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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지요하] 역사의 퇴행을 젊은 층이 막아야 한다
  • 지요하
  • 등록 2016-02-04 10:32:45
  • 수정 2016-02-04 10:4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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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로운 얘기부터 하자면, 어느덧 60대 후반 세월로 접어든 필자는 또래들 사이에서는 많이 외로운 편이다. 동창회와 상조회, 교회 친목 모임 등에 참여하면서 재미있게 어울리기는 하지만 별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지는 못한다. 정치적 이슈 따위는 아예 입에 올리지도 않는다. 어쩌다 누군가가 먼저 말을 꺼낼 경우에도 가급적 듣기만 할뿐 적극적인 대응은 삼가는 편이다.     


▲ 고엽제전우회원들의 야유회 / 충남 태안군 고엽제전우회원들이 2009년 8월 21일 인흥항의 신진대교 아래에서 야유회 행사를 가졌다. 벌써 7년 전 모습이다. ⓒ 지요하


이런저런 일로 젊은 층과도 자주 어울리는데, 그런 자리에서는 말을 많이 한다. 심도 있는 대화가 가능하고, 또 자유롭기 때문이다. 나이대접을 받기도 하지만, 마음과 대화가 통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또래들 사이에서 겪게 되는 이질감과 스트레스를 젊은 층들 사이에서 풀 수 있다는 것은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사회생활 속에서 노년층과 젊은 층의 가치관, 또는 생각의 수준이 현격히 다르다는 것을 실감하곤 한다. 대략 50대 중반이 경계 지점일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과거 흑백텔레비전을 보며 생활했던 세대와 칼라TV를 보며 자란 세대의 차이이기도 할 것 같다. 요즘엔 아날로그 세대와 디지털 세대라는 말로 지칭되기도 한다. 


50대 중반 이상 중장년층과 노년층이 보수정권의 견고한 지지 기반이라는 것은 거의 명확하다. 반면 50대 중반 이하 젊은 층은 대다수가 보수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것은 여론조사 결과로 여실히 나타나곤 한다. 


그것을 놓고 보면 오늘의 집권 세력은 미래가 별로 밝지 못하다. 노년층이 절대적 지지 기반이라는 것은, 그 기반이 한시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의 자연 수명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 변수 요인일 수도 있지만, 노년층에 의존하고 있는 형태는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다수 노년층의 무조건식 태도는 사회 변화를 억제하며 젊은 층에 절망감을 갖게 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 제9회 만남의 장·충혼위령제 /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가 2007년 7월 25일 경남 창원시 창원체육관에서 제9회 ‘만남의 장·충혼위령제’라는 이름의 대규모 행사를 가졌다.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와서 축사를 했다. ⓒ 지요하


그런 가운데서도 시간은 흐른다. 빠른 것이 세월이다. 지나고 나면 그 모든 시간은 순식간이었음을 알게 된다. 바로 그것에 희망이 있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변화한다는 것이고,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는 것이다. 


‘변화’라는 것은 묘한 것이어서 때로는 시간을 거슬러 옛날로 되돌아가는 형태를 보이기도 한다.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도 변화이긴 하지만 그것 역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진행된다. 시간의 흐름 때문에 과거 회귀와 역주행의 모습은 더욱 명확해지고, 큰 사단으로 비화되기도 한다. 결국은 바로잡히게 되는 운명이다. 일시적으로 뒤바뀐 방향이 어느 물굽이에서 바로 잡히는 순간 시간의 강은 더욱 장대한 물줄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통치 방식 


지적 수준이 허약한 노년층에 의존하고 있는 보수정권은 그러나 출세의 길을 힘껏 달려온 머리 좋은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음으로 자신들의 약점과 한계를 모를 리 없다. 그들은 아무리 인간의 자연 수명이 늘어난다 해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신들의 지지 기반이 머지않아 붕괴되리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그래서 대안을 생각해야 한다. 


결국 생각해낸 것이 젊은 층의 지지 기반을 확충하자는 것이었고, 그 방법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도출해냈다. 40년 전 유신 시대의 유물인 국정교과서를 부활시키는 일은 박근혜 대통령과 극소수 측근의 발상이었지만, 곧 현 집권세력 전체의 명운이 걸린 일로 확대됐다.


▲ 박정희 동상 / 경북 구미시 박정희 생가에 세워진 동상 ⓒ 오마이뉴스


박근혜 대통령은 처음에는 단순히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명예회복 쪽으로만 연결을 지어 국정교과서 부활을 생각했겠지만, 집권세력 안에 똬리를 틀고 있는 잔머리 좋은 사람들의 이해가 합치되어 젊은 층의 지지 기반 확충, 다시 말해 장기 집권의 토대까지 염두에 두게 됐다. 결국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영구적인 지지 기반을 만들기 위한 장대한 전법’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미래세대를 겨냥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과 함께 8·15광복절을 ‘건국절’로 만들려는 시도와 이승만을 복위시키기 위한 미화 작업도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다. 또 박정희를 기념하는 사업들도 전국 각지에서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사후 35년이나 지난 이 시기에 박정희는 전국 각지에서 맹렬한 기세로 부활하고 있다. 따라서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박정희 고향인 경북 구미시는 생가 복원비로 286억 원, 민족중흥관 건립비로 85억 원, 탄신제 행사비로 5억 원, 추모제 행사비로 8천만 원,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건립비로 785억 원의 예산을 책정해놓고 있다. 또 경북 문경시는 하숙집 복원비로 17억 원을 쓰기로 했고, 서울시 중구는 박정희 공원을 만들기 위해 297억 원의 예산을 책정해놓고 현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강원도 철원군은 박정희 장군 전역 장소 복원비로 40억 원, 서울시 마포구는 상암동에 기념도서관을 짓기 위해 208억 원, 강원도 양구군은 사단장공관 복원비로 1억6천만 원, 울릉도는 1박기념관으로 12억 원, 경북 포항시는 새마을운동 체험공원 건립비로 42억 원, 청도군은 새마을운동 시범단지 조성비로 95억 원을 책정해놓고 있다. 


