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정구사)이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에는 신자, 수도자, 사제 800여 명이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촛불을 들고 자리에 모였다.
정구사 대표 김영식 신부(안동교구)는 “158명이나 되는 생명이 죽었는데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지금은 애도할 때이지 참사의 원인을 따질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시시비비를 따져 고통스런 참사가 재발되지 않도록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언론은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고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를 매섭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식 신부는 “원인규명을 하라고 요구하면, (또)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하면 패악의 집단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러한 것이 패악이라면 우리는 패악질을 서슴지 않겠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패악질을 서슴지 않는 모든 사람들에게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 사제단은 배후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날 미사에서 김영식 신부가 참사 희생자들의 이름을 한 사람씩 부르기 시작하자,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어머니와 함께 미사에 참석한 김보경(세레나) 씨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다는 것에 대해 분노가 인다”고 밝혔다.
김보경 씨는 “전에는 희생자분들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막연했는데 오늘 미사에서 희생자들을 한 명씩 호명해줘서 실감이 됐다. 각 개인들에게 위로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다”며,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이 마음의 안식을 얻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상지종 신부(의정부교구)가 ‘이태원 참사로 숨져 간 젊은이들 앞에서 참회하오니’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7년 만에 다시 터져 나온 ‘이게 나라냐?’하는 장탄식을 들으면서 사제들은 ‘이것이 과연 인간인가?’하는 더욱 근원적인 물음을 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견된 재난을 대비하지도 않았으며 참극 직전의 상황을 호소하였지만 혈세로 호의호식하는 벼슬아치들은 무슨 일인지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간에 ‘남은 임기 4년 6개월이 지나도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를 내리지 않으면 우리가 죽는다!’는 소리가 공공연해진 것은, 권력자들의 수수방관과 뻔뻔한 책임회의 심리 그 밑바탕에 각자도생이라는 파멸적 이기심이 똬리를 틀고 있음을 간파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잘못 뽑아 놓고 그래서 우리 삶이 통째로 뽑혀 버리는 어이없는 실책을 다시는 범하지 않기로 하자”며, “그래야만 충분히 울어 주지도 못하고 떠나 보낸 세월호 아이들, 영정도 위패도 없는 기괴한 조문으로 모독당하는 젊은이들의 죽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