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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는 십자가를 짊어지겠다” - 성탄특집 성공회 김근상 주교 인터뷰
  • 김근수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5-12-23 10:44:22
  • 수정 2015-12-23 17:3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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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근수 편집장) 대한성공회 선교 125주년을 맞아 서울교구 김근상 주교님을 만나고 있습니다. 먼저 성공회 형제자매들에게 축하인사를 드립니다. 성공회 125주년을 맞아 ‘자연·사람·하느님과의 화해’를 선언문의 주제로 삼으셨는데, 이 주제를 선정한 깊은 뜻이 있을 것 같습니다.


▶ (성공회 김근상 주교) 세상을 살아갈수록, 나이를 먹을수록 오히려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서로 만나서 대화를 해야 하는데 만나지 않으려 하고, 자신의 세력을 크게 키워서 상대방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죠. 언제부터인가 이것이 일반적인 가치가 되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더 심해지면 인간의 멸망이 눈앞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우리가 예수를 믿으며 2000년 역사를 살아오면서 어떻게 이러한 일들을 극복했는지 살펴봤습니다. 그러면서 교회에는 문제를 화해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회적인 시스템만으로는 도저히 해결이 안 되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은 교회라고 생각하여 125주년 선언문의 주제를 ‘자연·사람·하느님과의 화해’로 정했습니다. 


- ‘자연·사람·하느님과의 화해’에서 ‘자연’이 맨 앞에 나옵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 ‘자연’을 특별히 중요하게 여겨서 앞에 나온 것은 아니고 사용하는 곳곳마다 다릅니다. ‘하느님과의 화해’가 먼저 나오는 곳이 있고 ‘사람’이 먼저 나오는 곳도 있습니다. 자연, 사람, 하느님과의 화해는 모두 동시적인 것이지 어느 하나가 우선되지는 않습니다. 


- 그동안 신학에서는 하느님과 사람의 대화를 강조했는데, 그 사이에 자연이 들어간 것은 현대적인 일이라고 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지구와 자연의 운명에 대해 말씀을 많이 하셨는데, 주교님께서는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지금 이 시대가 겪고 있는 환경·자연재해를 극복하기 위한 결정적인 동기를 준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천주교 안에서는 이 메시지가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오랜 세월동안 소위 ‘갑’의 위치에 있었던 입장에서는 자신의 입장과 정반대되는 메시지가 등장하니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군요. 잘 알다시피 한국 교회는 지난 50년 세월을 번영의 신학, 성장의 신학에 호도되었고, ‘찬미받으소서’는 이와 반대에 서있습니다. 


- 성공회에서는 자연‧생태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자연‧생태를 강조하거나 그와 관련한 행사가 있습니까?


▶ 에너지 절약이 가장 큰 문제인데, 에너지를 덜 쓰는 방법과 대체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사실 에너지를 덜 쓰는 방법은 실천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풍력, 태양력처럼 자연에너지로 대체하는 방법은 어떨지 생각했고, 서울주교좌성당 위에 태양력 모듈을 설치해서 대체에너지로 써봤습니다. 그 결과 전체 에너지의 약 10%정도 절약이 되는 것 같습니다.


에너지 절약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신부님이나 주교님이 변기에 벽돌 한 장 넣기, 땅 한 평 덜 쓰기 운동 등을 진행해서, 신자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으면 저희가 원자력 발전소 하나 정도를 안 쓰는 것은 쉽습니다. 이렇게 가치 체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 주교님께서는 얼마 전 분단과 갈등, 사회적 양극화와 대립으로 절망적인 이 시대에 하느님의 화해자로 나서야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떻게 보면 화해 전에 정의 문제가 먼저 거론되어야 하지 않습니까?


▶ 로메로 대주교를 보면서, 또 영화 ‘미션’을 보면서 하느님과 정의를 생각하는 것 그리고, 오늘날 주교로 살면서 정의의 가치 혹은 진리가 달라졌는데요, 이것은 내가 사는 환경에서 바라보는 각도가 많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들을 어떤 모습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정의’에 큰 차이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 제가 보는 보수파의 정의는 정의이기 보다는 불의입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자신이 정의라 생각하고 그 정의에 목숨을 겁니다. 


정의, 화해가 앞서고 갈등의 구조를 깨는 것은 두 번째 과제이고, 현재 가장 큰 과제는 ‘갈등의 골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입니다. 메우는 작업이 전쟁이나 테러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정의세력이든, 불의세력이든 폭력 자체가 불의라고 생각합니다.   


