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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사회복무제를 상상한다 : 모든 시민이 나라를 지키는 새로운 계약
  • 이원영
  • 등록 2026-05-29 20:16:47
  • 수정 2026-05-29 20:2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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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 낡은 틀이 무너지고 있다


2025년 현재, 대한민국의 병역 제도는 두 개의 절벽 앞에 서 있다. 하나는 인구 절벽이고, 다른 하나는 인식의 절벽이다.


매년 20세 남성 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2020년대 초반 약 25만 명이었던 입영 가능 자원은 2030년대에는 15만 명 선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숫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군 복무가 특정 성별에게만 강요되는 '불평등한 희생'으로 인식되면서 사회 통합의 균열이 깊어지고 있다. 20대 남녀 간 극단적인 젠더 갈등의 저변에는 이 비대칭적 의무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단순히 '병사가 모자란다'는 양적 위기가 아니다. '누가, 어떻게, 무엇을 지키는가'라는 국방의 본질에 관한 질적 위기다. 미사일과 드론이 전장을 지배하고, 사이버 공격이 국가 기간망을 흔드는 시대에, 20세기식 징병제의 문법으로 21세기의 안보를 감당할 수 있는가.


이 글은 이 두 위기를 동시에 돌파할 수 있는 하나의 포괄적 대안, '남녀사회복무제'를 제안한다. 그것은 단순히 여성을 군대에 보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국방을 포함한 사회 전반의 공적 기여를 모든 시민의 공통 의무와 권리로 재설계하는, 새로운 시민적 사회 계약의 구상이다.


현행 제도의 세 가지 구조적 모순


① 인권의 문제 : 헌법적 평등과의 충돌


대한민국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며 성별에 의해 차별받지 않는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제39조의 '국방의 의무'는 실질적으로 남성에게만 강제 적용되어 왔다. 이는 법리적 모순이기 이전에 시민적 연대의 균열이다.


출산과 육아에 따른 여성 면제 혜택은 본래 생물학적 역할을 배려한 조치였다. 그러나 이 제도는 '출산하지 않은 여성'에 대한 면제 근거가 불분명한 채로 운용되어 왔고, 사실상 여성 전체가 병역 의무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결과를 낳았다. 그 결과는 남성에게는 억울함, 여성에게는 '무임승차'라는 사회적 낙인이라는 이중의 왜곡으로 나타났다. 인권은 의무 없는 권리를 허락하지 않는다. 진정한 평등은 '같은 보호'만이 아니라 '같은 책임'에서도 구현되어야 한다.


② 갈등의 문제 : 이해 부재가 만든 남녀 갈등


오늘날 한국 사회의 남녀 갈등은 단순한 감정의 충돌이 아니다. 그 뿌리에는 경험의 비대칭성이 있다. 20대 남성의 약 2년, 사회생활의 출발점에서 군 복무라는 단절을 경험한 남성과 그 경험을 전혀 공유하지 못한 여성 사이에는 서로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적 간극이 존재한다.


이스라엘이 남녀 공동 복무를 유지하는 이유 중 하나는 군사적 필요만이 아니다. 남녀가 같은 제복을 입고, 같은 훈련을 견디고, 같은 위험 앞에서 서로를 의지했던 경험이 전후 사회의 시민적 유대를 만들어 낸다는 신념이다. 공동의 의무가 공동의 언어를 만든다. 대한민국에서 남녀가 경험의 공동 기반을 갖지 못한 채 성장한다는 것은, 사회적 공감의 회로가 처음부터 단절된 채로 출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③ 안보의 문제 : 현대전에 맞지 않는 징병 문법


현대전은 더 이상 보병의 돌격으로 승패가 갈리지 않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 조종사 한 명이 전차 한 대를 무력화하고, AI 기반 정보 분석이 포병 운용 전체를 바꾸는 시대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오늘날 국방의 핵심 역량은 100km 행군을 버티는 근력이 아니라, 수백 건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무인 체계를 정밀하게 조작하는 디지털 리터러시와 전략적 판단력이다. 이 역량에서 생물학적 성별은 결정적 변수가 아니다. 세밀한 집중력이 요구되는 드론 운용이나 사이버 분석 보직에서는 오히려 여성 자원의 우수성이 각국의 군사 연구에서 꾸준히 확인되고 있다. 인구의 절반인 여성을 국방 자원 풀에서 배제하는 것은, 최정예 선수를 절반만 데리고 월드컵에 나서는 것과 다르지 않다.


세계는 이미 전환 중이다 — 4개국 사례


① 노르웨이 : 유럽 최초의 성 중립 징병제, '정예 선발'의 교과서


2016년, 노르웨이는 유럽 및 NATO 회원국 최초로 성 중립적 의무 징병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그 목적은 단순히 병력 부족을 메우는 것이 아니었다.


