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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 평화에 대한 확신 있나?”
  • 최진
  • 등록 2016-09-05 16:50:27
  • 수정 2016-09-07 14:3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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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부터 4일까지 강정마을에서 열리는 `2016 강정평화컨퍼런스-생명평화로 고치가게마씸` 중 `아시아평화교육워크숍` ⓒ 최진


정부는 ‘우리’와 ‘그들’을 분리시키고 나누는 정책을 펼치지만 평화는 ‘우리’의 범위를 넓혀주는 것... 


3일 제주 서귀포시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에서 열린 ‘2016 강정평화 컨퍼런스’ 기조강연에서 크리스 라이스 박사(Dr. Chris Rice)는 그가 겪은 여러 일화를 소개하면서 평화에 대한 의미를 참석자들과 함께 모색했다.


라이스 박사는 평화 활동가의 삶을 살면서 가장 먼저, 그리고 지속적으로 직면하게 되는 문제는 다른 것이 아니라 내적인 것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미국 전역에서 흑인 인종차별 철폐와 관련된 활동을 하면서도 자신 안에 남아있는 인종차별 의식을 직면하기 보다는 ‘해결사’나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또한 10여 년 간 미국 전역에서 인종화해에 대한 활동을 했지만, 동료에 대한 증오가 싹텄고 내적인 평화를 이룰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성경에는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 모두 많이 나오지만 그 보다 더 많이 등장하는 것은 우리를 사랑하는 하느님의 사랑이다”라며 “‘조건 없는 사랑’이 우리를 사랑하는 하느님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 3일 크리스 라이스 박사는 ‘2016 강정평화 컨퍼런스’ 기조강연에서 여러 일화를 소개하면서 참석자들과 평화에 대한 의미를 함께 모색했다. ⓒ 최진


“우리 안에 평화가 없다면 어떻게 그것이 참된 메시지가 되겠는가”


라이스 박사는 “먼저 우리는 함께 슬퍼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예레미야 예언자는 실제로 있지 않은 평화를 평화라고 말하는 사람을 경계하라고 했다”며 “아픔을 함께 말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평화는 ‘빨리빨리’의 성과가 아니라, 슬픔을 함께 애통해 할 때 그것이 희망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화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우리’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 그 ‘우리’는 도대체 누구인가”라고 물으며 “정부는 ‘우리’와 ‘그들’을 분리시키고 나누는 정책을 펼치지만 평화는 ‘우리’의 범위를 넓혀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평화는 낭만적이지 않고, 성공에 대한 보장도 없으며 인기도 없다. 평화의 사도는 ‘다리’가 된다는 것이고, 다리는 모두 양쪽에서 ‘밟히는’ 운명이다. 평화는 ‘빨리빨리’가 아니라 오래 걸리는 여정이며, 우리가 메시아나 구세주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는 말로 강연을 마쳤다.


천주교 인권위원회 강은주 활동가는 “강연을 들으면서 시원하기도 하고 때론 울컥하기도 했다. 조직 안에서 스스로나 공동체의 평화가 깨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을 흠처럼 생각해 드러내지 않고 넘어가는 일이 많다”며 “그런 점을 솔직하게 나눠주었기 때문에 갈등을 맞닥뜨렸을 때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평화의 사도는 ‘다리’가 된다는 것이고, 다리는 모두 양쪽에서 ‘밟히는’ 운명이다˝ ⓒ 최진


“우리가 기억하고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평화를 위해 내가 하고 있는 작은 실천이다” 


‘마을 만들기’와 ‘비폭력평화와 교회’, ‘아시아평화교육워크숍’으로 나누어 진행된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각 모임별로 평화에 대한 여러 의견들이 나왔다.


강정마을 주민과 소통하며 강정마을의 미래를 토의했던 ‘마을 만들기’ 소모임에서는 마을주민 김성규 씨가 나와 ‘발전’ 때문에 추억이 사라지는 강정마을의 현실을 나누며 마을의 ‘올바른 발전’이 무엇인지를 성찰했다. 