이렇게 전국 각지에서 경쟁적으로 박정희를 기념하는 사업들이 시행되고 있는데, 총비용은 자그마치 1873억 원이다. 여기에다 전국 도처에 박정희 동상이 세워졌거나 세워질 예정이다. 이쯤이면 각 고을 수령들의 아부와 충성 경쟁은 극에 달한 셈이고, 박근혜 대통령은 천추에 길이 빛날 효도의 극한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런 현상에서도 나는 ‘정치의 실종’을 본다. 정치는 없고 역주행을 감행하는 ‘통치’가 나라를 지배하는 상황이다. 대통령 5년 단임과 지방자치시대에도 아날로그식의 통치가 가능하고 광적인 분위기가 대세를 이룬다는 것은 참으로 기이하고도 오묘한 일이다.   

      

젊은 층이 일어서야 한다


나라꼴이 한마디로 ‘비정상’이다. 어떻게 어느 정도나 비정상인지는 세세히 설명할 필요가 없다. 민주주의 후퇴, 유신 부활, ‘헬조선’ 등 축약된 말만으로도 설명은 충분하다. 가장 큰 원인은 권력자들의 무지와 탐욕, 재벌공화국의 병폐 때문이다. 운전 기술도 전혀 없고 지리적 안목이나 지식도 없는 운전자가 버스 핸들을 잡고 역주행을 감행하기 때문이다. 


▲ 거리로 나온 청소년들 /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시위 행렬에는 젊은 층이 많고, 청소년들도 적극 참여한다. ⓒ 오마이뉴스


역주행의 한 가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다. 별의별 흰소리를 다 늘어놓는다 하더라도 40여 년 전의 유물을 부활시킨다는 명백한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것에 집착하는 이유는 단 하나, 이승만과 박정희로 대표되는 친일세력과 독재세력을 미화하고 옹호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런 교육으로 젊은 층의 장기적인 지지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노년층의 지지 기반은 항구적인 것이 아니므로, 젊은 층의 지지 기반을 확보함으로써 영구 집권을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저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그래서 그들은 ‘역사전쟁’이라는 말도 불사하며 사생결단의 자세로 돌진한다. 


하지만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리는 일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역주행은 그 자체로 상식을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시적으로는 권력의 힘으로 효과를 거둘 수도 있겠으나, 역주행은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한시적일 수밖에 없고, 어느 순간 큰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비롯한 갖가지 후진적 행태들은 칼라 TV시대에 흑백텔레비전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장악하겠다는 것과 같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방식으로 국민을 교육하겠다는 것과도 같다. 옛날로 돌아가자는 축음기 노래일 뿐이다. 강압적이고 퇴행적인 사고방식으로 선진적인 국민들을 훈육하고 통제하겠다니, 어리석고 한심하다. 


▲ 천주교 시국미사 /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11월 23일부터 매주 월요일 저녁 광화문광장에서 시국미사를 거행한다. 12월 7일의 사진이다. 사제들은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유신부활 절대 안돼`, `쉬운해고 노동개악 반대,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등의 구호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미사를 봉헌한다. ⓒ 전재우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도 있지만, 집권 세력의 용감무쌍한 태도는 실효야 어찌 되든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이루어지는 일이다. 영구적인 지지 기반을 확보하려는 것은 사실 대단한 프로젝트다. 누가 뭐래도 그들이 포기할 수 없는 장대한 전법이다.


현 집권 세력은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리는 일에 저리도 사생결단의 자세로 맹렬히 돌진하는데, 야권은 여전히 지리멸렬 상태다. 또다시 분열하여 상대가 보는 앞에서 야권끼리 싸우고 대치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말았다. 


이런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젊은 층은 정신 차리고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박정희 향수’와 노예근성에 절어 있는 노년층은 스스로 자신의 콘크리트 습성을 깰 수 없지만, 젊은 층은 얼마든지 새롭게 가치관의 눈을 틔울 수 있다. 젊음의 특징인 끓는 피와 사고의 탄력성을 스스로 끓어 올려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헬조선’을 의식하는 만큼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변화의 첫 걸음이자 핵심은 정치 참여, 선거에 참여하는 일이다. 오늘의 ‘헬조선’은 젊은 층의 선거에 대한 무관심과도 관련이 있음을 명심하고,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고 역사를 만들려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젊은이들만이 미래를 개척할 수 있다. 적극적인 선거 참여가 그것을 결정한다. 

 



[필진정보]
지요하 : 1948년 충남 태안 출생.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추상의 늪>이, <소설문학> 신인상에 단편소설 <정려문>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지금까지 100여 편의 소설 작품을 발표했고, 15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충남문학상, 충남문화상, 대전일보문화대상 등을 수상 하였다. 지역잡지 <갯마을>, 지역신문 <새너울>을 창간하여 편집주간과 논설주간으로 일한 바 있고, 향토문학지 <흙빛문학>과 <태안문학>, 소설전문지 <소설충청>을 창간히였다. 한국문인협회 초대 태안지부장, 한국예총 초대 태안지회장, 태안성당 총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충남소설가협회 회장,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 공동대표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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