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옥 보건의료노조 인천성모병원 지부장은 12일 "인천성모병원 사태는 인천교구와 병원이 풀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홍 지부장은 "이번 사태는 인천성모병원이 너무 가혹한 방법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사회적으로 부도덕한 부당청구를 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어서, 병원과 인천교구가 반드시 책임을 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 지부장은 "인천교구나 병원은 로마 투쟁이 끝 일거라 생각하겠지만, 이 문제는 이미 인천 지역사회를 넘어서 사회적인 문제가 됐기 때문에 앞으로 그 위상에 걸 맞는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또 "그 동안 노동사목이나 진보활동을 하는 신부님들한테 수 없이 도움을 청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며, "이제 신부들이 목소리를 내줘야 그나마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 지부장은 이날 로마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로마에까지 와서 병원 실상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 정말 마음 아팠지만, 문제가 본격화된 이후 6개월 동안 병원도 교구도 대화조차 하지 않고 외면하는 상황이 정말 충격이고 유감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음은 홍 지부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 (편집장) 로마까지 와서 고생 많으신데 건강은 어떠신지요? 시차, 잠자리는 불편하지 않으세요?
▶ (홍 지부장) 생각했던 것보단 나쁘지 않아요. 시차가 힘들었는데 적응됐고, 음식은 숙소에서 해먹어요.
- 이탈리아 노조에서 협조해준 게 있습니까?
▶ 숙소도 마련해주고, 많은 도움 받고 있습니다.
- 이탈리아 노조에서 특별 연설도 했고, 많이 환대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느 언론에 보도됐고, 어떻게 기자회견 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 이탈리아 노총과 UNI가 연대했어요. 산업별 노조 국제조직인 UNI는 우리 노조가 가맹하고 있는 조직이에요. 두 노총은 사업 성향이나 내용이 달라요. 이탈리아 노총은 우리나라로 치면 민주노총 같은 조직이어서 그런 류의 투쟁을 지원하고, UNI는 촘촘한 대화나 창구를 중요시하는 조직이에요. 그런 양쪽이 각 조직 성격에 맞게 적합한 도움을 주고 있어요.
- 이번에 연설할 때 노조 간부들 반응은 어땠어요?
▶ 우리가 UNI에 갔을 때 마침 유럽 공공부문 노조들이 중요한 세미나를 하고 있었어요. 이건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알리는 게 중요하다면서, 프로그램엔 없지만 특별 배치를 해 줄 테니 와서 연설해줄 수 있느냐고 했어요. 저희는 너무 감사했죠. 발표하면서 정말 진심으로 임했고, 반응을 보니까 나라는 다르지만 노동자들의 공감대는 비슷하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특히 우리 노조가 10년 탄압을 받아서 11명의 조합원 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 상황에서도 투쟁을 하는 점에 주목하는 대목에서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 19~20세기 초에 가톨릭교회가 이탈리아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적절하게 다루지 못해서 많은 노동자들을 잃었어요. 이탈리아 노동자들은 아픔과 역사를 다 알고 있기 때문에 특히 교회 안의 노동문제에 대해 정말 진지하고 민감하게 생각해요. 로마에 오시기 전에 인천교구와 대화나 만남이 이뤄졌으면 좋았겠죠? 인천교구 최기산 주교님과의 면담을 요청하고 답동주교좌성당 앞에서 단식까지 했는데 정말 한 번도 안 만나주던가요?
▶ 그렇습니다. 제가 누누이 얘기하지만 이 싸움은 인천교구와 병원이 풀지 않으면 끝나지 않아요. 우리 노조는 10년의 탄압 속에서 힘을 다 잃었어요, 병원과 대적할 힘이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가혹한 방법으로 저를 괴롭히고, 사회적으로 부도덕한 부당청구를 한 일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병원이 걸린 문제에요. 그래서 병원과 인천교구가 반드시 책임을 지고 끝내야 돼요. 그때까지 저희 투쟁은 멈출 수 없어요. 저희는 더 이상 잃을 게 없거든요. 잃을 게 없어요. 여기까지 왔는데 개인적으로 저는 굉장히 비통하고 안타깝고 자존심도 상하고…, 속상해요. 여기까지 와서 우리 병원의 실상을 드러내야 한다는 게 정말 마음 아파요. 그런데 문제는 지금 6개월째거든요, 6개월 동안 병원도 교구도 대화조차 하지 않고 외면하는 상황이 정말 충격이에요. 너무 유감입니다.
- 이 사태를 보는 가톨릭신자나 국민들의 눈이 상당히 슬픈 것 같습니다. 가톨릭신자들은 다른 일반 사업장도 아니고 가톨릭 소유 사업장에서 이런 문제가 생기고, 그 과정에서 인천교구나 인천교구 주교님이 노조와 홍 지부장을 대하는 태도가 인간적이지도 않고 복음 정신과 거리가 멀었어요. 그 모습에서 충격을 받는 것 같아요. 국민들은 그동안 가톨릭이 노동자를 보호하고 희생자를 편드는 줄 알았는데, 가톨릭교회가 노동자들을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더 어렵게 한다는 대목에서 충격을 받은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사실 이 두 가지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이런 현실을 드러내는 것조차 어려웠을 거라 생각해요. 병원이 자초한 일이긴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서 그나마 우리의 내부적인, 남들이 보기엔 충격적이고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 드러난 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 일이 문제를 풀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했죠. 인천교구와 병원은 아프지만 이 과정을 통해서 일신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고, 저희 또한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를 함께 할 수 있는 고민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어요.
