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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의 변동, 중국은 가톨릭에 ‘기회의 땅’인가? 교황청과 중국의 관계개선이 시작됐다 편집국 2016-09-07 18:3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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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할 때 영국의 BBC는 ‘베이징 데탕트’ (데탕트-Détente-는 프랑스어로 '긴장 완화'를 뜻하며 1970년대 미국과 구소련을 중심으로 한 동·서 진영 간의 긴장 완화를 표현하는 말로 쓰인다) 라는 말로 바티칸과 중국의 관계변화를 설명했다. 그 동안 중국과 바티칸은 매우 경직된 외교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교황이 아시아 국가인 한국을 방문하는 것을 계기로 당시 외신들은 중국과 바티칸 사이의 긴장이 누그러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도 교황청과 중국의 관계 개선에 좋은 신호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아시아에서 가톨릭교회의 새로운 동력을 찾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다양한 태도를 보였다. 2013년 시진핑 주석이 선출되자 축전을 보냈고, 2014년 방한 당시 역대 교황으로는 처음 중국 영공을 통과하면서 시진핑 주석과 중국 국민의 평안을 기원했다. 교황이 외국을 방문할 때는 영공을 지나는 국가에 인사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관례이지만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방한 때에는 중국이 영공 통과 허가를 내주지 않아 중국을 거치지 않고 돌아서 한국으로 들어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현재 전 세계 가톨릭 신자 수는 약 12억 명이다. 그러나 중국의 인구는 그보다 많은 약 14억 명이다. 그 동안 서유럽이 주도했던 교회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라틴 아메리카로 그 활력이 넘어갔다면 다음은 아시아가 교회의 새로운 방향과 동력을 내야 한다는 것을 교회에서는 이미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최근 전해지는 중국관계 변화에 대한 소식들은 다가올 ‘교회중심이동’의 서막일 수 있다.


▲ 4월 5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일반 알현에 참석한 중국 순례객들


현재 해당 문제를 주관하는 교황청의 부서는 ‘인류복음화성’이다. 현 인류복음화성 장관 필로니(Fernando Filoni) 추기경은 1992년부터 2001년까지 홍콩에 있는 교황청 선교연구소 소장을 맡으면서 중국교회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를 진행한 중국 전문가다. 반면 전임 인류복음화성 장관은 우리나라에서 주한 교황청 대사를 지내면서 물의를 일으켜 귀국했던 인도 출신 이반 디아스(Ivan Dias) 추기경이었다. 


인도 역시 중국과 마찬가지로 10억 이상의 인구를 가진 대국이지만 불교와 이슬람의 혼재로 가톨릭교회가 자리잡기 쉽지 않았던 것이다. 교황청이 대희년 이후 연이어 인도 출신의 추기경과 중국전문가를 교황청 인류복음화성의 장관으로 임명한 데는 향후 정책의 전개 방향과 무관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교황 프란치스코가 처음으로 임명한 새로운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Pietro Parolin) 역시 중국문제 전문가로 통한다. 더욱이 현 인류복음화성 차관 사비오 혼(Savio Hon) 대주교는 홍콩인이다. 이 모든 것이 우연의 일치는 아닐 것이다. 


2012년 10월 인류복음화성은 중국 정부와 가톨릭 신자들에게 좋은 대화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베네딕토 16세의 중국교회에 보내는 편지 발표 뒤 5년”이라는 제목의 이 문서는 2,500단어 분량으로 이탈리아어, 영어, 중국어로 돼 있었으며 인류복음화성 장관 필로니 추기경이 직접 발표했다. 여기에서 교황청과 중국의 관계를 저해하는 세 가지 장애를 ‘교회에 대한 국가의 통제’, ‘주교 후보 임명에 대한 통제’, ‘불법주교의 서품에 대한 개입’으로 요약했다. 결국 주교선출 임명에 대한 문제가 핵심 쟁점이었다.