김 씨는 “발전이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 5살만 되면 자유롭게 가서 먹을 것을 얻고 놀고 잠자던 곳들이 발전을 하게 되니 못가는 곳이 됐다”고 꼬집었다.


해군기지가 들어선 뒤 마을의 변화에 대해 “기지가 들어서기 전에도 사람들 간의 분쟁은 있었지만, 경찰을 부르고 소송을 거는 일은 없었다”며 “해군기지 건설 찬성과 반대 중간쯤 위치한 사람들은 다시 사이가 많이 좋아지긴 했다. 하지만 국가와 정부에 대한 불신 때문에 ‘해군기지’라는 말만 나오면 욕부터 나오고 다시 싸우게 된다”고 말했다. 


아시아 각국의 평화 활동가들이 모여 평화교육의 참된 의미를 모색했던 ‘아시아평화교육 워크숍’에서는 군사주의의 발달이 살아있는 모든 생명의 존엄을 파괴하는데 미치는 영향과 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일본 오키나와 류큐대학 사토이 요이치 교수는 일본 오키나와현 나고시 헤노코 마을에 들어서는 군사기지 문제를 설명하면서 “군사기지를 만들기 위해 엄청난 돈이 투입됐다. 어부들은 보상금 때문에 어업을 하지 않았고, 아이들은 일을 하지 않는 부모들의 모습을 보며 공부를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 일본 헤노코 마을 군사기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토이 요이치 교수 ⓒ 최진


또한 “보상금 문제를 두고 마을주민 간의 다툼이 발생하게 되고, 언론이 그것을 강조해 보도하면서 사회로부터 헤노코마을 군사기지 반대투쟁은 돈 문제로 보이게 됐다”며 “결국 점점 반대하던 사람들이 찬성으로 돌아서게 됐고, 마을의 공식적인 입장이 찬성이 됐다. 그 곳에서 몇몇 사람이 처음 생각을 유지하고 반대를 하고 있는데, 마을주민들과 대립하는 상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택평화센터 강미 활동가는 “아이들이 센터를 오면 미군기지와 관련해 대추리 이야기를 한다.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라며 “성주에서 군사주의와 관련된 일이 또 일어나고 있는데, 우리가 기억하고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평화를 위해 내가 하고 있는 작은 실천이다”고 말했다.


“교회가 확신을 가지고 ‘평화’를 말해야” 


교회가 평화를 항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했던 ‘비폭력평화와 교회’ 소모임에서는 교회가 평화를 향해 더욱 분명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한국평화교육훈련원(KOPI) 이재영 원장은 “개신교인으로서 총을 드는 것이 맞느냐는 청년들의 질문을 많이 받았다. 한국 교회가 청년들에게 총을 들라 말라는 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고민은 던져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교회가 고민이 없으니까 맹목적 군사주의에 아무소리 못하고 참여하는 현실이 나온다. 지금 한국사회는 고민을 던지는 것이 중요한데, 질문이 있는 교회인지를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 ˝교회가 고민이 없으니 맹목적 군사주의에 아무 소리 못하고 참여하는 현실이 나온다˝ ⓒ 최진


이어 “청년들이 하는 고민에 대해 교회가 답하지 못하기 때문에 외면 받고 있다. 한국에서 군사주의가 군사문화를 만들어가고, 군사문화를 강화하기 위해 군사교육을 하는데, 반대로 평화주의를 위해서는 평화교육이 교회에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예수그리스도가 인류 최초의 평화주의자라는 확신이 필요하다. 컨퍼런스를 통해 교회가 평화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할지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삶·예술연구소 김유철 대표는 “교회가 확신이 없기 때문에 평화에 대해 말하기를 주저한다. ‘사랑의 반대말은 두려움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한국 교회 스스로가 평화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며 “군사기지를 눈앞에 두고 남북이 대치 돼있는 상황에서 교회가 좀 더 확신을 가지고 평화를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일,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에서의 개막식을 시작으로 사흘간 진행된 ‘2016 강정평화 컨퍼런스’는 4일 소모임 별로 작성한 성명서 발표를 통해 ‘평화의 연대 강화’ ‘배움에 참여’ ‘지속적 실천’을 다짐하면서 폐막미사 봉헌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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