고 말한 것도 인간이 처음이었습니다. 8월에 고비사막으로 공룡화석을 발굴하러 갔던 적이 있었어요. 사막에서 밤하늘을 보면서 자연과 우주가 얼마나 아름답고 장엄한 것인가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1억년 전에도 그 자리에 누웠던 생명체들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만약 인간이 아닌 가령, 공룡들이었다면 밤하늘을 보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을까? 라는 의문이 듭니다.
모든 생명은 생겼다가 없어지기도 합니다. 지금까지의 진화설을 보자면 생명체가 150만 년 정도 존재하면 충분히 존재하는 것인데, 호모 사피엔스의 경우 기껏해야 20만 년쯤 전에 생겼습니다. 그런데 현재 ‘여섯 번째 대멸종기’라고 말합니다. 멸종은 일상적이지만 대멸종은 생태계가 완전히 부숴지는 겁니다. 이전에 있었던 다섯 번의 대멸종 때는 심각한 기후 변화가 있었어요. 온도가 5~6도씩 오르거나 떨어지고 아니면 대기중 산소농도가 떨어지고 산성도가 높아졌습니다.
여섯 번째 대멸종기는 산성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1987년에 산성도가 가장 높았지만 점점 낮아지면서 공기는 좋아지고 있죠. 산소농도는 전혀 변화 없고 지구온난화 때문에 온도가 최근 150년동안 0.85도가 올랐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면 대구에서 키우던 사과를 파주에서도 키울 수 있는 정도입니다. 작물의 북방·남방한계선이 변한 것이지 생명이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닙니다.
지금 대멸종기의 이유는 생물양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바로 인간이 많은데 이를 ‘인류세’라고 말합니다. 먹이그물에서 생물들은 먹이틈새를 하나씩 차지하고 있습니다. 종에 따라 차지하는 틈새는 다 똑같아요. 예를 들어 지구에 있는 개미와 인간의 생물양은 같습니다. 가로세로높이 2km 상자 속에 모두 넣을 수 있어요. 그런데 개미도 인간처럼 양이 많지만, 개미 때문에 멸종한다는 얘기가 나온 적은 없습니다. 개미 종은 자그마치 1,2000종이고 먹이그물에서 1,2000개의 틈새를 차지합니다. 그런데 인간은 종이 하나이기 때문에 한 개의 틈새만 차지해서 먹이그물이 느슨해질 수밖에 없어요. 커다란 틈이 하나 있고 나머지 틈새는 멀리 있으니 이런 상황에서 군데군데 있던 생물이 사라지면 위험해집니다.
예를 들자면, 예전에 한 비구니가 천성산 도롱뇽 멸종을 막기 위해 단식했던 적이 있었죠. 멸종은 일상적인데 도롱뇽 멸종이 무엇이 문제냐고 물을 수 있어요. 하지만 이 멸종을 막아야하는 이유는 인간 때문에 먹이그물이 느슨해져서 천성산 도롱뇽 하나가 사라지면 먹이그물에서 도롱뇽과 연관된 생명체들도 급격하게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대멸종기를 걱정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합니다. 다섯 번의 대멸종기 중 제일 심각했던 시기는 세 번째 대멸종기 때였습니다. 고생대에서 중생대로 넘어올 때 생명체 95%가 멸종했어요. 100종 중 95종이 한 마리도 살아남지도 못하고 사라진 겁니다. 여섯 번째 대멸종기에 99%가 사라진다 하더라도 남은 1%에 인간이 포함되면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지금까지의 대멸종을 보면 최고 포식자는 반드시 멸종했고, 현재 최고 포식자는 바로 인간입니다. 지구와 우주를 위해서도 인류가 남아있어야 해요. 그래야 자연과 우주가 아름답다는 걸 알아줄 수 있으니까요.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선 여섯 번째 대멸종을 늦춰야 하겠죠? 그러려면 주변의 동식물, 미생물과 어울려 살아야 합니다. 또 다른 생명과 어울려 살기 위해선 우선 눈에 보이는 생명들과 잘 어울려 살아야 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가깝고 쉽게 볼 수 있는 생명은 바로 인간입니다. 인간들끼리 잘 어울려 살지도 못하면서 다른 생명과는 어떻게 어울릴 수 있겠습니까.
