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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컷] “일본인의 한사람으로 정말,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일본인 철학 교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앞에 무릎 꿇고 사죄 유자현 2016-10-20 14:5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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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팔순을 앞둔 일본인 엔도 토오루씨가 수요집회를 방문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앞에 무릎 꿇고 사죄했다. ⓒ 지유석


19일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253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집회에 나이 지긋한 일본인 한 명이 찾아왔다. 


그는 야마구치대학 철학과 교수 엔도 토오루(遠藤 徹, 79세) 씨다. 성공회 신자이기도 한 엔도 씨는 수요집회에 참석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와 길원옥 할머니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 이날 엔도 씨는 길원옥 할머니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 숙여 사죄했다. ⓒ 지유석


▲ 이날 엔도 씨는 김복동 할머니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 숙여 사죄했다. ⓒ 지유석


엔도 씨는 일본정부가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를 시도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소녀상이 없어지기 전에 사죄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수요집회를 찾은 것이다. 엔도 씨의 진심어린 사죄에 김복동 할머니는 “일본 국민들은 죄가 없다. 잘못은 아베에게 있다”며 그를 위로했다.  



다음은 대한성공회 유시경 신부가 번역한 엔도 토오루 씨의 사죄문 전문이다.



저는 일본인입니다.


일본이 과거에 한국(정확히는 조선국)의 여러분들께 셀 수 없을 잘못을 저지른 것을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하여, 일본인의 한사람으로 그것을 사죄하러 왔습니다.


첫째, 여러분의 나라를 우리나라(일본)의 ‘식민지’로 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만약 반대의 입장이었다면, 우리는 얼마나 깊은 굴욕을 느껴왔을 것일지요.


또한 무수한 조선국의 사람들을 일본에 데리고 와서, 악질적인 환경에서 가혹한 노동을 강제한 것에 대해서 통한의 마음으로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수많은 분들이 모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일본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 분들의 억울함을 생각하면, 말을 잃고 신음하게 됩니다.


더욱이 ‘일본군 위안부’가 되신 분들에 대해서 흐느껴 슬퍼하며 손을 모아 사과를 드립니다. 일본인이 여성들을 지옥으로 몰아낸 이 극악무도한 행위를 생각할 때, 저는 몸이 떨립니다. 작년 12월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한일 합의가 성립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일본 정부는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위안부 동상)’을 철거하도록 요구했다고 보도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것은 다시 한 번 일본 정부가 위안부 분(할머니)들에게 진실로 사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고 느낍니다.


사실 한국의 위안부 지원 재단이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에게 사죄 편지를 쓰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아베 총리는 10월 3일 국회 회의 중에 “우리는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라고 답한 것으로 보도되었습니다. 


‘평화의 소녀상(위안부 동상)’은 일본이 철거를 요구할 성격의 사안이 아닙니다. 일본 정부가 정말 진심으로 손을 모아 사과했을 때, 그에 대해 위안부 분들로부터 그 성의를 받아들여 철거하다고 해야 순리에 맞는 것입니다. 참으로 유감스럽게도, 일본 국민 중에도 여러 가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한편, 제 생각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 대해, 저는, 그리고 저와 같은 생각인 이들은, 끈기 있게 이야기를 계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가운데, 저는 최소한 일본 국민이 과거에 행한 무수한 폭력과 잔학에 대해, 한 사람의 일본 국민으로서, 양심에 이끌려 이 곳 한국을 찾아뵙고, 여러분께서 겪으신 고난을 조금이라도 더 제 자신의 몸으로 받아들이도록 노력하면서, 또 일본 국민의 죄책을 제 자신의 것으로 하며, 하느님과 여러분 앞에서 손을 모아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정말,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2016년 10월 19일

엔도 토오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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