노르웨이의 원칙은 명확하다. '성별과 무관하게 가장 뛰어난 적임자를 선발한다.' 전체 징집 대상자 중 군이 요구하는 지적·신체적 기준을 충족하는 상위 15~20%만을 정예병으로 선발한다. 이 과정에서 여성의 비중은 자연스럽게 30%를 넘어섰다. 더 넓은 인재 풀에서 더 뛰어난 인력을 가려내는 방식이다.


노르웨이 국방부의 평가는 단호하다. '우리는 더 좋은 군대를 갖게 되었다.' 여성 복무자들의 평균 교육 수준, 기술 역량, 복무 적응도가 남성 동기보다 통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선발 기준을 성 중립으로 바꾸는 것 자체가 전반적인 인적 자원의 질을 끌어올린 것이다.


"우리는 병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최고의 병사가 필요하다. 그들이 남성인지 여성인지는 부차적인 문제다." — 노르웨이 전 국방장관 잉에 쇠레이데


② 스웨덴 : 폐지했다가 부활한 징병제, '사회 복원력'의 재발견


스웨덴은 2010년 경제적 이유와 안보 위협 감소를 근거로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로 전환했다. 그로부터 8년 후인 2018년, 스웨덴은 전격적으로 징병제를 부활시켰다. 그것도 남녀 모두를 대상으로.


계기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2014)과 계속되는 발트해 긴장이었다. 그러나 스웨덴이 징병제를 되살린 더 깊은 이유는 단순한 병력 충원이 아니었다. '전 국민 방위(Total Defence)' 개념의 복원, 즉 군사력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민군 통합 복원력'의 구축이 목표였다.


스웨덴의 전 국민 방위 체계에서는 군인뿐 아니라 민간 의료진, 소방관, 인프라 운용 요원, 심리 지원 인력이 모두 비상 대비 훈련에 참여한다. 국방은 군의 일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일이라는 인식이 제도의 근간이다. 스웨덴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징병제는 시대에 따라 폐지될 수도 있지만,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국가 방위' 개념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③ 핀란드 : 80년의 자발적 전통, '국가를 지키는 마음'


핀란드는 소련과의 긴 국경을 맞댄 나라로, 1939년 겨울 전쟁의 기억이 국민 정서 깊숙이 새겨져 있다. 현재 핀란드는 남성에게 6~12개월의 의무 병역을 부과하면서, 여성에게는 자발적 군 복무 기회를 제공한다.


핀란드 여성의 자원입대율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매년 1,000명 이상의 여성이 자발적으로 군에 지원하며, 이들은 남성과 동일한 기준과 훈련을 거친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핀란드의 NATO 가입과 함께 여성 자원입대 비율은 더욱 상승하고 있다.


핀란드의 핵심은 '강제' 이전에 '자발성'이다. 군 복무가 국가에 대한 자부심과 연결된 문화적 자산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의무로 강제하지 않아도 여성들이 스스로 지원한다. 여기에는 복무 환경이 실질적으로 평등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신뢰가 전제된다.


핀란드는 또한 '예비군의 나라'다. 전체 인구 550만 명 중 예비군은 28만 명에 달한다. 평시에는 민간인이지만 비상시 즉각 전투 편제에 합류하는 이 시스템은, 국방이 현역 군인만의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④ 독일 : 모병제의 한계와 사회복무의 진화


독일은 2011년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로 전환했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독일 내에서 징병제 재도입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올라프 숄츠 전 총리는 2024년 '의무 병역 재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프리드리히 메르츠 현 총리 또한 국방력 강화를 핵심 정책 과제로 삼고 있다.


독일의 사례에서 주목할 것은 '지비디엔스트(Zivildienst)', 즉 대체 사회복무 제도다. 징병제 시절 독일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군 복무 대신 병원, 노인 요양원, 장애인 시설, 환경 단체 등에서 사회복무를 이행했다. 이 제도를 통해 독일의 사회 복지 인프라는 수십 년간 수십만 명의 저비용 고헌신 인력을 공급받았다.


징병제 폐지 이후 이 인프라가 무너지면서 독일 복지 시스템의 인력난이 심각해졌다. 사회복무 제도가 단순한 병역 회피 경로가 아니라 사회 유지의 핵심 인프라였음을 폐지 이후에야 뼈저리게 깨달은 것이다. 독일의 경험은 역설적으로 '사회복무를 포함한 포괄적 복무 제도'의 중요성을 방증한다.


대한민국 모델 설계 ㅡ '징병제'를 넘어 '시민복무제'로


"모든 시민은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의무와 권리를 동등하게 갖는다. 그 방식은 다양하되, 그 무게는 균등하다."


