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고-현이동훈] 사회도 교회도 왜 ‘권리’보다 ‘의무’를 강조하는가
  • 현이동훈
  • 등록 2016-07-16 10:03:29

기사수정



7월 17일은 헌법 공포를 기념하는 날이다. 나라의 기본이 되는 헌법은 실정법 위에 있다. 그래서 헌법은 윤리에 기초한 중요한 나랏법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이상하게 헌법보다 실정법인 국가보안법이 강한 나라이다. 헌법에선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은 북한과 사회주의와 관련된 모든 것을 금지시켜 버린다. 헌법과 국가보안법이 늘 부딪치는 것이다.


우리는 국민의 의무에 대해서 배워왔다. 납세의 의무, 교육의 의무, 국방의 의무, 노동 혹은 근로의 의무가 그것이다. 이를 일컬어 4대 의무라고 하고 사회는 이 의무를 지키지 않는 이들을 질타한다. 그러나 지배계급들은 이를 마음껏 무시한다.


한편 국민의 권리에는 성별, 종교, 직업, 인종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평등권이 있다.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않고 행동하고 생각하고 표현하고 믿을 수 있는 자유권이 있다. 인간답게 살 권리로 좋은 환경과 좋은 일자리,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권이 있다. 누구나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참정권이 있다. 마지막으로 어려움을 알리고 재판을 요청할 수 있는 청구권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권리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의무만 너무 강조한다. 특히 국방의 의무를 강조하는데, 이것이 대한민국 사회와 교회를 군사주의로 물들였다. 노동의 의무는 장시간 노동으로 사람들을 노예처럼 만들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사드 역시 국방의 의무를 너무 강조한 군사주의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한국 가톨릭교회 역시 의무를 너무 강조한다. 권리에 대해선 말하지 않고 보장하지도 않는다. 신자들의 의무란 이런 것이다. 고해성사(판공성사)의 의무, 교무금과 헌금 납부의 의무, 의무대축일미사와 주일미사 봉헌의 의무이다. 


교회법으로 정한 권리는 아니어도 교회는 신자들의 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장애, 성별, 인종, 계급과 상관없이 평등하게 성사와 전례에 참여하고 교회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 한다. 주교와 사제 그리고 사목위원들의 독단에 반대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 교무금이나 헌금 사용 내역을 볼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 한다. 누구나 평등하게 교리를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 교회에서 차별받지 않는 권리가 있어야 한다.


사회와 교회는 권리보다 의무를 강조해온 것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의무를 너무 강조한다면 부정부패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권리 없이 의무는 없다. 권리 없는 의무는 폭력이다. 한국사회의 무능과 부패는 의무를 강조한데서 나타난 위선의 결과이다. 교회 역시 의무와 권리의 균형을 깨뜨림으로써 가난한 사람들과 젊은 사람들의 현실을 외면했다.


권리는 곧 한 집단의 구성원이자 주인이 되게 하는 것이다. 교회의 주인 평신도는 권리를 통해서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것이다. 그 가운데 가난한 사람들의 권리는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성직자들은 의무를 강조하기 전에 먼저 평신도들의 권리, 특히 가난한 사람들의 권리에 대해 집중해야 한다. 왜 그것이 의무인지, 그 의무가 어떤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지 하느님나라 사람들에게 알려줘야 할 것이다. 하느님나라 사람들의 권리 없이 성직자에 대한 존중은 없는 것이다.


국민의 의무, 평신도의 의무는 알아도 정작 국민의 권리와 하느님나라 사람들의 권리에 대해서 잘 모르는 우리의 인식이 부끄러워진다.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폭력에 익숙해 있는가를 성찰해 본다.



[필진정보]
현이동훈 (안토니오) : 가톨릭 아나키스트로 아나키즘과 해방신학의 조화를 고민하며 실천하고 있다. 장애인 인권과 생태주의에도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TAG
키워드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가스펠툰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