-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에 “모든 존재는 연관되어 있다”는 말이 있어요. 그 말은 자연과학에서도 통용되는 말인가요?
▶ 네, 그럼요. 사람도 여섯 단계만 거치면 다 아는 사이라고 하잖습니까. 우리 주변도 생태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가 숨 쉬는 산소의 3분의 2는 바다에서 옵니다. 바다 속 작은 박테리아들이 광합성을 해서 만든 산소로 숨 쉬고 있는 거죠. 그 박테리아가 서해안에 있을 수 있고 태평양에 있을 수도 있는데, 산소라는 작은 분자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직접적으로는 우리가 먹는 것들은 다 다른 생물들이고, 우리가 죽으면 우리는 그들의 양분이 됩니다. 결국 지구 밖에서 오는 건 에너지 밖에 없고, 나머지는 지구 안 물질들이 순환하는 건데, 이 순환에 모든 생명체들이 관여합니다.
우리가 역사 속 여러 나라의 흥망성쇠를 통해 어떻게 하면 이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지를 배우듯이, 삼엽충과 공룡의 멸종을 반면교사로 삼아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 평범한 개인이 자연·동식물·생태계와 가까이 지내려면 일상생활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요?
▶ 동물이나 식물을 키우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사람이 아닌 다른 생명들과 접하는 거잖습니까. 하지만 동물원은 없어져도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옛날엔 다양한 동물들을 볼 기회가 드물었지만 현재는 기술의 발달로 동물원이 아니더라도 많은 매체를 통해 동물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연사박물관이 있으면 좋습니다. 자연사박물관은 현재 살고 있는 생명이 아닌, 멸종한 생물들도 보여주기 때문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3억년 동안 지속된 고생대에는 삼엽충이 바다를 지배하고 있었어요. 중생대는 1억 6천만년 동안 공룡이 육상을 지배하고 있었죠. 하지만 삼엽충, 공룡도 결국 멸종했습니다. 우리가 역사 속 여러 나라의 흥망성쇠를 통해 어떻게 하면 이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지를 배우듯이, 삼엽충과 공룡의 멸종을 반면교사로 삼아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 자연에 대해서 친근한 태도를 보이지만 사람을 싫어하는 경우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을 확장해 동물, 미생물까지도 사랑하자는 게 제 뜻입니다. 사람이 설 자리를 없애고 다른 생명을 더 좋아하기 보다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흘러넘쳐서 그 사랑을 다른 생명에게도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책 「그리스 로마 신화 사이언스」를 보면 “인간이 생명체와 광물질의 원소성분을 분석하게 된 것은 불과 200년 전이다. 그 당시 과학자들이 흙과 사람의 성분을 분석하면서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됐는데 흙을 이루고 있는 주요 성분 약 10개정도 가운데, 사람의 몸 역시 비율은 다르지만 놀랍게도 같은 원소로 구성 되어있다”라고 나옵니다. 정말 놀라운 사실입니다.
▶ 저 역시 놀라운 마음으로 책을 썼습니다만(웃음), 사실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사람도 지구에서 태어났으니 결국 지구 안에 있는 물질로 탄생한 겁니다. 지구에 어떤 재료 10가지가 많다면, 사람 몸에도 그 10가지가 많을 수밖에 없겠죠.
- 성서에도 ‘사람아 넌 흙에서 나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이 말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됩니다. 다음으로 달력문제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달력과 권력」이란 책을 보면 16세기 역사기록에는 며칠이 빠져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 1582년 10월은 4일 다음에 바로 15일로 넘어가는데요, 부활절이 문제였습니다. 부활절을 춘분 다음 보름달이 뜨고 첫 번째로 오는 일요일로 정했는데 춘분과 부활절과 달력이 맞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원래 1년은 365.2422일인데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달력을 만들 때 1년을 365.25일로 정하면서 11분 14초 차이가 나게 됩니다. 이렇게 1582년까지 11분 14초가 쌓이면서 무려 10일이 차이 났기 때문입니다.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는 자연의 운행과 교회의 달력이 맞지 않자 이러한 문제를 없애기 위해 달력에서 10일을 과감히 뺐습니다. 또 11분 14초를 보존하기 위해 새로운 윤년 규칙을 만듭니다. 4로 나눠지는 해는 윤년이지만 이 중 100으로 나눠지는 해는 윤년이 아니고, 2000년처럼 400으로 나눠지면 윤년이 됩니다.
