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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은 소통, 주교는 불통?
  • 김근수 편집장
  • 등록 2015-09-03 10:16:56
  • 수정 2015-09-03 12: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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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 기자



천주교 인천교구가 소유하고 재단법인 인천교구천주교회유지재단이 운영하는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이하 인천성모병원)과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이하 국제성모병원)이 계속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두 병원에 대해 의혹이 일거나 노조측이 제기한 문제는 재판 결과 등을 좀 더 지켜보기로 하자. 적어도 세 가지 문제는 지금 언급하고 싶다.



이학노 몬시뇰의 정치자금 불법 기부


인천성모병원 병원장 이학노 몬시뇰이 19대 총선에서 후보자들에게 거액의 정치후원금을 기부한 사실이 부평신문과 시사인천의 최근 보도로 밝혀졌다.


이 보도에 따르면, 이학노 몬시뇰은 새누리당 소속 이학재, 홍일표, 황우여, 정유섭 후보에게 500만원씩,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김교흥, 신학용, 최원식, 홍영표 후보에게 500만원씩, 문병호 후보에게 300만원을 기부했다. 이학노 몬시뇰은 인천교구 소유 병원이 있는 서구강화갑, 부평갑 지역구 여야 후보자 모두에게 정치후원금을 기부하였다. 이학노 몬시뇰이 정치후원금을 기부한 후보자 9명 중 7명이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이학노 몬시뇰은 9명의 후보자에게 총 4,300만원의 정치후원금을 기부한 것이다. 정치자금법 11조에 의하면, 국회의원 후보자 후원회에 기부할 수 있는 정치후원금은 연간 2,000만원을 초과할 수 없다. 정치자금법에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기부 받은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이학노 몬시뇰의 위법행위는 아직 처벌되지 않고 있다. 인천시 선관위 측은 이학노 몬시뇰이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사건을 파악해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시사인천은 보도하였다.


이학노 몬시뇰은 왜 법을 어기면서 국회의원 후보자들에게 정치자금을 건넸을까. 천주교 사제로서 그런 일을 해도 되는 것인가. 세속 사람들보다 더 세속적인 행태 아닌가. 그런 행동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자신의 위법 사실이 드러난 이학노 몬시뇰은 앞으로 자신의 거취를 어떻게 할 것인가. 감독 의무가 있는 최기산주교는 이학노 몬시뇰을 어떻게 조치할 것인가.



경찰의 성당 진입


지난 8월 19일 오후, 전국보건의료노조 조합원 등 200여 명은 인천성모병원 문제를 인천교구장 주교가 해결하라고 요구하며 답동주교좌성당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경찰은 집회 시작 무렵부터 성당 안으로 들어가 외부에서 성당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막아버렸다. 경찰은 성당으로부터 시설보호 요청이 있었다며 집회가 끝날 때까지 성당 입구를 막았다.


집회 대표자들이 성당 입구를 경찰이 막은 것에 대해 묻자 관리국장 신부는 경찰에 시설보호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관리국장 신부는 집회자 측이 경찰에 집회신고를 하자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경찰이 들어온 것이라는 것이다. 관리국장 신부와 경찰의 말이 다르다. 성당측이 시설보호요청을 하지 않았는지 가톨릭프레스가 관리국장 신부에게 답변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하였다. 인천교구는 진실을 말해야 한다.


87년 6·10 항쟁 때 경찰이 명동성당에 진입하려 하자 김수환 추기경은 "경찰이 들어오면 맨 앞에 내가 있을 것이고, 그 뒤에 신부들, 그 뒤에 수녀들이 있을 것이오. 그리고 그 뒤에 학생들이 있을 것이오"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30여 가까이 지난 오늘, 성당에 경찰이 진입하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


ⓒ 최진 기자



최기산주교의 면담 거부


8월 25일 인천성모병원 노조지부장 홍명옥 간호사는 최기산 주교 면담을 요청하며 인천교구청 앞에서 천막을 치고 단식농성을 시작하였다. 단식을 중단한 31일까지 7일 동안 최기산주교는 홍 간호사를 한 번도 만나주지 않았다. 최기산주교의 처신이 성직자로서 주교로서 옳은 것인지 묻고 싶다. 프란치스코교황 같으면, 예수 같으면 이런 상황에서 과연 어떻게 했겠는가.


홍 간호사 등 노조 관계자들은 곧 로마 교황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발표하였다. 최기산주교와 인천교구는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어서 대화와 협상에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교황청과 해외언론, 세계교회에 알려져야 되겠는가. 프란치스코교황이 “인천성모병원 문제 어떻게 되었습니까?” 라고 인천교구에 묻는 일이 생겨서야 되겠는가.


ⓒ 최진 기자


이학노 몬시뇰의 정치자금 불법 기부, 경찰의 성당 진입, 최기산주교의 면담 거부 셋은 그 어느 하나만 해도 인천교구 역사에 오점으로 남을 문제다. 노동문제에 선구자 역할을 해오던 자랑스런 인천교구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가. 최기산주교가 제일 먼저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 300여 명이 넘는 인천교구 사제들과 수십만 평신도들도 공동 책임에서 제외될 수 없다. 인천교구 전체의 신앙 감각과(sensus fidei) 정의감각을(sensus iustitiae)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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