남녀사회복무제는 군 복무를 국방·사회 전반에 걸친 포괄적 시민 복무 체계의 일부로 재정립하는 구상이다. 국방복무는 이 체계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고도화된 영역으로 자리매김하되, 복무의 스펙트럼을 넓혀 더 다양한 방식의 사회적 기여를 가능하게 한다.


핵심 원칙 1. 남녀 공통 의무


모든 시민은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복무 의무를 지닌다. 입대 가능 연령 기준을 30세까지 연장하여 학업과 경력 형성의 시간을 존중한다. 복무 기간은 복무 유형에 따라 차등화하되, 국방복무가 가장 높은 우선순위와 보상을 갖는다.


핵심 원칙 2. 국가의 선발권 + 개인의 지원권


국가는 복무 분야별로 필요한 역량 기준을 설정하고 선발권을 갖는다. 개인은 자신의 적성과 희망에 따라 복무 유형을 지원할 권리를 갖는다. 이 두 권한의 절충이 제도의 핵심 작동 원리다. 국방복무 지원자 중 기준에 미달하면 다른 사회복무로 배치되고, 사회복무 지원자 중 국방 역량이 탁월한 자원은 우대 선발한다.


핵심 원칙 3. 복무 스펙트럼의 다층화


▲ ⓒ 이원영



핵심 원칙 4. 출산과 육아는 남녀 공동의 사유로


현행 제도에서 출산은 사실상 여성만의 면제 사유로 기능해왔다. 남녀사회복무제에서는 출산과 육아를 '남녀 공통의 복무 유예 사유'로 재정의한다. 출산 또는 입양 이후 일정 기간, 당사자가 남성이든 여성이든 복무를 유예하거나 유연복무로 전환할 수 있다.


국가는 부대 내 24시간 보육 시설, 유연 근무제, 상근 보직 우선 배정 등 '육아 가능한 복무 환경'을 구축할 의무를 진다. 군대가 대한민국 최고의 보육 인프라를 갖춘 일터가 되는 것, 이것이 저출생 문제와 국방 의무를 동시에 해결하는 접점이다.


핵심 원칙 5. 양심적 병역거부의 자연 해소


현행 체계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는 협소한 대체복무의 틀 안에서만 수용되어왔고, 여전히 사회적 낙인이 따른다. 남녀사회복무제에서는 복무 스펙트럼 자체가 광범위하게 확대되므로, 무기를 들지 않겠다는 양심은 생태농촌복무나 복지돌봄복무로 자연스럽게 수용된다. 거부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방식의 기여가 존엄하게 인정받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야성(野性)을 기르는 복무 — 왜 생태농촌복무인가


산업화와 도시화, 디지털화가 심화될수록 대한민국의 젊은 세대는 통제된 환경 속에서 성장한다. 폭우를 맞아보고, 맨손으로 땅을 일궈보고, 낯선 공동체 안에서 생존해본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생태농촌복무는 단순한 농업 지원이 아니다. 소멸 위기에 처한 농산어촌 지역에 젊은 인력을 공급하면서, 동시에 복무자들에게 자연 속에서의 도전과 공동체 경험을 제공한다. 이것이 '야성의 회복'이다.


군사적 관점에서도 야성은 핵심 자산이다. 극한 환경에서 판단하고, 낯선 집단 안에서 협력하며, 물리적 고통을 견디는 역량은 어떤 무기 체계보다 근본적인 전투 자산이다. 첨단 기술 국방 시대에도 이 인간적 기반은 사라지지 않는다.


덴마크는 이미 군 복무와 농업·환경 복무를 결합한 '그린 디펜스(Green Defence)' 개념을 실험하고 있다. 복무자들이 훈련 중 자국 식량 생산과 생태 복원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이 모델은, 국방과 환경·식량 안보를 통합하는 미래 지향적 접근이다.


인센티브 구조, 의무를 매력적인 선택으로 : 어떤 의무도 강제만으로는 지속되지 않는다. 남녀사회복무제의 성공은 복무를 단순한 희생이 아닌 경력과 성장의 기회로 설계하는 데 달려 있다.


보수의 현실화 : 국방복무를 포함한 모든 사회복무의 급여를 일반 직장 초봉 수준으로 현실화한다. 현재 병사 월급이 급상승 중인 추세를 유지·확대한다.


명예의 제도화 : 국방복무 이력을 공공기관 취업, 대학 입학, 민간 기업 채용에서 실질적으로 우대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 노르웨이의 경우처럼 군 복무가 사회적 신뢰 자본으로 기능하도록 한다.


