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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교‧불교 학자 모인 ‘끝장토론’
  • 최진
  • 등록 2017-01-12 18:53:24
  • 수정 2017-01-12 19: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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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페스(REPES‧Religion and Peace Studies)포럼’이 11일 오후 2시 서울 성북구 씨튼영성센터에서 ‘불교와 기독교, 무엇이 같고 어디가 다른가’를 주제로 끝장토론을 열었다. ⓒ 최진


종교 평화를 위한 토론 모임인 ‘레페스(REPES‧Religion and Peace Studies)포럼’이 11일 오후 2시 서울 성북구 씨튼영성센터에서 ‘불교와 기독교, 무엇이 같고 어디가 다른가’를 주제로 끝장토론을 열었다.


이날부터 양일간 열릴 토론회에는 불교와 그리스도교를 대표하는 종교계 연구자 12명이 참석했다. 불교에서는 김용표 동국대 교수, 이도흠 한양대 교수, 은유와마음연구소 대표 명법 스님, 송현주 순천향대 교수, 류제동 성균관대 초빙교수, 원익선 원광대 연구교수가 나섰다.


그리스도교에서는 김승철 일본 난잔대 교수, 이찬수 서울대 교수,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 손원영 서울기독대 교수, 정경일 새길기독사회문화원장, 이관표 협성대 초빙교수가 토론자로 나섰다.


이번 심포지엄은 지난해 발생한 개운사 불당 훼손사건을 배경으로 열렸다. 2016년 1월 17일 경북 김천 황금동 개운사 법당에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60대 남성이 침입해 몽둥이로 불상과 법구를 부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개운사 진원 주지 스님에게 ‘내가 교회에 다녀보니까 절과 성당은 미신이고 우상이기 때문에 다 부숴야 한다. 기독교 신자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고, 불을 지르려 했는데 못 질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운사 불당 훼손사건은 드러나지 않았던 양 종교 간의 긴장감을 수면위로 드러내며, 종교 간의 소통과 화합의 필요성을 알렸다. 또한 다른 종교를 이해하지 못한 채, 상대를 경쟁의 대상으로만 바라봤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위험성을 알리는 사건이기도 했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토론자들은 자신의 종교와 상대 종교에 대한 견해, 종교 체험과 종교학자가 된 배경 등을 나누며 인사를 나눴다. 그러면서 종교가 형이상학적인 진리 추구에 그쳐서는 안 되고, 인간 삶의 변화로 실현돼야 한다는 것에 뜻을 모았다. 또한 종교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고 개인의 삶에서도 실천적인 기준이 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자고 했다.


“종교소통, 현실은 온도 차 크다”


▲ 원익선 교수는 한국사회의 종교 현실을 점검하면서 향후 초래될 수 있는 종교 간의 분쟁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 최진


원익선 교수가 토론회의 목적을 설명하는 내용으로 첫 발제를 맡았다. 그는 한국사회의 종교 현실을 점검하면서 향후 초래될 수 있는 종교 간의 분쟁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표면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종교와 정치가 긴밀해지는 상황에서는 큰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원 교수는 “현재 기독교와 불교는 ‘이상’적으로는 소통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심각한 온도 차가 있다”며 “한국인이 종교에 대해 너그럽기 때문에 다른 나라처럼 양 종교 진영 간의 갈등이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소통을 소홀히 여긴다면 위험한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도 종교정당 설립이 논의되고 있고, 정치와 연관된 종교 행위가 일어나고 있음을 짚었다. 정치적 문제로 양 종교에서 갈등이 발생할 경우, 서로에 대한 편견과 그것이 생산해내는 왜곡이 종교 간의 대립을 격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원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정부 예산과 깊게 연관된 천주교 사회복지시설 운영과 성지화 사업, 개신교 군종 교회와 종교정당 설립, 불교의 템플스테이와 문화재 사업 등에서 종교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천주교는 성지화 사업을 진행하면서 천진암, 해미 등에서 불교계와 마찰을 일으켰고, 현재까지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원 교수는 “이러한 상황을 보면 격한 종교 간 분쟁이 한국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서로가 소통할 수 있는 학문적인 바탕과 그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데, 양 진영은 서로에 대해 드러내지 못하는 이질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 종교가 소통을 말하는 데 있어, 서로의 ‘역사’와 ‘교의’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서로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상대의 성장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원 교수는 “한국은 현재 일본과 대만의 종교까지 들어오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한국인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종교로 그것을 극복한다는 것으로는 해석할 수 없다”라며 “불교와 기독교의 대화에서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형이상학적인 주제인데, 양 종교가 철학적‧신학적인 소통을 이뤄내, 종교에게 너그러운 한국인의 특징적 신심을 연구한다면 한국사회가 새로운 정신문명을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이어 “종교 간의 소통이 하루아침에 이뤄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이 가능했다면 세계 평화도 벌써 이뤘어야 했다. 자본주의에 잠식되는 인문학의 범주에서 종교 간의 대화가 일회적이고 행사 중심의 소통이 아니라, 지속적인 대화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이를 통해 다소간 숨통이 트이길 하는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대화를 위한 몇 가지 주제


▲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용표 교수, 김승철 교수, 이도흠 교수, 이관표 교수 ⓒ 최진


