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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협상 후 수요시위, 울분과 규탄 이어져
  • 최진 기자
  • 등록 2015-12-30 23:15:58
  • 수정 2015-12-30 23: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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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211차 수요시위는 올해 세상을 떠난 9명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추모제 형식으로 진행됐다. ⓒ 최진 기자


국민들 울분 폭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상임대표 윤미향, 이하 정대협)는 30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211차 수요시위를 진행했다. 한일 위안부 문제 협상 이후 처음으로 열린 이번 수요시위는 올해 세상을 떠난 9명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추모제 형식으로 열렸다. 이날 수요시위에서는 이용수, 길원옥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시민사회단체 회원, 학생, 일반시민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수요시위는 일본 정부의 사죄를 받지 못한 채 2015년 세상을 떠난 피해 할머니들을 기억하는 촛불 점화식으로 시작됐다. 대금연주가 한충은 씨의 추모연주가 울려 퍼지는 동안 정대협 회원들은 올해 별세한 피해 할머니들을 기리는 9개의 초에 불을 붙였다. 시위에 참가한 두 명의 피해 할머니들은 점화되는 초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정태효 정대협 생존자복지위원장은 촛불 점화식이 끝난 후 별세한 황선순·이효순·김외한·김달선·김연희·최금선·박유년·최갑순·박OO 등 9명의 이름을 한 분씩 부르며 할머니들의 삶을 소개했다. 정대협에 따르면 할머니들은 집과 길거리, 시장 등에서 일본 경찰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거나 공장 취직을 시켜준다는 위안부 소개쟁이의 말에 속아 위안부 생활을 시작했다. 또한 해방된 이후에도 가난과 위안부 후유증으로 고통스럽게 사시다가 별세하셨다.


고(故) 이효순 할머니의 아들은 ‘어머니께 보내는 편지’에서 “‘열여섯 되던 해 초봄에 강제로 트럭에 태워진 이후부터 오늘까지 모진 세월을 죽지 못해 살아왔는데, 날 잊지 말고 내 원한 풀릴 때까지 싸워달라’는 어머니의 말씀이 생생하다”며 “어머니 약속할게요. 싸워서 이길게요”라고 말했다.


이번 한일협정, “참담하고 비통하다”


이어진 추모사에서도 발언자들은 한목소리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협정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 여성공동체’ 측은 “지난 28일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는 한일 외교부 장관 회담이 있었으나, 지난 25년간 수요시위에서 일본 정부에 촉구해왔던 7가지 요구안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굴욕적인 담합이기에, 살아계신 할머니들께 더욱 큰 상처를 주었다”며 “하늘나라 가신 할머니들께 면목이 없는 참담하고 비통한 일이다.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이 회복되는 날까지 힘을 모아 싸우겠다”고 말했다. 


한금희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 부회장은 올바른 역사를 후세에 알려 역사 왜곡으로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이들을 초라하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화여고 역사동아리 학생들은 할머니들의 뜻에 동참하고자 성금을 통해 소녀상 건립에 함께했으며, 앞으로도 할머니들의 아픈 진실을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조하은 자원활동가와 윤홍조 마리몬드 사회적기업 대표도 추모사를 통해 최종적, 불가역적 협상이라고 밝힌 이번 한일 협정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 28일 타결된 한일외교장관 회담이 피해자들의 의견을 무시한 협상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 할머니는 “협상 전에 피해자들에게 아무것도 알리지 않는 협상이 어떻게 있고, 또 우리 정부는 뭐 하는 것인가. 외교부는 ‘공휴일’이 연이어 있어 미리 공지하지 못했다는 어처구니없는 핑계를 대고 있다. 정부가 도왔다는데 도대체 무엇을 도와줬는가”라며 “너무 분하고 억울하고 서럽다. 우리를 왜 두 번, 세 번 죽이려고 하느냐.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진정 어린 사죄도 없고, 법적인 배상책임 이행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도 없는 굴욕적 결과다”고 비판했다.


▲ 이날 이용수 할머니는 올해 88세로 활동하기 딱 좋은 나이라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 최진 기자


또한 “여러분이 힘을 줘 나는 외롭지 않다. 하늘에 먼저 간 할머니 200명의 한을 풀어드리기 위해 끝까지 싸워 공식적인 사죄와 법적 배상을 받아낼 것이다. 후손들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싸울 것이다. 내 나이가 올해로 88세인데, 활동하기 딱 좋은 나이다”라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투쟁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대협, 전국적인 수요시위‧국제연대단체 만들 것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잘못된 역사를 손바닥으로 가려도, 박근혜 정부가 국민을 속이고 여론을 호도해도, 우리가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겠다”라며 “정대협은 이제 미국, 유럽, 아시아에서 지난 25년 동안 함께한 단체들과 연대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세계 행동을 시작하겠다. 전 세계 시민사회와 함께 행동할 수 있는 국제연대단체를 만들고, 전국적인 수요시위를 조직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힘을 모을 것이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이날 수요시위를 기점으로 향후 국내 시민단체 및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정대협은 전국에 건립된 ‘평화의 소녀상’(이하 평화비)을 기점으로 매주 수요일 릴레이 수요시위를 열고, 전국 27곳, 미국 2곳, 캐나다 토론토 1곳에 세워진 평화비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 윤미향 상임대표는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겠다며, 국내 시민단체 및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최진 기자


시위에 참석한 학생들과 시민들은 일본대사관을 향해 피해 할머니들의 영정 사진을 들고 함성과 구호를 외치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지속적 투쟁의 뜻을 결의했다. 이날 수요시위는 오후 6시부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한일협상 폐기’를 촉구하는 촛불 문화제로 이어졌다.


제2의 굴욕적 한일협정, “일본정부 변동 없다”


수요시위에 앞서 오전 11시에는 민주주의국민행동,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등 시민사회단체와 대학생 100여 명이 같은 장소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인권을 짓밟은 한일 굴욕 야합 규탄 집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한일 외교부 장관 협상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은 야합이라고 주장하며 위안부 협상안 폐기를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는 대단한 공로를 세운 것처럼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정작 발표된 내용을 보면 일본의 범죄에 대해 면죄부를 내준 제2의 굴욕적 한일협정이다. 위안부 문제가 지난 1965년 한일협정으로 완전히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에서 변동이 없다”며 “일본 정부가 군 위안부 강제연행 등과 관련한 그 어떤 공식적 책임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양국이 합의했다”고 규탄했다. 


▲ 이날 수요시위에 앞서 오전 11시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인권을 짓밟은 한일 굴욕 야합 규탄 집회를 진행했다. ⓒ 최진 기자


또한 “정부는 국민과 피해자를 대신해 협상에 임하는 것인데 박근혜 정부는 사전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어떠한 협의도 거치지 않았다. 이것은 외교적인 관점에서 스스로 협상력을 떨어뜨린 것일 뿐만 아니라 최소한 절차적 정당성마저 상실한 것이다”며 “양국의 합의에 대해 함께 분노할 모든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이다”고 덧붙였다.


피해 할머니들과 정대협은 한일 외교부 장관 회담으로 지난 제1210차 수요시위가 마지막 시위가 되길 기대했지만, 협정 이후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피해 할머니는 위안부 협상을 무효화를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고, 수요시위를 24년간 진행해 온 정대협도 성명을 통해 이번 협정이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굴욕적 타협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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