그런데 모든 나라가 그레고리력을 동시에 받아들인것은 아니었고 가톨릭 국가에서 받아들였습니다. 우리나라는 갑오개혁 때 받아들였고 중국은 1949년으로 가장 늦게 받아들였습니다. 러시아는 10월 혁명을 11월에 기념하는데요, 1582년이 아닌 볼셰비키 혁명 성공 후에 그레고리력을 받아들여서 13일이 차이나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러시아정교회와 그리스정교회는 (12월 25일에 13일을 더해) 1월 6일이 성탄절입니다. 그리스정교회는 그레고리력으로 생활하지만 예수님 탄생은 율리우스력으로 합니다.
창조를 받아들이면서 창조론은 믿지 않고, 진화를 받아들이지만 진화론을 믿는 건 아닙니다. 과학은 믿음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 다른 질문입니다. 훌륭한 과학자가 되려면 창조론을 거부해야 합니까, 창조론을 받아들여야 합니까?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나요?
▶ 저는 기독교인입니다. ‘창조’를 믿습니다만 그렇다고 ‘창조론’을 믿는 건 아닙니다. 창조는 창조 그 자체이고 창조론은 창조주의, 창조과학을 말하는 겁니다. 창조주의, 창조과학은 성서를 문자 그대로 이해한 거죠.
단 한 번도 창조에 대해 의심해본적은 없지만 진화는 과학적인 사실이니까 우리가 받아들여야 합니다. 옛날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위협에 빠지자 자신을 후원하던 크리스티나 대공녀에게 편지를 씁니다. ‘성서는 하느님의 말씀이고 자연은 하느님의 작품이다. 따라서 성서와 자연은 다 하느님 것이지만 간혹 성서와 자연이 마치 모순 된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자연을 쫓아야 한다. 왜냐하면 성서는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게 쓰였고 우리가 얼마든지 재해석할 수 있지만 자연은 우리 마음대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실제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16세기에 자연과 성서가 상충되는 것처럼 보일 때는 우선 자연을 따르라고 얘기했는데 지금에 와서 한국, 미국 두 나라 외에 창조론은 그 어디서도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창조를 받아들이면서 창조론은 믿지 않고, 진화를 받아들이지만 진화론을 믿는 건 아닙니다. 과학은 믿음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공룡 화석이 있는 지층에서 사람 화석이 단 한 개라도 나왔거나 삼엽충이 있는 지층에서 토끼 화석이 한 개라도 나왔다면, 그 순간 제가 알고 있던 모든 진화 이론을 다 버릴 수 있고 그럴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창조와 진화는 전혀 다른 층 위의 이야기입니다. 창조는 하느님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것이고 진화는 이 땅에서 일어난 과학적 실제를 이야기하는 겁니다. 기독교인으로서 진화가 창조의 효율적인 방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기독교인이니까 창조론을 믿어야 한다는 건 바보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몇백 년 전으로 치자면 난 교회를 다니니까 우주의 중심은 지구라고 믿어야겠다는 것과 같은 것이지요. 지금 우주의 중심이 지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우주의 중심이 지구에서 태양으로 바뀌었지만 사실 태양도 우주의 중심은 아니에요. 태양은 우리 은하계에서도 변두리일 뿐이고 우리 은하도 우주의 중심이 아니죠. 과학적 사실은 계속 바뀌고 발전하는데 기원전 9세기쯤 쓰인 글을 문자 그대로 믿는다는 건 수 천 년 전 사람으로 돌아가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 현재 우리나라에서 노후화 된 원자력발전소를 다시 쓰는 문제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원자력발전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우리는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어요. 이제 우리 사회가 원자력발전 없이 풍요로운 삶을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원자력의 위험성에 대해 다시 논란이 됐어요. 그 이전에 체르노빌 원전 사고도 문제 됐었지만, 사람들은 금방 잊었습니다. ‘위험하지만 사고 날 확률이 얼마나 되겠어?’ ‘일본도 남은 사람들은 잘 살고 있네’라고 하지만 일본은 원전 사고가 일어난 후에 꽤 오랜 시간을 거쳐 모든 원자력 발전소를 다 중지시켰어요. 원자력발전소를 멈췄으니 산업, 일상생활이 불가능할거라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산업도 일상생활도 잘 했습니다.