경력의 연계 : 복무 중 취득한 드론 조종, 사이버 보안, 응급구조, 생태 농업 기술을 민간 자격증과 연동한다. 복무가 끝났을 때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스펙과 역량이 축적되도록 설계한다.


주거·교육 혜택 : 복무 이행자에게 공공주택 입주 우선권, 대학원 장학금, 창업 지원 프로그램 연계 등 실질적 삶의 혜택을 제공한다.


유라시아 시대의 국방 — 더 긴 시야로


남녀사회복무제를 논해야 하는 가장 긴 시야의 이유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미래에 있다. 언젠가 남북 대치가 해소되는 날, 대한민국은 새로운 지정학적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중국, 러시아라는 유라시아 대륙의 두 권위주의 강대국과 직접적인 전략적 경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 구도에서 '머릿수'로 대국들을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한민국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수적 열세를 압도하는 기술적 초격차와 인적 정예화다. 전 시민이 국방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그 중 가장 정예화된 자원이 국경을 지키는 시스템, 이것이 인구 5천만의 나라가 인구 14억, 15억의 대국 사이에서 자율성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미사일 전쟁, 드론 전쟁, 사이버 전쟁의 시대에 국방의 전선은 더 이상 물리적 국경선에 한정되지 않는다. 전력망, 금융 시스템, 통신 인프라, 식량 공급망이 모두 안보의 전선이 된다. 이 광대한 전선을 지키는 것은 특정 성별의 몇십만 명이 아니라, 전 시민이 각자의 분야에서 국가 복원력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사회 전체의 방위 역량'이다. 남녀사회복무제는 이 역량을 평시부터 구축하는 제도적 기반이 된다.



▲ 대륙의 시대가 되면 국방의 개념을 원점에서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거니와, 현시점에서도 그러한 필요성이 중요해졌다. (ⓒ 이원영)


예상되는 반론과 답변


Q. 신체 능력 차이가 있는데 형평성에 맞는가?

A. 현대 국방복무의 핵심은 더 이상 체력 단독이 아니다. 신체 역량이 요구되는 보직은 신체 기준으로, 기술·판단 역량이 요구되는 보직은 해당 역량으로 선발하면 된다. 노르웨이는 이미 보직별 차등 기준을 정교하게 설계하여 운용하고 있다. 일괄적인 기준이 아닌 보직 맞춤형 기준이 해답이다.


Q. 군 복무 기간 동안 여성의 경력 단절이 문제 아닌가?

A. 현재 남성이 겪는 경력 단절 문제이기도 하다. 30세 유예, 유연복무, 복무 경력 인정 등의 제도 설계로 완화할 수 있다. 더 근본적으로는 복무 자체가 경력이 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해법이다.


Q. 저출생 상황에서 여성에게 또 다른 부담을 지우는 것 아닌가?

A. 역설적으로 현재 구조가 저출생을 악화시킨다. 모든 육아 부담을 여성에게만 집중시키는 사회 구조가 출산 기피의 핵심 원인이다. 남녀 공동의 복무 유예 제도와 군 내 완벽한 보육 인프라는 오히려 출산을 장려하는 구조를 만든다.


Q. 사회복무의 질적 수준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

A. 독일의 지비디엔스트 경험이 교훈을 준다. 명확한 성과 기준, 전문 슈퍼바이저 배치, 복무 이후 역량 인증 시스템이 필요하다. 형식적 복무가 되지 않도록 복무 기관에 대한 평가 제도도 병행해야 한다.


맺음말 — 새로운 사회 계약을 향해


남녀사회복무제는 급진적 제안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독일의 경험은 이것이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사회 통합의 기반이 될 수도, 또 하나의 갈등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세 개의 위기가 동시에 교차하는 역사적 분기점에 서 있다. 인구 절벽, 남녀 갈등, 안보 환경의 격변. 이 세 위기는 각각의 처방전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하나의 포괄적 틀 안에서 동시에 접근할 때만 해법이 열린다.


남녀사회복무제는 그 포괄적 틀이다. 모든 시민이 국가에 기여하되 그 방식은 다양하고, 그 보상은 공정하며, 그 경험은 공유된다. 군복무의 공동 경험이 사회적 공감의 언어를 만들고, 다양한 복무의 경험이 사회 전체의 복원력을 높인다.


안보는 특정 성별의 희생이 아니라 모든 시민의 공동 책임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책임은 강제의 언어가 아닌 연대의 언어로 호명되어야 한다.


"나라를 지키는 일은 군인만의 일이 아니다. 그것은 시민 모두의 일이다. 그리고 시민 모두의 일이 될 때, 그 나라는 비로소 지킬 가치가 있는 나라가 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한겨레:온>에도 실렸습니다.


[필진정보]
이원영 : 시민인권위원회 공동위원장, 국토미래연구소장, 전 수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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