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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동성 시험 규제완화, 저소득층 청년들 무시하나
  • 최진 기자
  • 등록 2015-11-19 15:58:48
  • 수정 2015-11-20 11: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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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청년들이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생동성 시험에 참여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생동성 시험’이란 판매 중인 약품의 복제 약을 제조·시판하기 전에 기존 시판 약품과 비교해 동등한 효과를 내는지 검증하는 임상시험의 일종이다. 


18일 ‘매일노동뉴스’에 보도된 생동성 시험과정에 따르면 피험자들은 신체검사를 받고 시험과정과 약물 부작용 가능성을 안내받고 그룹으로 나뉘어 한 조는 실제 약, 다른 조는 효과를 비교할 복제 약을 먹는다. 지원자들은 자신이 어느 쪽인지 모른 채, 침대에서 안정을 취하며 약 효과를 점검하기 위해 10~20차례 피를 뽑힌다. 


생동성 시험에 참가했던 한 청년은 “시작할 때부터 내 몸에 가격이 붙고 몸을 거래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안 좋았다. 약을 먹고 나서 간호사가 제대로 삼켰는지 면봉으로 입안을 훑는데 그때 '내가 진짜 마루타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부작용은 없었지만, 존엄성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체험자는 “대학생들이 임상시험에 지원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상황도 함께 살펴 달라”며 “무섭지만, 돈이 필요하니까 부작용이 있어도 그만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생동성 시험이 끝난 후 사례금이 지급되며, 중간에 그만두면 돈을 받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지난 16일 ‘임상시험의 숨겨진 진실, 국민이 마루타인가?’ 라는 주제로 토크쇼를 진행했다. 이날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현재 임상시험은 공공기관의 관리 없이 민간 제약기업이 주도하고 있고, 연구 목적보다 판매 약품 개발을 위한 상업적 시험이 대부분이다. 기업들이 기존 약품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복제 약을 더 만들어 이익을 내려고 생동성 시험을 늘린다”며 “이미 한국 사회는 임상시험을 시장 논리에 내맡긴 상태다. 학생이나 저소득층은 돈의 유혹 탓에 임상시험에 참여하게 된다. 피험자에게 위험이 전가되는 시험이 필요한지 사회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30일 세계 5대 임상시험 강국 도약을 위해서라며 임상시험 규제 완화 정책인 ‘임상시험 국제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보건부는 신약개발의 경쟁력을 위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며, 한국을 2020년까지 세계 5대 임상시험 강국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개선안에는 민간 임상시험 기관이 피험자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통합정보시스템 구축과 임상시험 비용을 건강보험으로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저소득층이나 난치병 환자의 임상시험 참여를 확대하는 내용도 담았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선진국의 경우 윤리적인 문제와 위험성으로 임상시험을 줄이는 추세인데, 정부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제약회사의 마루타로 삼는다며 비판했다. 또한 저소득층 환자의 어려운 환경을 이용해 임상시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심각한 문제이며, 부작용에 대한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임상시험 피험자 가운데 ‘중대 이상 약물 반응’을 일으킨 경우는 476건이다. 그중 부작용으로 입원한 경우는 376건이고, 이들 중 10%인 49명은 임상시험 도중 사망했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는 대학생들의 16.3%가 고위험 아르바이트를 경험했으며, 이들 중 13%가 임상시험의 일종인 생동성 시험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생들은 당장 급한 생활비(35.8%)나 등록금(18.1%), 대출금 상환 등 주로 금전적인 문제를 이유로 고위험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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