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립희망원인권유린및비리척결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장애인단체 등이 6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이 운영해온 대구시립희망원의 인권유린·비리 해결을 촉구하는 서한을 주한 교황청대사관에 전달했다.
대책위는 그동안 폭행과 인권유린·성추행·노동법 위반·국가보조금 횡령 등 각종 인권침해와 범죄 의혹으로 얼룩진 희망원 사태에 대해 천주교 측의 사죄와 사태해결을 위한 노력 등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37년간 시설을 운영해왔던 대구교구는 지난해 11월 ‘언론의 보도 때문에 정상적인 시설운영을 할 수 없다’며 운영권 반납 의사를 밝힌 후 침묵하고 있고, 다른 교구들도 침묵으로 희망원 사태를 외면하고 있다.
이에 대책위는 희망원 사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대구교구의 적폐청산과 천주교 측의 책임 있는 문제의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교황 프란치스코에게 호소하는 서한을 주한 교황청대사관에 전달했다.
박명애 대책위 공동대표는 “5년 사이에 300명의 사람이 죽어 나가도 모른 척하는 단체가 바로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희망원이다”라며 “대구교회는 말로만 운영을 그만하겠다고 하면서 (희망원을) 계속 운영하고 있고, 대구시는 이것을 방관하고 있다. 지자체와 교회가 똑같은 놀음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희망원에서 비리를 저질러 한 신부님이 구속되자, 이 신부님을 나오게 하려고 뒤에서 서명을 받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라며 “대구시와 교회가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닐 수 없다”고 규탄했다.
교구의 비종교적이고 비양심적인 행위를 비통해하는 천주교 분들이 많다. 개혁을 요구하는 많은 사제와 신자들이 대책위에 전화해 격려의 말을 전한다.
은재식 희망원대책위 공동대표는 “사회가 종교를 걱정해야 하는 작금의 사태를 두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정작 대구교구만 이 사태를 신부 개인의 일탈로 몰아가고 있다”고 일갈했다.
“만약 희망원 사태가 신부 개인의 일탈이라면 조환길 대주교는 일탈한 신부들을 파면해야 마땅하지만, 재판과정에서는 대형 로펌을 통해 이 신부들을 지원하고 있다”며 “앞에서는 조환길 대주교와 무관하다고 말해놓고, 뒤에서는 이들을 지원하는 작태를 벌이고 있는 것이 대구교구”라고 지적했다.
가톨릭교회의 진심 어린 사과를 기대하고 잘못에 대해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지만, 교회 전체의 잘못이 명백함에도 대구교회는 몇몇 신부와 수녀를 희생양으로 내세워 사태를 덮으려고 하고 있다. 하느님의 말씀을 따라 사는 선한 이들을 위해 썩은 살을 도려내는 교황님의 옳은 결단을 기다린다.
대책위는 ‘프란치스코 교황께 드리는 호소문’에서 “하느님은 가난한 자를 도와주시는 분이라고 배웠지만, 지금의 한국 가톨릭교회가 하느님의 말씀대로 살고 있는지 의문이다”라며 “장애인과 노숙인들이 교도소 독방 같은 곳에 갇혀 살다가 죽어갔는데, 이를 운영한 곳이 가톨릭 교회다”라고 짚었다.
한편, 이날 주한 교황청대사관은 대책위가 작성한 서한을 대사관 우편함에 넣고 가라고 말해, 시민단체들의 공분을 샀다. 미소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기자회견에 앞서 주한 교황청대사관에 전화해 서한을 받아달라고 부탁했으나, 대사관 측은 대사관 문 앞에 있는 우편함을 이용하라며 직접 서한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대책위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서한을 직접 전달하겠다며 대사관으로 향해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대사관 직원은 기자회견 장소로 나와 대책위의 서한을 직접 전달받았지만, 이에 대한 사과나 특별한 언급 없이 돌아갔다.
대책위 관계자는 “교황청대사관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서한을 안 보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방법을 동원해 이 서한이 교황님의 두 손에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