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굴뚝 농성장 243차 쌍용차 미사는 공장 앞 도로에서 봉헌된다.
“주님, 제 기도가 당신 앞에 이르게 하소서. 제 울부짖음에 귀를 기울이소서. 주님,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 일상을 위한 공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인간으로서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 부르짖는 모든 이의 목소리를 들어주소서! 아멘”
‘쌍용차 사태의 조속한 해결과 이 땅의 해고자들을 위한 243차 미사’가 17일 오후 7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에서 봉헌됐다.
지하철 서울시청역 3번 출구 대한문 앞에서 오후 4시 30분에 출발한 ‘굴뚝 버스’는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 등 40여 명을 태우고 1시간 30분 만에 평택 공장에 도착했다.
▲ 사람아, 희망이 되어라, 미사의 지향이면서 동시에 참석한 이들의 염원이다.
서울 대한문과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진행되었던 쌍용차 해고자들을 위한 미사는 해고노동자 이창근, 김정욱 씨가 굴뚝 농성을 시작하면서 1월 12일부터 평택공장으로 장소를 옮겼다.
미사 장소를 현지 공장으로 옮기자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은 지난 7월 20일 쌍용차 미사에서 “힘들고 고되지만, 동료들의 마음을 출근길과 퇴근길에 받을 수 있어서 힘이 납니다. 공장 앞이 그런 훈훈함이 있습니다. 그렇게 저희가 살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공장 앞에는 쌍용차 해고자들의 천막농성장과 쌍용차 사태로 인한 28명의 희생노동자 및 노동자 부인들이 유산한 아이들을 위한 분향소가 마련되어 있다.
▲ 쌍용차 사태로 희생당한 28명의 노동자와 유산된 아이들을 위한 분향소. 생활고로 인한 자살이나 심장마비, 돌연사가 다수이다.
분향소에는 생활고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들이나 부인들, 그리고 쌍용차 사태 후 돌연사나 심장마비 등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이들의 사망일과 사망원인이 적혀 있다.
정의구현사제단 신부 14명이 공동 집전한 미사는 수도자와 평신도, 쌍용차 해고노동자들과 가족 등 150여 명이 함께 모여 봉헌하였다.
남승원 토마스아퀴나스 신부(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는 강론에서 “예수님이 부자 청년에게 이웃을 위해 결단을 촉구하신 것처럼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과 희생자들에 대한 사죄, 명예 회복과 합법적 보상이 우리의 요구이고 기도 지향이다”고 말했다.
▲ “그런 것들은 제가 다 지켜 왔습니다. 아직도 무엇이 부족합니까?” (마태오 19,20)
남 신부는 “이제 더 이상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사회의 구조적인 악은 개인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서로의 손을 잡고 연대의 힘을 합쳐 이 땅 위에 우뚝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이 두려움에 머무르지 않고 그것을 드러내려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며 “이것은 함께 생명을 얻고 함께 살아가고 함께 부활을 체험하려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사람은 미약하고 약한 존재이지만, 함께 모여 세상을 위해 기도하고, 관심을 갖고, 서로에게 지지를 보낸다면, 악이 지배하듯 보이는 이 세상도 날이 밝아오듯 조금씩 변화할 것이다”고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을 위로했다.
이날 미사에 참석한 서울교구 빈민사목위원회 홍은하 사무국장은 숨진 28명의 영혼들과 일터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노동자들, 그리고 그 고통에 함께 하는 가족들을 위해 기도했다.
그는 한 겨울 대한문과 여의도, 삼청동 등에서 농성을 했다는 이유로 구타와 연행, 길바닥 삶을 살아야 했던 노동자들의 7년여 싸움을 기억하면서, 해고노동자들의 절박한 울부짖음을 하느님께서 들어주시기를 청했다.
▲ 폭력과 가난, 사회적 무관심과 싸워야 했던 지난 7년여 싸움을 기억하면서 하느님께 울부짖는 미사
서영섭 아우구스티노 신부(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는 “동료들의 퇴근길을 지켜만 보아야 하는 해고노동자들의 심정을 생각하면 천막을 바라볼 수 없다”며 “이 세상 정의가 쌍용차와 함께 침몰한 것 같다”며 자신의 심정을 전했다.
그는 “7번째 여름을 끝으로 쌍용차 노사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면서 “미사를 통해 사측과의 불통이 소통으로 변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정리해고 농성 7번째 여름을 끝으로 쌍용차 사태가 해결되길 염원한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은 한 달간 쌍용차 투쟁과 관련한 소식을 참석 인원들에게 전했다.
김 지부장은 “더위로 천막 안이 사우나 같아서 천막농성을 유지하기가 매우 힘들었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10일간의 휴가 기간을 두고 4박 5일씩 휴가를 다녀왔다”며 “그러나 대부분은 농성장 근처에서 휴가를 보내며 멀리 벗어나지는 못 했다”고 말했다.
▲ 출퇴근 하는 동료들 앞에서 복직의 희망을 버리지 않는 노동자
또한 “쌍용차 최대주주인 마힌드라 그룹이 있는 인도에서 올해 아시아·태평양 총회가 열리기 때문에 사측과 진전이 없다면 인도 현지 파견을 통해 마힌드라 그룹과 인도 노조 단체들과 간담회를 진행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그는 “187번째 복귀 시점이 정해지는 그날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고 다짐했다.
이날 미사에 참석한 평신도 김선애 씨는 “세월호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정치나 사회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죽어가는 상황을 보면서 세상에 대한 무관심이 사람의 생명을 죽음으로 몰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 세상에 대한 무관심이 사람의 생명을 죽음으로 몰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시대
그는 “평택 쌍용차 미사에 꼭 와보고 싶어서 휴가를 내고 왔다”며 “비록 바쁜 일상이지만 시간과 기회가 허락되면 항상 참여하고 연대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 노동자는 쌍용차 미사 참석자들을 향해 “여러분이 오셔서 얼마나 힘이 나고 고마운지 모르겠다. 9월에 오실 때에는 아픔의 미사가 아니라 기쁨의 미사가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며 수차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쌍용차 사태와 이 땅의 해고자들을 위한 미사는 매월 둘째 주 월요일에 봉헌되지만, 이번 8월과 같이 변경될 수 있기 때문에 정의구현사제단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 수도자와 평신도, 노동자들과 그 가족 등 150여 명이 길거리에서 미사를 봉헌한다.
쌍용차 사태는 2009년 4월 쌍용차가 경영난을 이유로 노동자 2,646명을 정리해고 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2,646명은 전체 쌍용차 근로자의 30%, 생산직 노동자의 50%에 해당한다.
이에 노조는 임금 인하, 복지 중단, 무급 순환 휴직과 같은 협상카드를 제시하였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해고도 막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 임금을 노조에서 책임지겠다는 협상도 진행했다.
나아가 회사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신차 개발 기금을 노동자들의 퇴직금을 담보로 정부 대출을 받겠다는 제안도 했다.
그러나 쌍용차는 노조의 협상카드를 받지 않고 대량 해고로 일관했고, 이에 노조는 지난 5일 경찰병력에 의해 진압되기 전까지 두 달 반 동안 공장 옥쇄파업에 들어갔다.
▲ 하느님께서 잊지 않으신다. (루카 12,6)
그동안 여러 부당 정리해고의 의혹이 제기되었으나, 현재까지 쌍용차 정리해고 노동자들에 대한 복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