주교선출제도 개선, 중국만의 문제인가 


그동안 교황청과 중국은 1997년 10월 구금돼 아직까지 풀려나지 못하고 있는 바오딩교구 쑤지민 주교의 석방 문제와 파문된 여덟 명의 주교 문제 등을 두고 대립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새로운 교황 프란치스코의 등장과 한국과 필리핀 등의 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중국과 교황청에 새로운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2015년 7월, 산시(陝西)성 저우즈(周至)교구의 지하교회 주교인 우친징(吳欽敬) 주교의 착좌를 인정한 바 있으며, 8월에는 교황청과 중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안양교구의 장인린 주교가 서품됐다. 그리고 그 해 10월 11일, 교황청 국무원과 인류복음화성 대표단으로 구성된 사절단이 베이징에 도착했다. 이들은 바티칸의 승인을 받지 않은 주교를 만났으며, 베이징 신학교를 방문했다. 


▲ 지난해 8월 교황청과 중국의 승인을 받은 안양교구 장인린 주교가 서품됐다. (사진출처=ucanews)


특히 신학교 방문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는데, 이 신학교 학장이 중국 주교회의 의장이자 교황의 승인 없이 서품된 주교인 마잉린 이었기 때문이다. 교황청은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은 중국 주교회의와 마잉린 주교를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방문과 만남은 암묵적인 승인, 내지는 동의라고 해석될 여지가 충분했다. 이렇듯 사절단의 행적을 통해 양국 간의 대화가 진전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 사제들이 주교를 선출하고 교황이 이를 승인하는 방식으로써 ‘주교 선출권’을 자국의 사제들에게 유보하는 형식(…) 이 문제는 추후에 다른 나라 교회의 주교 선출 과정에 상당한 파장을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황청과 중국은 2016년 4월 양국 관계 회복을 위한 실무 협상단을 구성했다. 협상단은 주교임명권과 불법으로 서품된 8명의 주교 문제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여기에도 넘어야 할 장벽이 만만치 않다. 현재 중국의 주교임명 절차는 교구 성직자들이 선거로 주교후보자를 추천하면 이를 중국 정부가 승인하는 방식이었는데, 교황이 이를 승인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 중국 사제들이 주교를 선출하고 교황이 이를 승인하는 방식으로써 ‘주교 선출권’을 자국의 사제들에게 유보하는 형식이 된다. 단 실무단 협상에서 ‘교황청은 후보자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이유를 제시하고 재선출을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을 추가하고자 논의 중이라고 한다. 


이 문제는 추후에 다른 나라 교회의 주교 선출 과정에 상당한 파장을 가져올 수 있다. 그 동안 주교의 임명에 관한 문제는 바티칸의 고유 업무이자 권한이었다. 교황청 대사가 올린 정보와 자료에 근거하여 교황이 해당 주교를 직접 임명하는 방식이었다. 다시 말해 교황대사의 정보에 의존한 교황이 주교의 임명권한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자국 사제들의 투표에 의거하여 선출할 수 있도록 바꾼다면 이것은 교회 혁신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주교 선출에 해당 교구 사제들이 직접 참여하고 개입할 수 있다면 주교의 막강한 권력이 분산 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현재 교구의 통치권한을 가진 교구장은 교구의 모든 사제의 인사, 행정, 권한을 독점하고 모든 재산권을 행사하며 그들의 권력을 제어할 장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주교만 있다면야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모든 권력은 ‘독점’하면 ‘독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문제였다. 만약 이 부분에 있어 교황청과 중국정부의 합의가 이루어져 보편교회가 주교 선출방식에 새로운 변화를 허용한다면 한국교회에서도 주교 선출에 대한 방식을 중국과 같이 운용하자는 요구가 분출될 것이고 이는 교계제도의 민주화를 위한 교두보가 될 가능성이 있다.


불법으로 서품된 8명의 주교의 경우, 프란치스코 교황이 올해 안에 이들을 사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보도를 통해 “교황은 자비의 특별희년인 올해 이들을 사면해 중국에 선의를 보일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협상단은 5월부터 중국의 주교 임명을 위한 기술적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최근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이탈리아 포르데노네 교구신학교에서의 발언을 통해 “교황청과 중국의 외교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진전되기를 희망하며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 교황 프란치스코와 교황청 국무장관 파롤린은 ‘중국과의 관계개선이 21세기 교회의 새로운 동력을 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후 바티칸의 행보가 더욱 궁금해지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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