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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장론’에 대한 상식적인 의문 (이원영) 핵보유 가능한가, 핵실험 할 곳은 있는가 이원영 2025-04-10 15: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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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심심찮게 우리가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이 있다. 이에 ‘기술적으로 보유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서균렬 서울대명예교수 같은 이도 있다. 아마도 가능할 것이다. 아무리 비밀스런 기술이라 한들 이미 80년 전에 개발한 기술인데, 오늘날의 우리 기술력이 만들지 못할 리는 없으리라.


그런데, 핵을 가지는 것이 정말로 유효한가, 그리고 현실적으로 핵보유가 가능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이 부문은 국가안보 부문이어서 필자와 같이 핵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정확한 정보를 접근하기가 어렵다. 그러기에 상식적 관점에서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


먼저 유효성에 대한 의문이다. 우리가 핵무기를 보유한다는 것은 공격이 아닌 방어적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적국의 핵공격을 억지하는 효과를 거둘 것인가? 이 문제에 봉착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것은 우리의 25개 핵발전소다. 이번 러-우전쟁에서 자포리자 원전은 재래식 무기로 공격받았지만 본질적으로 핵무기공격에 의한 피해와 유사하다.


우리도 만약 적국이 재래식 무기로 핵발전소를 공격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가. 그럴 때 우리가 과연 핵무기로 대응하는 것이 가능한가? 그것이 궁금하다. 그렇지 못하다면 핵무기를 가져봤자 소용이 없는 것 아닌가?


적국은 굳이 국제적인 금지를 어겨가며 핵무기로 공격하지 않아도, 우리의 상황이 핵발전소가 인구밀집지역에 몰려 있어서 핵무기 공격과 유사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상황이 아닌가? 여기에 핵보유의 유효성에 대한 의문이 있는 것이다.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포격당한 자포리자 원전 (구글 지도 화면 갈무리)


더 중요한 의문으로 가보자. 현실적으로 우리가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이 가능한가? 첫째, 미국이 전적으로 동의해주어야 가능한데,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도 강행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해서는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정이 나오고 있다. 그것은 일본 대만 등 주변국에게 핵보유를 자극하는 핵도미노라는 정치적인 면도 있지만, NPT조약 탈퇴와 동시에 온갖 미국뿐 아니라 중국으로부터도 경제제재가 뒤따르게 마련이다. 당장 외국자본이 빠져나가고 수출에 타격을 입는 등 경제적으로 공황상태에 이를 가능성도 있지 않은가?


둘째, 만에 하나 미국이 허용해서 우리가 핵을 가지는 경우에도 의문이 남는다. 중국은 미국과는 입장이 다르다. 중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 같은가? 몇 년 전 사드배치 문제만으로도 엄청난 경제적 타격을 입었는데 핵무기 보유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일까?


셋째, 미국과 중국의 압력을 논외로 치고 기술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단계에 왔다고 치자. 그러면 기술적으로 핵재처리와 핵실험을 거쳐야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 그러면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든다.


핵 재처리는 엄청난 방사능오염을 초래한다. 지금 미국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등 핵무기 보유 국가는 핵재처리 때 나온 방사능오염으로 국토의 한부분이 심하게 망가져 있다. 미국 핸포드(Hanford) 프랑스 라아그(La Hague) 영국 셀라필드(Sellafield) 등이 그런 곳이다. 후쿠시마 인근의 방사능 수치와 비해서 낮지 않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인구 5천만의 한국의 비좁은 국토 어디에 그런 핵재처리시설을 확보할 수 있을까? 이것이 큰 의문이다.


핵실험도 마찬가지다. 핵무기를 완성하자면 핵실험이 필연적이다. 북한은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함경북도 풍계리에 지하 핵실험을 강행할 수 있었다. 그 부작용으로 백두산 분화 위험을 초래하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남쪽은 할 수 있을 만한 곳이 보이지 않는다. 어디에 할 수 있을까? 그것이 궁금하다.


최근 2023년에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핵실험에 따른 피해를 추산하는 시뮬레이션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피해규모가 얼마로 나왔는지 궁금하다.


이러한 의문에 더하여 또 한가지 빠뜨릴 수 없는 궁금사항이 있다. 그것은 최근 국회에서 토론된 바 있는 핵잠수함의 필요성과 가능성에 대한 것이다. 핵잠수함은 원자로를 엔진으로 사용하는 잠수함을 일컫는데, 일반잠수함에 비해 속도와 해저 체류시간 등이 우월하다는 등 그 전술적 가치가 커서 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강하다고 들었다. 하지만 미국과의 협정에 의해 이조차 허용되지 않은 상태인데 과연 미국이 허용해줄 것인가의 의문이 있다.


두 번째 미국이 허용해줄 경우에도 핵잠수함은 약점인 소음 문제가 있어서 유효성이 과연 어느 정도일까도 의문이다. 원자로로 물을 끓여서 터빈을 돌리는 방식이므로 소음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고 이를 줄이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들었다. 태평양과 같은 넓은 바다라면 모를까 황해나 동해같은 비좁은 바다에서는 함대로부터 공격받지 않으려면 소음 문제 해결이 중대하다. 과연 실전에서는 첨단배터리로 움직이는 무소음의 잠수함에 비해 어느 정도 효력이 있을지 궁금하다.


잠수함에 미사일을 장착할 경우 잠행으로 이동하는 군사기지나 다름없는 강력한 대응무력수단이 된다. 상식적으로 보아도 위치를 들키지 않는 것이 중요해진다. 그런 잠수함들이 있다면 적국영토에 대한 위협이 되므로 적국으로부터 우리 국토에 대한 공격을 실질적으로 억지할 수 있지 않은가, 라는 전술적 측면의 사안들이 궁금해진다.


이런 저런 질문들에 대한 군사전문가들의 고견을 기다린다.





이원영

국토미래연구소장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시민언론 민들레>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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