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인천교구가 답동성당 일대 성당 부지를 신자들 모르게 지자체의 주차장 부지로 매각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답동성당 신자들은 교구의 독단적인 매각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교구의 매각 결정을 되돌리라고 반발하고 있다.
인천교구는 지난 10월 말 인천시 중구 우현로 50번지 답동성당의 부지 3,541㎡를 인천 중구청에 유료주차장 용도로 매각했다. 위치는 신포시장 건너편이며 가톨릭회관 건물부지와 성전으로 가는 언덕길, 성당 앞마당 일부가 포함된다.
1897년 건립된 답동성당은 지난 1981년 사적 제287호로 지정돼 수십 년간 지역을 상징하는 건축물로 여겨졌다. 한국에 현존하는 성당 중 가장 오래된 서양식 건축물 중 하나인 명동성당(1898년)보다도 건립 시기가 앞선다.
이에 중구는 2010년 7월경부터 답동성당 성역화 사업 추진계획을 수립했었으나, 올해 1월 유정복 인천시장이 ‘답동성당일원 관광자원화와 주변 활성화 사업’을 인천 가치재창조 사업으로 제안하면서 관광자원화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중구는 교구에서 매입한 땅에 4층 규모(250대 주차)의 주차장을 만들고 신포지하상가와 이를 연결하는 통로를 설치할 예정이다. 또한, 가톨릭회관 건물을 철거해 지역 주민의 편의시설로 조성할 계획이다. 중구는 이번 답동성당 부지 매입도 성지화 사업의 일환이며, 이미 계약금으로 땅값 90%를 교구에 지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답동성당 신자들로 구성된 ‘답동성당 땅 되찾기 비상대책위원회’는 그동안 답동성당 성역화 사업을 추진해온 교구가 갑자기 신자들 몰래 지자체에 땅을 매각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비대위는 “1890년 한 신자가 성전 건립을 위해 봉헌한 땅을 교구는 신자들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매각했다”라며 “교구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인해 답동성당 신자들은 앞마당을 잃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교구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신자들에게 매각 사실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에 매각 자체가 ‘원천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교회의 재산에 관한 교회법 1254조에 따르면 “교회는 고유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국가 권력으로부터 독립해 재산을 취득‧유지‧관리‧양도할 수 있다”며, 고유한 목적으로 ▲하느님 경배를 주관하는 것 ▲성직자‧교역자들의 합당한 생활비를 마련하는 것 ▲거룩한 사도직 사업 ▲가난한 이들을 위한 애덕 사업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1287조 2항에는 “관리자들은 신자들이 교회에 봉헌한 재산에 대해 개별법으로 정한 규범에 따라 신자들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인천교구는 신자가 봉헌한 교회 재산을 매각하면서, 이것이 ‘교회의 고유한 목적’ 중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 신자들에게 보고해야 한다.
비대위는 18일 답동성당 내에서 교구를 상대로 3차 항의시위를 진행하며 교구가 주차장 매각을 무효화 할 때까지 항의시위를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교구가 대화를 통해 신자들과 소통의 노력을 하지 않는 한, 답동성당 성역화 사업을 둘러싸고 교구와 신자들 간의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