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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혜선) 보속은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먼저 해야 하지 않을까 “인위적인 교리로 신자들을 속박하지 말라” 김혜선 2018-07-26 12: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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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주교회의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천주교회의는 성체 훼손 사건과 관련하여 각 교구에 공문을 보내, ‘신자들의 공동 보속’을 제안하고 신자들이 성체에 대한 흠숭과 공경을 잊지 않도록 신자교육을 요청하였다.


주교회의에서는 불미스런 일이 일어난 데 깊은 분노와 슬픔을 느끼며, 모든 천주교 신자들이 공동으로 보속 행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은 결과라고 한다.


그런데, 이 같은 공동보속 제안을 하기 이전에 교회가 ‘세상의 빛’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문제들을 반성하며 머리 숙여 신자들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물론, 성체를 훼손한 이와 동조자들의 행위에는 나 또한 크게 분노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주교회의가 발표한 내용을 보고 참을 수가 없어 몇 가지 질문을 던진다.  


남녀평등의 원칙은 잘 이행하고 있는가.


지극히 보수적인 성격을 지닌 천주교회는, 사랑과 평화 그리고 생명을 으뜸으로 하는 보편적인 교회 기본정신과 일치하고 있는가.


가톨릭이 국교인 아일랜드는 얼마 전 국민투표로 낙태 금지를 명시하고 있는 헌법 조항 폐지를 결정했다. 그러나 한국천주교회는 얼마 전 낙태죄 폐지 반대 운동을 대대적으로 실행에 옮겼다. 태아의 생명은 말할 것도 없이 소중하다. 하지만 여성들의 원치 않는 잉태의 고통 앞에, 성범죄 사건의 가벼운 처벌과 미혼모가 살 수 없는 나라에서 개선책 방안을 교회가 깊이 고민해 본 적이 있던가.


장자연 사건과 같이 억울하게 죽은 생명과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위해 목소리를 내거나 서명운동을 교회차원에서 해 본적이 있었나.


여성 인권 문제에 같이 울고 동참해주는 것은 고사하고 낙태죄 폐지 반대가 유일한 생명 중시인 것처럼 외치며 각 교구에 서명하길 재촉한 것이 교회가 한 일로써 최선책이었나.


사제의 성범죄는, 세월의 흐름을 의식한 ‘은신’이라는 처벌(?) 후 다시 사제의 갈 길을 관대하게 열어주는, 모순투성이 교회법은 누구를 위한 법인가.



보속은 예수님의 행적을 본받지 않은 주교회의에서 먼저 해야 할 상황이 아닌가.


“신성모독과 묵과 할 수 없음”이라는 단어는 가톨릭교회에서 유난히 악마 같은 상황을 상징할 때 거침없이 사용하는 용어다. 가톨릭 신자로서 거부감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알 권리와 말할 권리를 봉쇄하기 좋은 수단으로 이용하는 신성모독의 기준은 예수님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기준법이다.


사제는 곧 하느님의 대리인이므로 잘못된 사목을 해도 이의 제기하는 신자는 신성모독자로 낙인 찍히는 권위적인 교회가 현주소다. 교회 상층부가 썩어 시스템이 고장 나면 아무리 훌륭한 사제가 많거나 있다 해도 회복이 불가능하다. 세상의 빛이 아니라 오히려 짐이 되는 교회를 신뢰할 이유가 무엇인가.


진리는 하느님이 주신 것이나 교리는 사람이 만든 것이다. 인위적인 교리로 신자들을 속박하지 말라.



[필진정보]
김혜선 : 안동교구 소속 런던 해외교포 사목 평신도이다. 런던한인성당 신앙의 길잡이 계간지 하상(구)편집인, 런던 특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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