독일도 모든 원자력발전소를 중단하기로 계획을 세웠어요. 그렇게 해도 문제없다는 걸 알기에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독일도 많은 사람들이 원자력 없이 살 수 있다는 데 우리가 못 할 것이 뭐가 있습니까. 일단 수명이 다 된 원자력발전소들은 위험하니까 중단해야 돼요. 이렇게 중단해도 우리가 사는 데 지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 독일에서 공부하셨는데, 독일의 과학 교육은 어떻습니까?
▶ 사실 과학 교육은 어느 나라든지 비슷하고 어려워요. 우리는 아이들을 위해 수업 시간에 어려운 건 빼고 쉬운 걸 가르치자고 하지만, 수업이 재미없고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어려워서가 아니라 1등부터 꼴등까지 줄을 세우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적분 빼고 어려운거 빼고 쉬운 것만 가르친다면 과연 아이들이 재밌어할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줄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문제를 꼬아서 낼 수밖에 없지요. 아예 어려운 문제를 내면 ‘이건 너무 어려운 문제니까 못 풀 수도 있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쉬운 문제만 가르치면 이해는 한 것 같은데 막상 문제는 못 풀어서 자괴감에 빠질 수 있어요.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다 가르쳐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교과서도 실험, 관찰, 토의를 통해 개념을 잡아가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토의를 통해서 잘못된 개념을 바꿔가면서 튜터링 하게 되어있지만 아이들은 이미 사교육을 통해 답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상황에서 교과서는 아무 소용이 없게 됐습니다. 학교에 좋은 실험실이 있어도 잘 사용하지 않아요. 시험과 관련 없기 때문에 형식적으로 한두 번 실험해보고 또 교과서보다는 참고서 중심 수업이 된 거죠. 결국 우리나라 과학수업이 재미없는 이유는 교과서가 안 좋아서, 어려워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교육과정 자체가 바뀌기 전에는 모든 과목이 재미없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 마지막으로 가톨릭프레스 독자들에게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을 소개해주세요.
▶ 23년 전 우리나라에 최초로 세워진 공립자연사박물관입니다. 1년에 약 38만 명이 방문하고 1만5000명이 교육받고 있어요. 아시아에서 최고의 전시와 교육을 하는 곳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오만 정부가 세계 최대 자연사박물관을 짓기 위해 지난겨울부터 전 세계 자연사박물관을 벤치마킹하고 있는데, 제일 먼저 방문한 곳이 바로 이 곳,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입니다. 스미스소니온, 로얄티렐 같은 유명한 자연사박물관에서 이 곳을 소개해줬다고 하더군요. 다른 곳은 규모가 커서 7~10일 동안 둘러봐야 하는데 저희 박물관은 2시간이면 볼 수 있습니다. 규모는 작지만 2시간 동안 자연사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축약적으로 잘 전시되어있어요. 6명의 과학자가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 있어서 전시와 교육이 잘 되고 있습니다.
부모들이 아이를 데리고 박물관에 오면 자꾸 아이들 학습 중심으로 관람을 합니다. 자꾸 물어봐요. 아이들은 기분 좋게 구경하고 있는데 부모들이 고생대 표준화석은 뭔지, 중생대는 뭔지 자꾸 물어보고 아이가 대답을 못하면 짜증내고는 합니다. 그런데 한 번에 다 보려고 하기 보다는 여러 번 와서 천천히 둘러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념품도 사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면서 여러 번 오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야 해요. 그렇게 하면 과학과 친해지고 공부도 열심히 하게 됩니다. 외국에서도 이렇게 좋은 자연사박물관은 보기 힘들다고 자부합니다. (웃음) 많은 관심과 관람 부탁드립니다.
- 바쁘신 와중에 좋은 말씀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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