이어진 발제에서 김용표 교수는 불교의 공(空)사상과 열린 포괄주의에서 바라본 그리스도교와의 대화에 대해 말했다. 그는 창조적이고 심층적인 종교 대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자아와 타자를 구분하는 주관의 이원성을 극복하고 실재와 그 실재를 이루는 원리, 그리고 그 원리가 지향하는 목적을 포괄하는 대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승철 교수는 자연과학 세계관 속에 있는 현대사회에서 그리스도교가 직면한 해석학적인 과제를 불교철학과의 만남을 통해 설명했다. 타자라고 인식해왔던 자연과학과 아시아 종교를 그리스도교가 자신의 내적 구성요소로 받아들이고 인정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토착화와 적절한 현시대 해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흠 교수는 ‘실재론과 연기론’, ‘구원과 깨달음’, ‘니르바나와 하느님의 나라’, ‘아가페적 사랑과 보살행’ 등을 설명하며 불교와 그리스도교가 지니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폈다. 그는 양자의 차이를 ‘관용’으로 접근하는 1차원적인 접근법을 벗어나, 내 안에서의 타자와 타자 안에서의 나를 발견하는 단계로 나아갈 때, 진정한 의미의 소통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관표 교수는 그리스도교와 불교가 힘을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 약육강식의 자연 질서를 벗어나, 자유와 평등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새로운 질서를 추구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비움과 나약함을 중요한 가치로 설명하는 양 종교가 자신의 완강함을 포기하고 서로에게 자신을 비워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짚었다.


끝장토론, “연기론이 불교 거냐?”


발제가 끝난 후 끝장토론이 시작됐다. 앞서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대화를 위한 몇 가지 주제들이 나오면서 이에 대한 학자들의 견해가 때로는 이해로, 때로는 논쟁으로 이어졌다. 첫 토론의 주제는 원인과 결과에 따른 관계성, ‘연기론’에 대한 내용이었다.


▲ 그리스도측.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승철 교수, 김근수 소장, 정경일 원장, 이찬수 교수, 손원영 교수, 이관표 교수 ⓒ 최진


그리스도교에 연기론적 사유가 없다고 생각하느냐는 그리스도교 학자의 질문에 불교 학자는 “없다는 것이 아니라, 실재론에 바탕을 둔 그리스 철학으로 해석했다고 본다”고 답했다. 


다른 불교 학자는 “양 종교가 역사적으로 오래된 종교기 때문에 서로의 이론 유무를 단순화시키기 어렵다”면서도 “자아와 타자를 나누며 그것에서 관계성을 설명하는 그리스도교의 인과론적 연기론과 전체 자연의 흐름 안에서 나의 자리를 찾는 불교의 연기론은 출발점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그리스도교 측에서는 “불교는 연기론을 불교의 것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불교의 연기론은 관계의 긍정적인 부분을 다루는 것이고,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원죄론은 관계의 부정성을 다루는 것이다”라며 “관계성을 강조하지 않는 사상이나 종교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그리스도교 학자는 “연기론은 일정 부분 맹목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자연관찰을 통해 원인과 결과를 끊임없는 자연 순환으로 해석한다”라며 “이것이 박테리아나 풀로 이해했을 때는 상관이 없는데, 인간 세계로 들어오면 문제가 된다. 가난한 사람, 약자에 대한 배려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들이 겪어야 하는 불공평을 연기론에서는 어떻게 설명하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리스도교에서는 서열의 끝에 있는 사람들이 받을 핍박과 불공평한 인과에 저항하고자 유일신 사상을 따른다. 인과를 초월한 절대적인 하느님이 이들을 보호한다. 관계성에 대해 주목하지만, 원인과 결과에 맹목적으로 순응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불교 측은 “연기설은 불교가 ‘발견’한 것이지, ‘발명’한 것이 아니다. 풀 한 포기부터 우주 전체가 연결돼있다는 것이 어떻게 불교만의 것이라 하겠는가”라고 짚은 뒤, “온 우주를 아우르는 질서, 즉 세상 그 자체다. 그것을 서양철학에서처럼 소유권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 불교측.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원익선 교수, 류제동 교수, 김용표 교수, 명법스님, 이도흠 교수, 송현주 교수 ⓒ 최진


이어 “불교가 있는 그대로 따른다는, 자연 그대로 순응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불교는 잘못된 인과는 끊고,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종교다. 나로 인해 잘못된 인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을 자연 순응적이라고 보면 안 된다”라며 “연기론과 인과를 긍정하는 것 자체도 불교 전체 역사에서 보면 일부분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연기를 세계가 돌아가는 것을 발견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 자체는 ‘탈 가치적’이다. 그러나 현실은 가치와 힘에 따라 언제나 우열이 있고, 억압이 있고, 파괴가 있다”라며 “그리스도교는 부정적인 인과에 저항할 수 있는 하느님이란 존재가 있다. 솔직히 부정적인 인과라고 해도 현실적으로 매우 강력하기 때문에 하느님을 포기하고서는 이것에 저항하기 힘들다. 불교는 탈 가치적인 연기로 어떻게 부정적인 인과를 끊어내고 저항하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불교 측은 “그러한 고민이 과거에도 있었다. 선불교에서 탈 가치적인 연기를 말했기 때문에 이를 비판한 것이 대승불교다. 이들은 탈 가치적인, ‘모든 것에 대한 긍정’을 비판했다”라며 “종교는 가치를 주장하고 지향적인 실천을 이야기해야 한다. 모든 것을 때려치우라는 탈 가치적 연기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한국 불교의 역사는 탈가치를 지향하는 선불교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학자들은 오후 6시까지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이후 오후 9시 30분부터 두 번째 발제와 토론회가 이어졌다. 레페스포럼은 12일 오전 토론까지 진행된다. 불교와 그리스도교 학자들이 이틀간 벌인 일종의 ‘끝장토론’결과는 보완하고 정리해, 2017년 상반기 중 단행본으로 출판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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