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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선언, “살인을 저지른 자들에게 경고한다” 백남기 사건 특별검사 도입 위한 천주교 연대활동 진행할 것 최진 2016-09-28 19:5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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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천주교 단체들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책임자처벌과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정부를 규탄했다. ⓒ 최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등 천주교 단체들은 28일 오후 3시 백남기 선생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폭력 사건에 대한 특별검찰 도입을 촉구하며 울분을 토했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는 법원이 요청한 백남기 선생 부검영장에 대한 추가 소명자료를 서울중앙지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힌 가운데 천주교 단체 회원 40여 명은 빈소 앞 기자회견에서 백남기 선생의 시신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단호히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경찰의 부검 영장 재청구에 대해 추가 소명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부검에 대한 정당성과 내용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번의 영장 기각과 두 번의 보완요구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백남기 선생에 대한 부검을 집요하게 고집했다. 


경찰이 추가 제출한 소명자료에는 전문의 등의 의견을 토대로 백남기 선생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시신 부검이 필요하다는 내용과 부검절차, 장소 등이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백남기 선생에 대한 부검 영장은 현재 법원의 심사를 받고 있으며, 이르면 오후 중으로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이에 유족과 함께 부검을 반대하고 있는 백남기투쟁본부는 경찰에 의한 빈소 봉쇄를 우려하며 시신을 지키기 위해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집결해 줄 것을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 27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은 故 백남기 선생을 지키기 위해 찾아온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 문은경


천주교인들은 “백남기 농민을 죽인 저 무례하고 무도한 국가 공권력에 시신을 내어주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어떤 물리적 충돌과 피해가 있더라도 오늘 (백남기 선생의 시신을) 지켜내겠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 최연엽 수녀는 “백남기 씨가 쓰려졌을 때는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던 경찰이 이제 와서 의학전문가와 법원이 반대하는 부검을 하겠다고 억지를 부린다”며 “하늘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 들을 귀가 있다면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진정 사죄해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경찰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박순희 지도위원장은 “미치지 않고서는 어떻게 국민의 소리를 못 듣는가. 이 정권 이러고도 천벌을 면할 것이라 생각하느냐”라며 “경찰은 정권의 힘이 아니라 국민의 힘이다. 민중의 지팡이가 돼야 할 경찰이 민중의 몽둥이가 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 박순희 지도위원장은 민중의 지팡이가 돼야 할 경찰이 민중의 몽둥이가 됐다며 경찰을 비판했다. ⓒ 최진


이어 “우리는 구원을 위해 죽음을 준비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죽기를 각오하고 이 자리에 나왔다. 세상을 이기는 믿음을 실천하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천주교 신앙인들은 향후 백남기 선생을 죽음에 이르게 한 국가폭력 사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특검 도입을 촉구하는 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이어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권오광 대표와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여성공동체 우정원 대표가 천주교 선언문을 낭독했다. 



다음은 선언문 전문이다.


하느님의 의인 故 백남기 임마누엘 형제님의 영원한 안식을 기도드리며

살인을 저지르고 사주한 자들에게 엄중히 경고합니다.


“의인에게서 당신의 눈을 떼지 않으시고 늘 임금들과 함께 왕좌에 앉게 하시어 그들을 존귀하게 만들어 주십니다.” (욥 36, 7)


1. 우리는 하느님의 의인, 하느님의 일꾼을 하느님 곁으로 보냈습니다.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 그리스도처럼 물대포의 거센 물줄기에 하느님의 사람 백남기 임마누엘 형제님을 잃었습니다. 늙은 농부의 삶은 온전히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며 척박한 땅 팔레스티나를 거닐던 예수님처럼 올곧은 마음으로 우리 땅을 일구었고, 불의한 정권의 폭압에 물러서지 않고 앞장섰습니다. 하느님의 사람, 의인을 잃은 우리의 마음은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이제 들어라. 내가 말하겠다. 너에게 물을 터이니 대답하여라.” (욥 42, 4)


2. 누가 하느님의 사람을 죽였습니까? 살인을 저지를 자들은 누구입니까? 피땀흘린 농부들의 생존을 위해, 대선공약 이었던 쌀값을 보장하라는 외침을, 세월호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외침을, 차 벽으로 가로막고 물대포를 쏘아댄 자들은 누구입니까? 우리는 살인의 현장과 살인자들의 만행을 똑똑히 목격했습니다. 그런데도 살인자들은 부검을 운운하고, 수천의 경찰로 조문 행렬을 막으려고 했습니다. 저들은 악어의 눈물조차 흘리지 않는 파렴치한 범죄자들입니다. 우리는 살인자들에게 묻습니다. 당신들은 하늘의 진노가 두렵지 않습니까? 인간의 존엄을 버리고 금수로 이 세상을 살려 합니까?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 (요한 18, 37) 


3. 하느님 앞에서 진실을 감출 수는 없습니다. 진리를 향한 걸음은 멈출 수 없습니다. 살인자들은 응분의 죄값을 치러야 하고, 하느님의 의인에게 진심 어린 사죄를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하느님의 의인께서는 기꺼이 용서의 손길을 내어주실 것입니다. 우리는 간곡히 요청합니다. 살인의 진실을 명확히 밝히고, 책임 있는 모든 자를 처벌해야 합니다. 그렇기 위해서 살인의 가해자인 경찰과 수사할 의지가 전혀 없는 검찰 대신 특별검사의 수사와 기소가 꼭 필요합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루카 9,23


4.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살인자들이 부끄러워하지 않는 세상, 수백의 생명을 수장시키고도 책임지지 않는 세상, 노동자들의 삶을 벼랑으로 몰아가고 있는 이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길을 묵묵히 걸어갈 것임을 엄숙히 선언합니다. 스승 예수께서 지고 가셨던 십자가, 하느님의 의인 백남기 임마누엘 형제님이 지셨던 십자가를 우리가 모두 함께 지고 갈 것을 선언합니다. 불의한 권력이 활개 치는 이 땅에서 하느님의 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가장 먼저 살인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한 특별검사 도입을 촉구하는 천주교인 모두의 마음을 모으는 운동을 펼칠 것입니다.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 (루카 1, 52-53)


5. 우리는 이길 것입니다. 진실을 밝혀낼 것입니다. 죄인들에게 그 죄값을 물을 것입니다. 권력과 권세에 취해있는 살인자들을 반드시 자리에서 끌어내릴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가는 우리는 이 땅에 하느님의 정의가 실현되는 날을 반드시 이룰 것입니다. 그때 하느님의 의인 백남기 임마누엘 형제님은 이 땅에서 주님과 함께 부활의 영광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날까지 우리는 모두 기억하고 모든 선한 이들과 연대할 것입니다. 늘 깨어 기도하고 복음을 실천할 것입니다. 불의한 통치자들, 살인을 저지를 자들은 두려워하십시오. 우리는 반드시 이길 것이고 당신들은 내쳐질 것입니다.


2016년 9월 28일


하느님의 의인 故 백남기 임마누엘 형제님께서

하느님의 자비하심으로 평화의 안식을 누리시길 기도하며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가톨릭농민회,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 여성공동체, 우리신학연구소, 천주교인천교구 노동사목, 정의․평화․민주 가톨릭 행동, 천주교 인권위원회, 가톨릭 노동장년회, 천주교정의구현목포연합, 천주교정의구현상주연합, 가톨릭평화공동체), 한국천주교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장상협의회 정의평화환경전문위원회,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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