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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직자 성범죄 피해 생존자, “더 이상 못하겠다”
  • 끌로셰
  • 등록 2017-03-06 13:39:20
  • 수정 2017-04-03 18: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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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 NCR >의 3월 1일자 단독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원제 : 미성년자보호평의회 산하 성범죄 위원회 위원 마리 콜린스 사임) - 편집자주


마리 콜린스는 2014년에 성직자 성범죄 피해 생존자 중 한 사람으로서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미성년자보호평의회(Pontifical Commission for the Protection of Minors, 이하 미보평) 위원으로 위촉받았다. 마리 콜린스는 지난 1일, 해당 직위를 사퇴했으며 다음과 같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 역자 주


▲ 프란치스코 교황이 설립한 미성년자보호평의회. 앞줄 왼쪽 세번째에 있는 사람이 마리 콜린스 (사진출처=protectionofminors.va)


미보평에는 지난 3년 동안 극복해야 할 여러 어려움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저는 전 동료들의 비밀 유지 의무와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을 존중하고자 합니다. 다만 제가 여기서 언급할 수 있는 대표적인 걸림돌 중 일부는 지난 2월 23일 다른 미보평 의원들이 ‘호주 아동 성범죄에 제도적 대응을 위한 왕립 위원회’에서 증언한 바 있습니다. (관련기사)


걸림돌은 재원 부족, 부적절한 직원 체계, 상황 진전에 대한 미온적 태도 그리고 문화적 저항입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교황청 일부 구성원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허가를 받은 미보평의 권고를 적용하는 일에 거부감을 느끼는 점입니다. 


단단한 바위에 떨어지는 한 방울의 물과 같이 우리는 그저 묵묵히 계속해나가야 한다. 


미보평 호주 출신 위원인 케이틀린 매코맥은 증언을 통해 지금까지 겪어온 고난들을 요약하면서도 계속 희망을 가져야 할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그녀는 “단단한 바위에 떨어지는 한 방울의 물과 같이 우리는 그저 묵묵히 계속해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더 이상 희망으로 버틸 수 없는 지점에 와버리고 말았습니다. 성범죄 생존자로서 저는 여러 사건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경악하면서 지켜보았기 때문입니다.


평의회 설립 첫 해에는 사무실이나 직원도 없이 일을 해나가야 했습니다. 그리고 미보평이 교황청의 여러 성(dicasteries ; 정부 부처를 지칭하는 표현- 역자 주)과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 역시 매우 오랫동안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위의 문제점은 2016년 교황청 각 부처에 미보평과 의견 교환을 할 수 있도록 공식 연결책이 임명된 후에 해결되었으나 이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매우 중요한 소통과 협력에 긴 공백이 있었습니다.


조사위 설치 권고는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동의를 받아 발표되었습니다. 하지만 바로니스 홀린스가 호주 왕립 위원회에서 말했듯이, 이러한 조사위는 명확하지 않은 ‘법적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어 단 한 번도 도입되지 않았습니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 ‘우리가 더 잘 안다’는 식의 믿음을 심어주는 성직자 중심주의, (성)범죄를 단순한 불편 사항으로 취급하는 폐쇄적 태도…


2015년에 발표된 자의 교서(motu proprio) 「사랑하는 어머니 같이: As a Loving Mother」에 이어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6년에 또 다른 석명 의무에 관련된 발표를 하게 됩니다. 이 발의의 범위는 (성범죄에 대한) 책임에 태만한 주교뿐만 아니라, 수도원장 등의 종교 단체 기관장도 포함될 것이라고 알려졌습니다. 이는 작년 9월 5일부터 발효되기 시작했으나, 이 발의가 실제로 효과를 내기 시작했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성범죄와 관련된) 각 지역 정책 문서 작성의 기초로 사용하기 위해 미보평이 개발한 보호 지침(Saftguarding Guidelines) 기틀은 아직 배포되지도 않았습니다. 현존하는 주교 회의단 정책 문서들을 검토할 책임과 자체 기틀을 가지고 있는 교황청 해당 성(신앙교리성 - 역자 주)은 여전히 미보평과 협업하기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뉴질랜드 출신 미보평 위원이자 보호 지침 담당 부서장인 빌 키갤런은 호주 왕립 위원회의 증언에서, 어떻게 이러한 저항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이해하고자 (민간) 정부와 비교하기도 했습니다. “정부 부처들이 서로 질투하며 자기 구역을 지키려 하고 다른 이들로부터 조언을 구하는 일에 거부감이 있다”는 점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교황청 내부의 일부가 권고를 적용하거나 전 세계의 아이들과 약자의 안전을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평의회의 노력에 협업하기를 꺼리는 태도는 용인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꺼림은 과연 내부 정책이나 변화에 대한 두려움, ‘우리가 더 잘 안다’는 식의 믿음을 심어주는 성직자 중심주의, 이러한 (성)범죄를 단순한 불편 사항으로 취급하는 폐쇄적 태도 혹은 과거 제도 중심적 태도의 부산물에 기인하는 것일까요?


