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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수) 가난한 예수 31 : 예수를 도운 여인들
  • 김근수
  • 등록 2016-05-10 10:13:00
  • 수정 2016-05-10 13: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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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 뒤 예수께서는 여러 도시와 마을을 두루 다니시며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시고 그 복음을 전하셨는데 열두 제자도 같이 따라다녔다. 2 또 악령이나 질병으로 시달리다가 나은 여자들도 따라다녔는데 그들 중에는 일곱 마귀가 나간 막달라 여자라고 하는 마리아, 3 헤로데의 신하 쿠자의 아내인 요안나, 그리고 수산나라는 여자를 비롯하여 다른 여자들도 여럿 있었다. 그들은 자기네 재산을 바쳐 예수의 일행을 돕고 있었다. (루카 8,1-3)




루카복음에서 마르코가 인용되지 않은 부분인 루카 6,20-8,3이 끝나는 단락이다. 곧이어 다시 마르코복음이 인용되는 루카 8,4-9,50 부분이 이어진다. 9,51에서 예수와 제자들의 목적지가 예루살렘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루카에서 예루살렘은 선교가 시작되는 곳으로 중요하다. 


오늘 단락에서 예수가 모든 사람들에게 다가갔다는 사실, 예수의 설교 제목, 그리고 제자들의 이름이 나타난다. 루카는 전승을 기초로 여인들의 이름 목록을 독자적으로 작성하였다. 루카에만 보이는 단락이다. 어디서 이 전승을 얻었는지 알 수 없다. 


1절에서 예수는 도시와 마을을 두루 다녔다. 끊임없이 방랑하는 사람 예수였다. 예수가 공적 사명을 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자발적 실업이었다. 예수는 자발적 실업자였다. 예수는 세상의 실업자, 취업 준비자들과 함께 있다. 예수는 실업의 고통을 모르지 않는다. 예수는 방랑자요 걸인이었다. 예수는 걸인 종교를 창시한 붓다와 가까이 있다. 여행은 휴식이 아니라 복음 선포와 이어진다. 


여자 제자들의 이름 목록은 남자 제자들 이름 목록과 비슷한 문학 장르에 속한다 (마르코 3,13-19; 마태오 10,1-4; 루카 6,12-16; 사도행전 1,13). 제자 이름 목록에서 초대 공동체는 남자 제자들이 외부 활동을 통하여 복음을 선포하였고, 여자 제자들은 내부 봉사를 통해 공동체를 탄탄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여자 제자들은 치유를 통해, 남자 제자들은 부르심을 통해 존재 근거가 마련되었다. 


남자 열두 제자를 제외한 여자 제자들의 이름은 병 치유와 경제적 후원과 연결되어 소개되었다. 일곱 마귀가 나간 막달라 출신 마리아는(마르코 4,33; 16,9) 교회 역사에서 죄 많은 여인과(루카 7,36-50), 간음한 여인과(요한 7,53-8,11) 자주 혼동되었다.(루카 7,36-) 그녀의 이름은 성령강림절 선포와 연결되었다.(마르코 15,47; 16,1; 마태오 28,1;루카 24,10; 요한 20,1) 


요한나는 루카 24,10에서 다시 보인다. 수산나는 여기 말고는 다시 언급되지 않았다. 수산나 이름은 드물었다. 여인들이 예수를 동반한 사실은 이스라엘 관습에서 예외적인 경우에 속했다.(요한 4,27) 해외 유다교에서는 조금 달랐다.(사도행전 16,15; 17,4.12) 여인들이 에수와 제자들을 경제적으로 후원했던 사실을 그리스 환경에 좀더 어울린다. 비혼 여성, 이혼 여성, 과부는 자기 재산을 처분할 수 있었던 이스라엘에서도 가능한 일이었다. 


1절 ‘그 뒤’는 복음서 내용이 크게 달라지는 부분을 신호해주는 전문적 표현이다.(루카 5,17; 17,11;24,15) 열두 남자 제자들은 예수에게 부르심을 받은 이후 함께 다닌 사실이 언급되었다. 열두 제자들은 루카 6,13에서 부르심을 받은 후 지금까지 별다른 역할이 소개되지 않았다. 


2절 ‘악령’은 조금 이상하다. 이 단어는 마태오 12,45와 루카 11,26을 제외하면 루카에만 나타나고 있다.(루카 7,21; 사도행전 19,12.13.15.16) ‘일곱 마귀’는 고대 근동의 문헌에도 보인다. 막달라 마리아를 선두로 여인 셋의 이름은 예수의 무덤가에서 있었다.(마르코 15,40; 16,1; 마태오 27,56; 요한 20,11-18) 무덤가에 나타난 세 여인의 이름 중 둘은 오늘 단락에서도 보인다. 


3절에서 요안나는 헤로데의 신하 쿠자의 아내로 기록되었다. 요안나라는 이름은 드물었다. 남편의 사회적 지위에 의해 아내가 소개된 것이다. 예수의 영향력이 상류사회까지 퍼졌다는 표시다. 세례자 요한을 처형했던 헤로데 영주 아래에서 일하던 공무원 남편과 헤로데성을 떠난 요안나의 결단은 놀랍다.(E. Moltmann-Wendel, Ein eigener Mensch werden, 142) 남편의 입장이 퍽 입장이 난처했을 것이다. 그녀는 갈릴래아 그룹 중 하나로서 부활 장면에서 이름이 언급되었다. 


3절 돕고 있었다는diakoneo 손님을 맞이하고 가사를 꾸리는 일을 가리킨다.(루카 4,39) 세 여인의 역할은 열두 남자 제자들의 역할에 견줄 수 있다. 베드로가 배신과 회개를 통해 초대 공동체에 크게 기억되었다면, 막달라 마리아는 악령 추방을 통해 특히 기억되었다. 막달라 마리아는 분명히 예수 부활의 증인이었다. 이 사실이 교회 역사에서 흐릿해지고 말았다. 


다른 여자들도 있었다. 자기 이름을 복음서에 올리지 못한 수많은 제자들을 기억하자고 말하고 싶다. 하느님나라 역사는 이름없는 성인들로 가득하다. 치유된 여인들이나 경제적으로 후원 가능한 여인들만 예수 일행과 함께 다녔다고 결론낼 수는 없다. 이 여인들이 모든 재산을 예수에게 바쳤다고 추측하기도 어렵다. 


루카에서 지금까지 보도된 예수는 방랑하는 메시아요 병을 고치는 메시아였다. 하느님나라를 선포하고 행동하는 메시아였다. 가장 가난한 사회적 약자인 여인들과 운명을 함께 하는 해방자 예수였다.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예수는 가장 예수다웠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교회는 가장 교회답다. 


예수의 자유와 여인들의 자유가 돋보인다. 여성을 제자로 받아들인 사실은 당시 예외적인 일이었다. 고향 집을 떠나 예수의 제자 대열에 합류한 여인들도 역시 자유로운 인간이었다. 사회 주변부에 있었던 여인들은 잠시나마 예수 곁에서 잠시나마 완전한 자유를 누리고 해방을 맛보았다. 


자유와 해방의 추억은 예수와 함께 생긴다. 예수를 제대로 만난 사람들은 자유로운 인간이 된다. 예수를 만나야 진정한 자유가 생긴다. 예수 없이 자유 없고, 자유 없이 예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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