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제주특별자치도에서 국제 관함식이 개최되었다. 관함식에 앞서, 한국 정부는 “욱일기 대신 일장기를 게양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욱일기가 군기에 불과하며, 욱일기 게양이 국제법과 전 세계 해군의 관례상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주장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9일 국회 연설에서 제주 관함식 욱일기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를 비판했다. 아베 총리는 “국제 관함식에서 욱일기 게양 문제 등 미래지향적 관계에 역행하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어 유감”이라고 밝혔다.
욱일승천기, 욱일기의 잘못된 이름
정확한 명칭은 ‘욱일기’다. 간혹 ‘욱일승천기’, ‘전범기’라는 용어로 지칭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욱일승천기의 유래를 살펴보자면 ‘욱일기’와 ‘욱일승천(旭日昇天)’ 즉, 떠오르는 태양처럼 거침없는 기세라는 의미가 결합하여 탄생한 것이다. 그러나 이 표현은 일본에서도 쓰이지 않는다. 욱일기는 일장기와 다르게 태양을 형상화한 빨간 원 주위로 ‘욱광’이 그려져 있다.
욱일기는 메이지 유신 시기인 1870년 일본 육군이 처음 사용한 것이다. 1889년에는 일본 해군이 사용하기 시작했고, 1905년 러일 전쟁 이후 이 군기는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였다. 일제는 이후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을 일으키며 아시아를 지배하려 했고, 그 중심에는 항상 욱일기가 있었다. 1945년 일제의 항복 이후 일제 군대는 해산당했지만, 이후 일본의 헌법에 따라 자위 목적으로 창설된 해상자위대가 욱일기를 다시 군함기로 사용했다.
일제는 분명히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이다. 그리고 당시 일제 군대는 일장기 외에 욱일기를 사용했다. 이 때문에 욱일기는 한국, 중국 그리고 그 밖의 전쟁피해 국가들에 불편한 사실이자 상처를 상징한다. 또한, 욱일기는 나치의 하켄크로이츠가 상징하는 바와 같다. 하켄크로이츠는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나치가 사용한 전범기다. 그들은 유럽 전역에서 유대인 학살과 같은 반인륜적 만행을 저질렀다. 따라서 독일은 이를 반성해야 할 역사적 콤플렉스로 여기고 있으며, 하켄크로이츠 사용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반복되는 욱일기 논란, 재발을 막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최근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개봉했다. 하지만 지난 5월에 이미 선보였던 티저 영상에서 욱일기가 등장했고, 이에 네티즌이 강하게 항의하면서 20세기 폭스사는 발 빠르게 티저영상을 수정했다. 이같은 욱일기 논란은 이미 오래전부터 발생했다. 예를 들면, FIFA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출전국의 서포터즈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욱일기가 그려진 일본 서포터즈를 게시하여 논란이 되었다.
이 밖에도 욱일기 논란은 수도 없이 발생했다. 논란의 원인은 ‘무지’다. 20세기 폭스사, FIFA 등은 욱일기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욱일기를 사용한 것이다. 따라서 대내외적으로 욱일기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여론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최근 우리나라가 개최한 제주 국제관함식을 앞두고 일본 해상자위대의 욱일기 게양에 대해 논란이 되었을 때, 한국홍보전문가로 유명한 서경덕 교수가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다.
서 교수는 국제관함식에 참가하는 전 세계 45개국 해군 측에 “일본 해상자위대 깃발은 전범기”라는 이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일본의 입장에 대해 국민적 반대 여론이 형성되어 확산됐는데, 이러한 여론 조성은 대외적으로도 욱일기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널리 퍼뜨리는 데 큰 역할을 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일본 해상자위대 군함은 제주도 입항을 하지 못했다. 이는 1996년 일본 해상자위대 군함이 부산항에 욱일기를 게양한 채 입항했던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욱일기에 대한 논란은 일본의 주장처럼 어느 한 피해국가의 콤플렉스로 설명될 수 없다. 욱일기란 일제를 상징하는 동시에 아시아 피해국가들의 공포, 상처, 그리고 수탈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무지함을 이유로 욱일기를 사용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욱일기가 우리 사회와 국제 사회에서 또 다시 등장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욱일기 사용 금지에 대한 캠페인, 홍보 활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안중근청년기자단 - 나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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