- 그렇다면 폭력 없이 갈등을 줄이는 쪽으로 생각이 기우신거군요. 종교 내부에서도 폭력으로 처리하려는 제도가 많지 않습니까?


▶ 폭력으로 생명을 없애는 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사람이 사람답지 못한 상태로 있는 구조입니다. 우리는 나치를 통해서, 또 가까이 민주화운동 당시 많은 고문도 경험하면서 인간성의 상실이 세상을 막다른 골목까지 몰고 가는 것을 보았어요. 그래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자는 겁니다. 우리 예수님도 말하자면 세상을 사람답게 사신 분 아닙니까.


- 성공회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애쓰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성공회의 활약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천주교 신자들에게 성공회가 사회적 약자들에게 하고 있는 주요 활동을 소개해주세요.    


▶ 125년 전 처음 선교사들이 와서 ‘이 백성을 그냥 내버려두면 무지한 상태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지배당하며 살 것이다. 이것을 바꾸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했죠. 제일 먼저 하느님을 가르치고 무지로부터 탈출시키는 것이어서, 활자를 들여와서 책을 만들었습니다. 책이 있으면 가르치는 선생님이 필요하고, 선생님이 가르칠 수 있는 장소인 학교도 필요했죠. 그래서 초창기부터 1936년까지 교회는 10개밖에 없으면서 학교는 40여 개를 만들었습니다. 학교를 짓고 학생을 가르치는 일에서부터 고아원까지 운영했는데, 지금에 와서는 그 역할들을 정부에 다 맡겼습니다. 대신 저희는 정부가 신경 쓰지 못하는 부분을 하고 있습니다. 노숙자, 장애인 문제나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돌볼 것인가, 아이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생각하고 있죠. 아이들에 있어서는 ‘길 걷는 학교’가 성공적인 사례입니다. 


- 선교에 있어서 어떤 계획이 있고 어떻게 하실 것인지, 성공회의 선교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 성공회는 선교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거의 없는데 반면에 어찌보면 ‘나 혼자 잘 살테니 건드리지마’라는 분위기가 팽배해서, 이것을 어떻게 신앙적으로 깨닫게 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 분단의 아픔이 화해와 평화로 치유되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셨는데, 분단 문제와 관련해서 성공회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습니까?


▶ 우선 저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처럼 평양교구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회적인 방법으로 북한의 나진-선봉 경제무역지대를 통해서 돕고 있습니다. 이곳을 통해 북한을 돕는 방법을 강구했는데 남한 사람은 들어갈 수 없어서, 아일랜드에 있는 신부님에게 돈을 보내면 그 신부님이 물품을 사서 들어가고 있습니다. 한 5년째 하고 있는데 작년에는 구급차를 사서 보낸 것이 기억에 남는 군요. 


- 성공회 신자들에게 분단 문제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나요?


▶ 헌금을 해봤지만 북한을 위한 헌금은 잘 들어오지 않아요. 그래서 다른 방법을 강구했습니다. ‘제3국의 라오스, 캄보디아를 보면 이북만큼 힘든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사람들은 도와야 할 것 아닙니까’라고 했더니 평소보다 4~5배 많은 헌금이 들어왔습니다. 이 결과를 미국, 홍콩 성공회에 알리면서 “우리는 제3세계를 도울 테니 당신들은 북한을 도와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현재 미국 성공회는 11년째 꾸준히 북한을 위한 헌금을 하고 있습니다. 


- 지난 6월 10일에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6월 민주항쟁 28주년 기념식이 열렸습니다. 6월 민주항쟁 기념식이 성공회에서 열린 이유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 십자가의 길 중 키레네 시몬이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짊어지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 기념식도 성공회가 원한 것이 아니라, 너희가 십자가를 짊어지라면서 성공회에 십자가를 준 겁니다. 한국성공회가 민중을 만나고 사랑을 실천함에 있어서 너무 부진했기 때문에 이렇게 ‘강제로 십자가를 짊어지는 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이 한국, 민중, 교회에 대한 고민을 실질적으로 가르쳐주시는 거라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 성공회 대성당을 가리던 건물이 철거되고 난 후 시야가 탁 트여서 보기 좋습니다. 성공회는 이에 대해 어떤 의미를 두고 계신지 묻고 싶습니다. 


▶ 예전에는 택시를 타서 성공회 성당에 간다고 하면 거기가 어디냐고 묻는 택시기사들이 많았어요. 건물이 철거된 이후에는 어디냐고 묻는 기사들이 없어서 좋습니다(웃음). 