그 정답은 모르겠으나 2017년조차 이러한 사람들이 아동과 약자들의 안전보다 다른 것을 먼저 걱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목도하는 것은 참담하기만 합니다.


보호 지침에 따른 협업을 거절한 것 이외에 저에게 있어 최후의 일격은 바로, 협업을 거절한 바로 그 부서에서 지금까지 미보평이 개진한 가장 단순한 권고들 중 하나 조차 실천하기를 거부한 일이었습니다.


지난해 저희 요청에 따라,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교황청의 모든 부서에 (이러한 성범죄) 피해자나 생존자들의 서한이 반드시 답변을 받을 수 있게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저는 지난 달 해당 부서로부터 받은 한통의 편지에서 이들이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교회가 (성)범죄에 의해 삶이 엉망이 되어버린 사람들을 돌보아야 한다는 공식 성명을 들으면서, 개인적으로는 교황청 내에서 그러한 서한의 존재 자체를 거부하는 (이율배반적) 모습이 있다는 것을 차마 볼 수가 없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모든 교회의 (성)범죄 위기가 어떤 식으로 다뤄져 왔는지를 보여주는 반증입니다. 공적으로는 번지르르 한 말로 포장하고 (해당 부처의) 문 뒤에 숨어 그와 반대되는 행동을 하고 있던 것입니다.


제가 2014년에 미보평 위촉을 받아들였을 때, 저는 만약 이처럼 문 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공개 석상에서 언급되고 있는 것과 충돌할 경우에는 그 자리에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했습니다. 이제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제 정직함을 지키고자 한다면 사임하는 방법 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제 전 동료들이 계속해서 나아갈 것임을 알고 있으며 시간이 지나 어려움들을 이겨내고 진정으로 필요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현재 휴직 상태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한 명의 피해자가 미보평에 남아있습니다. 그 분의 임기가 끝났을 때 다른 피해자가 위촉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어떤 식으로 일이 진행되든지 피해자의 목소리가 그 안에 포함되기를 진정으로 바랍니다.


지난 3년 간 저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앉아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으나 만약 제게 그런 기회가 있었더라면 저는 그 분께 다음 세 가지를 부탁드리고 싶었습니다.



- 권고가 승인되었을 때 그러한 권고들의 실행을 감독할 수 있는 책임과 권한을 주시기 바랍니다. 교황께 전달되는 권고에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갔는지 혹은 교황께서 그 권고들을 얼마큼 지지하는지와 관계없이, (승인이 되었다면) 어떠한 효과라도 내기 위해서는 (우선) 올바르게 실행이 되어야 합니다.


- 미보평이 모든 경비 지출 사항을 바티칸 내부 승인 절차를 밟지 않고도 할 수 있도록 그에 적합하고 독립적인 예산을 배정해주시기를 바랍니다.


- 바티칸 외부 전문가 채용 제한을 철회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저는 여전히 일하고 있는 미보평에 가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위원들은 사태를 진전시키고자 아주 중요한 프로젝트에 모든 노력을 쏟고 있습니다.


최근 아동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성직자들의 처벌을 약화한다는 매우 실망스러운 뉴스에도 불구하고, 저는 교황께서 진정으로 성범죄의 끔찍함을 이해하고, 이런 일들을 막아야 할 필요성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비록 제가 교황의 모든 행보에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제가 아는 한 교황께서는 (성직자) 가해자들을 다시금 아이들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직위에 복귀시킨 적이 없습니다. 만약 교황의 행보가 그랬더라면, 저는 아마 또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되었겠지요.


이러한 사건들에서 (가해자들의 선처를 위해) 교황의 자비에 호소하는 이들은 교황을 비롯한 모든 이들에게 해를 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느끼기에 교황께서는 자신의 관용의 행위가 어떻게 미보평의 작업을 지지해주는지, 또는 모든 일을 무너트리는지를 충분히 아시는 것 같지 않습니다.


저는 제 동료들이 일을 진척하는데 행운이 있기를 바랍니다. 아동과 약자의 안전을 개선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며 이는 어떤 걸림돌이 나타나더라도 계속되어야 합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의 문제로 인해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 혹은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 혹은,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 문제제기라고 하는 것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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