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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복) 연중 제34주일 독서·복음 해설
  • 김수복
  • 등록 2015-11-21 11: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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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독서(다니 7,13-14)
<그의 통치는 영원하다>


내가 이렇게 밤의 환시 속에서 앞을 보고 있는데 사람의 아들 같은 이가 하늘의 구름을 타고 나타나 연로하신 분께 가자 그분 앞으로 인도되었다. 그에게 통치권과 영광과 나라가 주어져 모든 민족들과 나라들, 언어가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를 섬기게 되었다. 그의 통치는 영원한 통치로서 사라지지 않고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않는다.”


시편(92)
주님은 임금이시나이다.
존엄을 차려입으셨나이다


제2독서(묵시 1,5-8)

<우리가 한 나라를 이루어 하느님을 섬기는 사제가 되게 하셨습니다>


형제 여러분, 성실한 증인이시고 죽은 이들의 맏이이시며 세상 임금들의 지배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에게 내리기를 빕니다. 우리를 사랑하시어 당신 피로 우리를 죄에서 풀어 주셨고, 우리가 한 나라를 이루어 당신의 아버지 하느님을 섬기는 사제가 되게 하신 그분께 영광과 권능이 영원무궁하기를 빕니다. 아멘. 보십시오, 그분께서 구름을 타고 오십니다. 모든 눈이 그분을 볼 것입니다. 그분을 찌른 자들도 볼 것이고 땅의 모든 민족들이 그분 때문에 가슴을 칠 것입니다. 꼭 그렇게 될 것입니다. 아멘. 지금도 계시고 전에도 계셨으며 또 앞으로 오실 전능하신 주 하느님께서, “나는 알파요 오메가다.” 하고 말씀하십니다.


복음(요한 18,33ㄴ-37)
<내가 임금이라고 네가 말하고 있다>


빌라도가 예수님을 불러, “당신이 유다인들의 임금이오?” 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는 “그것은 네 생각으로 하는 말이냐?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나에 관하여 너에게 말해 준 것이냐?” 하고 되물으셨다. “나야 유다인이 아니잖소? 당신의 동족과 수석 사제들이 당신을 나에게 넘긴 것이오. 당신은 무슨 일을 저질렀소?” 하고 빌라도가 다시 물었다.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 내 나라가 이 세상에 속한다면, 내 신하들이 싸워 내가 유다인들에게 넘어가지 않게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내 나라는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 빌라도가 “아무튼 당신이 임금이라는 말 아니오?” 하고 묻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임금이라고 네가 말하고 있다.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 




◇ 연중 제34주일 ~ 독서·복음해설 ~


제1독서(다니 7,13-14) 해설
<사람의 아들 같은 이가 하늘의 구름을 타고 나타나셨다>


묵시문학의 표현 양식을 따라서, 다니엘은 ‘환시들’을 가지고, 악이 세력을 떨치고 있지만, 그 악이 지닌 자유는 하느님이 허락해주신 상대적인 자유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게 하려 한다. 따라서 악이 하느님의 계명을 준수하는 사람들에게 가공할 고통을 줄지라도, 결국 역사의 종말을 준비해 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시공의 역사가 완결될 때, 하느님은 당신의 전능하신 권능을 행사하여 당신 사랑과 정의가 통치하는 나라를 결정적으로 세우실 것이다.


다니 7에는 이상스런 동물들이 열을 지어 지나가는 환시가 나온다. 날개달린 사자와 곰과 표범과 무시무시한 어떤 존재가 지나간다. 그 괴물들은 시대에 따라 여러 제국으로 나타나는 세상의 악한 세력들을 상징한다.


그리고 왕좌에 통치자 한 분이 앉아 계시고, 심판이 벌어진다. 괴물들은 단죄 받아 사라지고, 악마의 세력은 하느님의 현존과 권능에 의하여 분쇄된다. 그러고 나서 장면이 바뀌어 새로운 인물인 ‘사람의 아들(인자)’이 등장한다. 그 ‘사람의 아들’에게 전권이 부여된다. ‘사람의 아들’이 행사하는 새로운 통치는 결코 멸하지 않고 영원할 것이다.


시편(92) 해설

<주님은 임금이시나이다. 존엄을 차려입으셨나이다>


시편 작가는 땅 위에서도 하느님이 주인이심을 찬양한다. “주께서 다스리신다.” 주께서는 위엄과 권능을 갖추고 계신다. 그분의 흔들림이 없는 왕좌는 온 우주이며, 그분의 통치는 끝이 없고, 그분의 법률은 변함이 없고, 그분이 거처하시는 집은 당신 백성과 만나시는 영원한 거처와 거룩한 성전이다.


