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가들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봉쇄령을 풀고 생활방역 체제에 돌입했다. 특히 유럽은 이번 사태를 ‘봉쇄령 해제’가 아닌 ‘제2국면’(phase 2)으로 규정하고 생활 방역과 더불어 코로나19 추이를 계속해서 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탈리아, 도시 벗어날 수 없지만 경제활동 중심 외출 허용
먼저 이탈리아의 경우 지난 4일부터 경제활동을 재개하며 코로나19의 제2국면을 시작했다. 주세페 콘티(Giuseppe Conti)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 26일 대국민 담화에서 “이탈리아를 사랑한다면 거리를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로베르토 스페란사(Roberto Speranza) 이탈리아 보건부 장관 역시 지난 3일 제2국면 개시 전날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는 정부의 행동이나, 명령, 훈령만으로 퇴치되지 않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각자의 행동이지 통제가 이 재난의 탈출구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는 제2국면 전환에 따라 ▲야외 외출 허용 ▲건설제조업, 소매업, 요식업 등 주요 경제활동 재개 ▲대중교통 탑승 시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실시했다. 하지만 여전히 거주하는 시도를 벗어날 수는 없다. 장례식은 허용되나 참석자가 15인 미만이어야 한다. 대학을 제외한 각급 학교들은 9월까지 잠정 폐쇄 상태를 유지한다.
이탈리아 보건부에 따르면, 최대 6천여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던 지난 3월 말과 비교해 5월 5일 기준으로 확진자 수가 1천 명대로 하락했다. 지난 20일부터 이탈리아의 총 확진자 수는 감소세로 들어섰다.
일일 사망자 수 역시 900여 명이 넘어가던 3월 말에 비해 5월 5일 기준 일일 사망자 수가 236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프랑스, 봉쇄조치 해지…코로나19 제2국면 돌입
프랑스 역시 오는 11일부터 봉쇄령 해제에 돌입한다. 이에 따라 프랑스 역시 경제활동 재개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제2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는 구체적으로 지난 28일 ▲학급별 인원 제한 하에 순차적 개학 ▲재택근무 권장 ▲봉쇄령 해제 이후 3주간 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야외 활동 허용 ▲10인 미만 집회 허용 등의 조치를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봉쇄령 해제 조치를 두고도 우려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프랑스 일간지 < Le Monde >에 따르면 봉쇄령 해제 조치를 두고 프랑스인 65%는 “행정부가 상황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프랑스 역시 4월 일일 사망자가 1400여 명에 달했다가, 5월 5일 기준 330명으로 그 수가 현저히 하락했다. 일일 확진자 증가세 역시 2,600여 명대에서 감소하여 5월 5일에는 1,104명을 기록했다.
미사 재개 두고 정부는 ‘신중’, 가톨릭교회는 ‘제한된 미사라도’
여전히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관광지와 같은 불특정 다수가 대규모로 모이는 공간에 대해서는 재개방을 보류하고 있다. 미사를 포함한 종교 예식 역시도 오는 5월 말까지는 정부 방침에 따라 제한적인 재개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이탈리아는 지난 4월 26일 코로나19 제2국면을 발표하면서 미사 재개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 당시 이탈리아 주교회의(CEI)는 “종교예식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격렬히 반응했다.
이후 이탈리아 주교회의 산하 홍보매체 < Avvenire >는 미사 재개 방침을 이탈리아 정부와 주교회의가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이에 관해 오는 11일부터 야외에서 진행하는 조건 하에 주중 미사를 재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 2일 이탈리아 주교회의 의장 괄티에로 바세티(Gualtiero Bassetti) 추기경은 미사 재개 논의와 관련한 정부와의 합의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합의에 따라 정부가 허용한 15인 미만이 참석하는 장례식에서는 4일부터 미사를 거행할 수 있게 되었다.
장례 미사에서는 미사 집전자가 신자석으로 와서 성체를 직접 나누어준다. 이외에도 주례사제는 미사 집전 중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프랑스도 오는 29일부터 미사가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4월 29일 에두아르 필리프(Edouard Philippe) 프랑스 국무총리는 봉쇄령 해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최소 6월 2일까지는 모든 종교 집회가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4일 이후 여러 종파의 “제안”이 있었다며 “종교 예식이 5월 29일부터 재개될 가능성에 대해 검토할 준비가 됐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국무총리가 특정한 시기는 교회 전례력으로 부활 시기의 마지막 날인 성령 강림 대축일 직전이다.
프랑스 주교회의는 이러한 정부 입장을 두고 “만족한다”며 프랑스 가톨릭교회도 미사 재개 후에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외에도 독일에서는 지역마다 차이는 있으나 지난 29일부터 종교 예식이 허용되기 시작했다. 이는 한 이슬람 단체가 관할주 정부에서 부과한 종교예식 제한 조치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에 소를 제기했기 때문이었다.
헌법재판소는 종교예식 제한 조치가 위법하다며 “성당, 무슬림 사원, 유대교 사원 종교 예식의 금지 전체에 적용된다”고 판결했다.
스페인 역시 지난 4월 29일 4단계로 이루어진 봉쇄령 해제 조치를 발표하고 오는 5월 11일부터 기존 신자의 30%가 미사에 참여할 수 있게 허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