- 한국에 돌아가서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십니까?
▶ 일단 인천교구나 병원은 로마 투쟁이 끝 일거라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분명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병원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끝나지 않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후 일정도 쭉 잡혀있어요. 프로그램을 다 말할 수 없지만, 이미 여론이 확산됐고 이제는 인천 지역사회를 넘어서 사회적인 문제가 됐기 때문에, 그 위상에 걸 맞는 투쟁들이 다시 배치될 겁니다. 지금도 돌아가는 대로 문제가 해결되길 바랍니다. 그렇지 않다면 저희는 더 큰 싸움을 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됐다고 보기 때문에, 투쟁을 계속 해나갈 겁니다.
- 여기까지 오지 않아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인천교구가 쥐고 있었던 건데, 결과적으로 인천교구가 로마 원정대를 파견시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 문제가 한국의 차원을 넘어서 교황청까지 전해졌고, 여러 경로를 통해서 교황청에 여러 자료가 들어갔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로 교구청이 인천교구에 취하는 움직임이 있지 않을까 예상하는데, 그 부분에서 어떤 기대가 있으십니까?
▶ 당연히 그렇게 됐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저희도 다양한 경로로 정보를 전달했습니다. 지금도 다양한 과정을 통해 경로를 확보하고 있고요. 어떤 식으로든지 영향은 반드시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것까지 포함해서 이 문제가 풀릴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 지금 가톨릭신자나 국민들이 의아해하는 것이 인천교구에 두 분의 주교, 300명이 넘는 사제, 수십만이 되는 신자가 있는데 왜 그중에서 합리적인 목소리나 대화의 자세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거예요. 어떻게 생각하시죠?
▶ 사실 저는 많은 기대를 하기 어려운 경험을 이미 했습니다. 우리가 10년 동안의 노조 탄압 과정에서 노동사목이나 진보활동을 하시는 신부님들께 여러 도움을 청했는데 구조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더라고요. 그건 제 선을 넘는 일이기 때문에 더 말할 수 없는 부분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문제는 10년 동안 쌓인 문제들이 곪아터진 상황이에요. 그래서 간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동안 우리 노조가 청했던 차원의 문제가 아니고 10년 동안 쌓이고 쌓여서 곪아터진 상황인데, 이 상황에서 여러 신부님들이 침묵한다면 정말 비극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어려우시겠지만 노력 해 주실 거라 믿고 그런 바람으로 두 차례 신부님들께 절박한 심정으로 호소를 드렸습니다. 1차 호소문을 드린 이후로 저에게 정확한 반응이 오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드러내고 싶지 않은 자료들이었지만 불가피하게 이 문제를 심각하게 느낄 수 있는 여러 문건들까지 포함해서 2차 호소문을 드렸어요. 어려워도 신부님들이 목소리를 내주셔야 그나마 이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보건의료노조 소속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이 이번 일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 분들께 위로와 감사의 말씀 전해주세요.
▶ 먼저 정말 감사드립니다. 사실 저희는 많이 위축되어 있는 상태였어요. 직원 1,600명에 조합원은 11명뿐이거든요. 모든 조합 활동이 원천봉쇄 당해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지금까지 우리는 지켜야 하기 때문에 버틴 것뿐이에요. 우리의 투쟁과 상황을 알고 많은 동지들이 지지와 연대, 지원을 아끼지 않고 물신양면으로 도와주고 있어요. 조합원들이 감동을 느낄 정도로 투쟁하고 있어요. 보건의료노조는 말할 것도 없고 민주노총, 지역단체들에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우리가 승리하는 것이 가장 큰 감사를 드리는 일이고, 그렇게 갈 겁니다. 특히 언론도 우리에게 엄청난 도움을 주고 있어요. 언론이 가톨릭 내에서 본질적으로 접근해 다뤄주고 있는 것이 큰 힘이 됩니다. 이것은 또 여러 매체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아요. 이후에도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
- 앞으로도 필요하면 다시 로마에 오실 수 있죠?
▶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 바쁘신데 장시간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교회의 높은 장벽을 실감하면 세상에희망을 잃게 됩니다.
교회는 희망이 되어야 하는데 갈수록 절망적 입니다.
이제 교회도 그리스도에게 희망을 찾기 보다는 세상에서 희망을
찾는듯 보입니다.
돈과 힘, 이것이 교회의 미래라면 암담합니다.
무언의 동조자.. 그들은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하실때
빨마가지를 흔들어 대고 환영했지만~
이내 "십지가에 못박으시오~" 라고한 그들의 모습이 지금의
우리들의 모습인듯 보여집니다.
성모병원의 노동자들의 고통, 서울교구 성물방 납품업체들의 고통,
그들의 모습은 우리의 미래가 아닐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