또, 다른 사람들은 교회가 잘 보인다고 하겠지만, 주교인 제 입장에서는 세상이 잘 보입니다. 외국의 관광지 중에는 유수의 유명한 교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교회가 또 다른 관광지가 되지 않으려면 교회가 세상을 보게 되었다는 방점을 찍어야 합니다. 내가 저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했나, 이제 저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되나, 이 세상에서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과 과제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 그렇다면 이제 성공회가 반성하고 고쳐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성공회는 물론이고 천주교, 개신교가 기본적으로 그리스도인으로서 함께 고민을 해야 하는 점인데요. 주님이 어떤 이야기를 하시는지 경청해야하는데, 지금은 신자들의 요구가 너무 크다고 생각합니다. 주객이 전도되어 미사의 주체가 하느님이 아니고, 사람들 자신이 주체가 되어 주님이고 하느님이 종이 된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신부들이나 다른 설교자들은 설교를 듣는 사람들의 마음에 들 만한 설교를 합니다. 성공회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스스로 변혁해야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멈춰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진정으로 하느님께서 원하는 것을 듣는 시간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 이것은 성공회, 천주교, 개신교의 공통된 고민인 것 같습니다. 하느님 말씀을 더 경청해야 하는데 사람들 소리가 너무 큰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서 주교님께 예수님은 어떤 분으로 다가오십니까?


▶ 옛날 주일학교에서 만났던 예수님부터 60대라는 나이에 만나는 예수님은 정말 다양합니다. 지금은 예수님이 우리가 하는 모습을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스스로 해결한 뒤에 ‘예수님 당신이 만든 우리 인간들이 당신에게 바칠 수 있는 최고의 미사가 바로 이런 것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그리스도교 신앙에서 가난한 사람의 위치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 복음의 본질은 가난에서 시작되고 교회 역시 가난해야 합니다. 이것이 보편적 가치인데 지금 이 말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교회가 가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는 교회는 이미 상당한 권력과 돈, 영향력이 있어요. 사회의 불공평을 바꾸려면 ‘갑’의 양보를 얻어내는 수밖에 없어요. 교회가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치를 통해서 갑이 ‘갑질’을 덜하도록 하고, 을이 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만들어준다면, 최소한 대죄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봅니다. 교회가 추구하는 가난에 대한 가치를 최고 가치로 놓고 반성하며 바라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서 성공회 사제들이 반대 성명을 냈는데요, 국정화에 대한 주교님 개인 생각은 어떻습니까?


▶ 천주교 주교는 임명직이지만 성공회는 선출직입니다. 선출직이라는 것은 사람들의 생각을 하나로 모으는 일의 중심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반대/찬성 그 자체보다도 저 사람이 왜 반대/찬성을 하는지 사람들의 의견을 서로 듣고자 합니다. 


국정화에 대한 제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자면, 우리 민주주의 체제가 튼튼할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여러 생각을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답을 가르치는 교육이 어디 있겠습니까. 교육의 원칙은 질문하는 방법과 해결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는 답을 가르치겠다는 것이지요.


- 성탄절을 맞아 천주교 신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제가 주교가 되기 전 천주교 수도원에 가서 피정을 했습니다. 매일 미사를 드렸는데 그 수도원에 왔던 신부가 저에게는 성체를 주지 않더군요. 그 다음 날은 신부가 오지 않아서 감실에 있는 성체를 나눴는데 그 성체도 주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그 사람들이 미워 보이기 보다는 이 모습을 보는 하느님 마음이 참 아프시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공회는 개신교 성도가 와서 성찬에 참여하는 데 제한이 없고 천주교 신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근처에 성공회 교회에 참석하게 된다면 저희 밥은 드셔도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혹시 이 이야기를 듣는 주교님이나 신부님들이 계시면 마음이 내키지 않아도 손 내미는 사람에게는 주셨으면 합니다. 


또, 현재 세계 곳곳에서 IS가 테러를 자행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슬람교도를 모두 IS와 같은 테러집단으로 생각하고 경계하는 것을 조심해야 합니다. 이슬람교도를 초대해서 위로하는 자리를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슬람교도를 테러리스트로 생각하는 건 좋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여러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 현재의 어려움은 자신을 훈련하고 단련할 수 있는 기회이니, 지금 나에게 다가오는 여러 가지 시련을 기쁘게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오늘 이렇게 긴 시간 내어 주시고, 좋은 말씀 들려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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