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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김근수] 수녀는 하녀고 사제는 왕인가
  • 김근수
  • 등록 2016-02-24 11: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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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오후 2시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한국 여자 수도회 봉헌생활 현실과 쇄신 방향을 진단하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 최진


2014년 11월 30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포했던 ‘봉헌생활의 해’가 올해 2월 2일로 마무리되었다.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는 지난해 10월 말부터 수도자 1,044명, 교구사제 430명, 주일미사 참여자 684명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2월 22일 열린 ‘봉헌생활의 해’ 심포지엄은 ‘한국 여자 수도회 봉헌생활 현실과 쇄신 방향에 관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토론하는 자리였다. 


수녀들은 현재 한국교회 상황을 진단하는 질문에 70% 이상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한국교회가 ‘정체되어 있다’(39.2%)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안팎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30.4%)와 ‘쇠퇴하고 있다’(16.4%)는 답변이 뒤이었다. 


수녀들에 대한 주교들의 인식과 태도를 묻는 질문에 ‘수도회를 이해하지만, 교구 이익을 우선한다’는 의견이 44.2%로 가장 높았고, ‘수도회를 교구의 부속기관처럼 생각한다’는 답변도 20.8%를 기록했다. 사제들의 인식과 태도 역시 교구 중심적 태도를 보인다고 답변했다. 


사제와 갈등 원인으로 ‘사제들의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태도’(49.7%)를 가장 크게 꼽았고 ‘사제의 성격적 장애’(12.9%)도 다음으로 지적됐다. ‘갈등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는 답변은 14.0%에 그쳤다. 


수도자 공동체의 생활수준이 어떻다고 생각하는지 상, 중상, 중중, 중하, 하 등 5단계로 물었고, 수도자의 47.9퍼센트가 중중, 40.6퍼센트는 중상이라고 답했다. 수도자들이 한국교회에 끼친 부정적 영향으로 ‘성직자의 보조자 역할을 함으로써 성직자 중심의 교회문화에 일조했다’(41.5%)는 답변이 가장 높았다. 


수녀들이 사회적 역할로 ‘사회 곳곳에 소외되고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절반 이상(67.0%)을 차지했다. 사회가 더욱 물질과 쾌락주의로 빠져들기 때문에 복음적 가치와 참된 기쁨을 전하는 방안을 여성수도자들이 모색해야 한다(52.9%)는 의견이 높게 나타났다. 


수녀들은 지금 훌륭하게 살고 있다. 수녀들은 사제나 평신도보다 여러 면에서 예언직을 훨씬 잘 수행하고 있다. 수녀들은 반성은 그 정도로 하고 먼저 자부심을 가지기 바란다. 수녀들은 이 시대에 진정한 예언자다.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면서도 희생으로 헌신하고 있는 수녀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수녀들이 하녀처럼 살고 있다면, 사제들은 왕처럼 살고 있다. 주교들과 교구 사제들의 생활수준에 대한 설문조사가 있다면 그 결과는 어떨까. 골프를 즐기는 사제들, 안락하게 사는 사제들이 여전히 많다. 가난과 사제는 거리가 먼가. 


수녀들의 예언자적 메시지를 경청해야 한다. 특히 주교와 사제들은 수녀들의 목소리를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로 들어야 한다. 성직자보다 수녀들이 전체적으로 보면 의롭고 올바른 길을 걷고 있다고 여겨진다. 


주교와 사제들은 자신들이 개혁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현실을 정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한국교회가 정체되고 위기에 빠진 주요 원인과 책임이 성직자에게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성직자중심주의는 한국천주교를 망가뜨리는 주범이다. 성직자들의 회개와 겸손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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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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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ahdol2016-02-24 19:45:33

    본당파견 수녀들을 가까이서보시면 사제나 수도자들.. 한국교회는 나르시즘과 남탓에 빠져있음을 느끼실 것입니다. 수도자의 세속화는 사제 세속화보다 더 음성적이고 교묘합니다. 본인들은 못느끼거나 부인하지요....수도자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수도회 영성과  운영에 문제가 많다고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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