제2독서(묵시 1,5-8) 해설 

<지금 계시고 전에도 계셨으며 또 앞으로 오실 전능하신 주 하느님은 '시작이요 마침(알파요 오메가)'이시다>


이 대목은 성 삼위의 이름으로 문안드리는 형식으로서, 요한은 아버지의 이름과 일곱 영신의 이름과 예수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아시아에 있는 젊은 그리스도인 공동체에 문안드린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 관심을 집중시켜야 될 분은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이미 첫 구절들에서부터 풍부한 그리스도론이 등장한다. 사실 그리스도께서는 부활하신 분으로 제시되고,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아난 맏이로 제시되셨다. 세상 안으로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어 오신 그분을 통하여 인류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목표와 방향이 설정되고, 인류는 그분을 통하여 하느님의 세계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스도께서는 아버지를 우리에게 드러내 보이기 때문에 아버지에 대한 충실한 증거자이시다. 그리스도께서 하시는 말씀은 진실하기 때문에 사람들로 하여금 하느님을 만나게 해 준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부활로써 권능과 영광을 받았기 때문에 지상에서 왕중 왕이라 불리신다. 지상의 모든 통치자들은 그리스도의 통치를 받아야만 정의로운 통치를 펼 수가 있다.


이상과 같은 문안 인사에 저자는 그리스도께 대한 영광송을 첨가시킨다. 그리스도께서는 교회 안에 살아 계시면서 당신 사명을 줄기차게 수행하고 계신다. 그리스도께서는 끊임없이 인류를 사랑하신다. 당신이 목숨을 바친 것과 똑같은 헌신으로 인류를 죄악에서 해방하신다.


또한 당신 특권을 당신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부여하여 그들로 하여금 만국을 다스리게 하신다. 그런 사람들을 하느님께 바쳐진 사제들의 백성으로 세워 세상 한가운데 살면서도 성별되어 하느님의 세계에 속하게 하신다. 그런 사람들을 통하여 세상을 하느님께 통치 받는 하느님 나라로 만들어 가신다.


그 다음에 임박한 그리스도의 재림을 확신하는 신앙 고백이 뒤따른다. 그리스도의 영광은 모든 사람과 모든 백성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는 가운데 명백히 드러날 것이며, 그리스도를 끝끝내 배척한 사람들은 단죄와 심판을 받을 것이다.


끝으로 마지막 구절에서는 예언자들의 예언에서처럼, 만사를 수렴하고 끝맺음하시는 하느님의 무한한 충만함을 제시하면서 이야기를 종결짓는다(8절).


복음(요한 18,33ㄴ-37) 해설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


요한 복음서 저자는 다른 복음서 저자들과는 달리, 산헤드린(유다인들의 최고의 의결기관 및 최고법정) 앞에서 진행된 재판 과정을 보고하지 않고, 정치권력의 대표 격인 로마 총독 빌라도 앞에서 진행된 재판 과정만을 보고함으로써 죄악과 악마의 세력이 매우 폭넓고 깊게 세상 안에 침투하고 만연해 있음을 증명하고, 동시에 그리스도의 초월적인 왕권을 주장하려 하고 있다.


고발 장면은 이른 아침 총독 관저에서 벌어진다. 유다인들은 부정을 타서 과월절 음식을 먹지 못하게 될까봐 총독 관저에는 들어가지 않으면서도, 오히려 무죄하신 예수를 사지로 몰아넣는 웃지 못 할 촌극을 연출한다.


결국 총독 빌라도가 밖으로 나와 소심한 유다인들을 만남으로써, 종교 세력과 정치세력이 예수님께서 왕권을 주장한다는 구실을 내세워 무죄하신 당신을 처단하기로 야합한다.


유다인들은 자기네가 예수를 사형시키기를 원한다는 의사를 총독에게 분명하게 밝힌다. 그래서 빌라도는 예수께 “당신이 유다인들의 임금이오?”라고 묻게 된다(33절). 그러나 그 질문은 애매한 질문이다. 그 질문을 던지면서 빌라도가 무슨 답변을 기대하고 있었을까?


만일 예수님께서 그 질문에 긍정적인 답변을 하게 되면 당시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자칭 메시아, 반역자로 몰아 정치적으로 처단할 수가 있었고, 또 만일 예수님께서 로마 권력에 반대하는 왕은 아니라고 답변하시게 되면, 로마 통치권에는 걸리지 않는 종교적 영역에 속하는 사건으로 밀어붙여 자기 자신은 빠져나갈 수가 있었을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그 질문에 들어 있는 간교한 뜻을 알아채고, 당신께서 왕이심을 인정하는 동시에 그 왕권의 성격을 명확히 밝히신다(36절). 예수님께서는 당신 나라는 권력과 폭력을 휘두르는 지상의 나라가 아니고, 흥망성쇠와 부침을 거듭하는 한시적인 나라가 아님을 명확히 천명하신다.


