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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지요하] “사드가 없어 박정희 대통령이 죽었나요?” (주장) 사드 배치 논하며 ‘부모 죽음’ 입에 올린 박근혜 대통령, 이건 아니다 지요하 2016-08-18 13:5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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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의 입에서 ‘가슴 시린’ 말이 나왔다. “가슴 시릴 만큼 아프게 부모님을 잃었다”는 말이었다. 지난 2일 청와대에서 이뤄진 국무회의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정부의 일방적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하는 경북 성주 주민들의 집단 움직임이 극도로 거세지는 와중이었다. 사드 배치의 의지와 ‘불가피함’을 재천명하는 발언 중에 돌연 끼어든 애조(哀調)였다. 


그 가슴 시린 말은 일단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 일시적이나마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반등으로 나타났다. 가슴 시린 애조에 자극받은 노년층과 영남 주민 상당수가 갤럽과 리얼리티의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지지를 표명했다. 그래서 잠시나마 박정희 향수도 반짝 제값을 했다. 


박 대통령은 그것을 노렸을 것이 분명하다. 지난 2012년 제18대 대선 때 일부 유권자들은 그녀가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라는 것, 또 하나는 가슴 시릴 만큼 아프게 부모님을 잃었다는 사실에 감정을 이입했다. 그래서 ‘불쌍한 박근혜’가 대세를 이뤘다. 


불쌍한 박근혜에 대한 그 ‘동정’은 들불처럼 위력적인 것이었음을 박 대통령도 모르지 않을 터이다. 그래서 그는 오늘 또다시 그것을 기대했을 법하다. ‘불쌍한 박근혜’를 또 한 번 확인시키고 동시에 ‘박정희 향수’를 일깨움으로써 오늘의 사드 정국에 유리한 변수를 얻으려는 계산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계산이 없고서는 사드 배치와 아무 상관없는 먼 과거의 ‘부모 죽음’을 뜬금없이 입에 올릴 이유가 없다. 사람은 누구나 부모 죽음을 함부로 입에 담지 않는다. 공인이건 사인이건 세상 떠난 이의 ‘죽음의 실상’을 입에 올리는 것은 피해야 할 일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출처=청와대)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또다시 먼 과거의 부모 죽음을 입에 담았다. 그것이 사석도 아닌 국무회의 석상에서 표발됐다. 온 국민에게 다시 한 번 부모 죽음의 실상을 회억케 하는 일이었다. 대단한 용기가 아닐 수 없다. 어떤 계산이 없고서는 정말 그런 용기가 가능할까?


그 덕분에 다수 국민은 다시금 1979년 10월 26일 저녁의 궁정동 안가 상황을 돌아볼 수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젊은 여인들을 끼고 앉아 술자리를 즐기다가 그 술자리에서 부하의 총에 맞아 절명했음을 다시 환히 떠올려볼 수 있었다. 


박정희는 격무를 수행하다가 순직을 한 게 아니었다. 전운이 감도는 휴전선을 시찰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도 아니었다. 한마디로 결코 영예로운 죽음이 아니었다. 대단히 부끄럽고 치졸한 죽음이었다. 


그럼에도 대통령 박근혜가 아버지의 그 죽음을 국무회의 석상에서 입에 올리니, 박정희 죽음의 실상을 제대로 몰랐던 어린 청소년들도 관심을 갖게 됐다. 그리하여 박정희 죽음의 실상을 확실히 알게 된 청소년들의 입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북한과 싸우다가 죽은 게 아니네요”라는 말이 나오게 됐다. 


뿐인가, 한 중학생은 이런 질문을 한다.

“사드가 없어 박정희 대통령이 죽었나요?”


박근혜 대통령의 ‘가슴 시림’ 덕분에 온 국민들은 박정희 대통령의 37년 전 ‘죽음의 실상’을 다시 알게 되고, 박정희의 죽음이 사드와는 아무 관련이 없음도 알게 되고, 더 나아가 사드가 어디에서 온 어떤 성격의 ‘괴물’인지도 환히 알게 됐다. 


무감각한 배짱도 무섭고, 다음 선거도 무서워진다


▲ 지난 11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이정현 대표 등 새누리당의 새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대화하고 있다. 이 대표를 비롯해 신임 지도부와 정진석 원내대표, 김광림 정책위의장이 오찬 회동에 참석했다. (사진출처=청와대)


그럼에도 37년 전에 가슴 시릴 만큼 아프게 부모를 잃은 박근혜 대통령을 보며 오늘도 가슴이 짠해지는 국민들이 있다. ‘불쌍한 박근혜’에게 표를 주었던 국민들이다. 그들은 오늘도 불쌍한 박근혜를 생각하며 여론조사 기관의 질문에 무조건 1번을 누른다.


지난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대다수 유권자들은 제대로 기준을 세우지 못했다. 경륜과 철학, 지식과 능력, 사고력과 선한 성품 등을 전혀 판별하지 못했다. 그저 불쌍하다는 괴이한 동정심에 함몰되어 버렸다. 공주님에 대한 서민들의 얄궂은 동정심이 절대적 기준이 되고 말았다. 


그 결과 박근혜 정권이 출현했고, 우리는 오늘 ‘헬조선’을 실감하며 ‘여왕의 나라’에서 고통스럽게 살고 있다. 마냥 뻔뻔하고 거침이 없는 여왕님은 국민이 고통을 겪는 것까지도 질책을 한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는 요즘 박근혜 대통령 덕분에 몇 가지 음식 이름을 처음 들어보았다. 명색이 글줄이나 쓰는 글쟁이이면서도 송로버섯과 샥스핀을 전혀 알지 못했다. 송로버섯이 로마와 프랑스 귀족들이 최음제로도 사용했던 최고급 음식이며, 상어지느러미로 만드는 샥스핀은 상어의 멸종을 막기 위해 세계적으로 금기되고 있는 음식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신임 대표와 최고위원들을 접대하기 위해 송로버섯과 샥스핀 등을 내놓으면서 언론에 공개한 배짱도 무섭고, 박근혜 대통령은 그런 음식들을 노상 즐기며 살기에 그처럼 손쉽게 내놓을 수 있었으리라는 생각을 하면 더욱 무섭다. 다음 선거도 무서워지고….






[필진정보]
지요하 : 1948년 충남 태안 출생.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추상의 늪>이, <소설문학> 신인상에 단편소설 <정려문>이 당선되어 등단함. 지금까지 100여 편의 소설 작품을 발표했고, 15권의 저서를 출간했음. 충남문학상, 충남문화상, 대전일보문화대상 등 수상. 지역잡지 <갯마을>, 지역신문 <새너울>을 창간하여 편집주간과 논설주간으로 일한 바 있고, 향토문학지 <흙빛문학>과 <태안문학>, 소설전문지 <소설충청>을 창간함. 공주영상정보대학 문창과 외래교수, 한국문인협회 초대 태안지부장, 한국예총 초대 태안지회장, 태안성당 총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충남소설가협회 회장,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공동대표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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