그렇지만, 하느님 나라의 통치 원리가 구체적인 나라들과 세계를 통치하는 원리가 되어야 한다. 하느님의 나라는 하느님이 베푸시는 선물이다. 모든 인간과 모든 백성에게 베푸시는 빛과 생명이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나라는 결코 지상의 권력과 세력을 이용하거나 등에 업지 않고 오로지 하느님의 정의와 사랑이 사회와 세계를 통치하는 원리가 되게 하고 구체적으로 실현되도록 투쟁한다.


빌라도는 예리한 예수님의 답변을 얼른 알아듣지 못한다. 그래서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나라의 본질을 적극적으로 설명하신다. 당신 나라는 진리와 결부되어 있고, 지상의 어떤 왕일지라도 진리를 따르는 한에서만 권한을 가지고, 인위적 법률이나 세습이나 특권이나 무력 따위로 강제하는 부당하고 불의한 권한은 인정할 수 없다고 단언하신다. 하느님의 아들이요 말씀인 당신의 진리만이 영원한 통치력이 될 수 있음을 천명하신다.


묵상


하느님의 나라

하느님 나라는 우주를 창조하고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거룩하신 뜻에 의하여 통치되는 나라다.


하느님의 계획은 인류로 하여금 당신 생명을 나누어 받고 모든 나라로부터 모여와 당신을 아버지로 모신 한 가족이 되게 하는 데 있다.


아담(인간)이 본래 하느님께로부터 창조된 목적은 하느님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이고, 하느님의 생명을 나누어 받는 것이며,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것이었다. 이것은 모든 인간이 창조된 보편적 목적이다.


그래서 인간은 하느님을 만나기 전에는 결코 만족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하느님의 생명을 나누어 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야 한다는 공동 목적이 아니고는 인간들끼리 친해질 아무런 근거가 없다. 그 공동운명으로 인하여 인간들은 서로 부축하고 격려하면서 자기의 본모습인 하느님을 향하여 변형되어 간다. 모든 인간·인류가 단합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와 원동력은 그 공동 운명뿐이다.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 한 가족이 된다는 유일한 목표와 운명을 자각하고 겨냥하지 않는 한, 인간관계와 인류사회는 이권다툼이 맞겨루는 장소로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분열과 투쟁과 전쟁을 피할 도리가 없다.


악과 범죄란 인간과 인간 사회가 자기가 창조된 목적을 추구하지 않고 이탈하여 타인들을 자기 욕망을 채우기 위한 도구로 간주함을 말한다. 그러한 범죄는 인간을 하느님의 생명에서 멀어지고 떨어지게 만든다. 하느님의 생명을 얻지 못하는 것이 본래 의미의 죽음이다. 하느님을 믿고 하느님의 뜻을 행하는 사람에게는 죽음이 ‘없어짐’이 아니라 새로운 삶으로 옮아감이 된다. 따라서 소극적으로 말해서 인간관계와 사회 안에서 범죄, 곧 이기심과 증오와 분열을 추방하고 분쇄하는 것이 하느님의 통치가 시작되는 정지 작업이 된다.


역사 안에 실현되는 하느님의 통치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완벽하게 따름으로써 최고의 규범이 되는 새로운 인간이 되셨다. 인류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서 생명까지 바침으로써, 다시 말하면, 모든 인간과 모든 백성이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시고 한 가족으로 서로 아끼고 위해 주고 살도록 하기 위해 박해와 사형까지 받음으로써 아버지의 마음에 드는 모범적인 인간이 되셨다.


모든 인간은 그리스도의 삶을 본받아서 하느님을 모시는 한 가족으로 화해와 일치와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 범죄와 대결하여 투쟁하고 생명까지 바치라는 소명을 받고 있다.


예수를 따르는 사람들의 수난과 투쟁과 헌신으로 말미암아 사람들의 마음속에 그리고 사회의 구조와 제도 속에 하느님의 통치가 역사를 통하여 실현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그리스도를 본받아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고 평화와 일치를 꾀할 때, 하느님의 나라는 따뜻한 사람들의 마음과 인간관계의 친교와 인류사회의 공동선으로 실현되어 나타날 것이다.


모든 인간, 인류 전체가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시고 한 식탁에 앉은 한 가족으로 뭉치고 마음이 하나로 될 적에 하느님의 나라가 완성되어 예수 그리스도께서 권능을 떨치며 왕으로 다시 오시는 날 영원한 천상 나라로 승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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