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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천주교발생지 천진암, 건축법 위반으로 몸살
  • 최진
  • 등록 2017-06-26 13:56:43
  • 수정 2017-06-26 14: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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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진


한국 천주교의 발상지로 잘 알려진 천진암 성지. 이 곳에 6월 15일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들이 분쟁조정을 위해 발걸음을 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현장조사를 시작하자, 천진암 일대의 공무원들 10여 명이 아침부터 성지에서 대기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1978년 천진암 일대 부지매입을 시작으로 한국 천주교 사상 최대 규모의 성지사업이 40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곳에서 어떤 분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물질이 아닌 정신적이고 신앙적 성역화 하겠다?


먼저, 한국천주교회는 창립 200주년을 기념하는 가장 뜻있고 거룩한 기념사업으로 천진암을 성역화하기로 결심했다. ‘한국천주교회발상지천진암성지위원회’(이하 성지위원회)는 “한국 천주교회 창립사를 올바르게 정립하고 한국천주교회의 뿌리를 든든히 하며, 자손만대에 걸쳐 진리와 신앙의 전승을 다짐하는 역사적인 사업”으로 천진암 성역화 사업을 정의하고 있다.


성지위원회에 따르면 천진암은 한국천주교 창립주역 이벽이 1770년부터 약 15년간 학업과 수도에 전념했던 곳이다. 1777년부터는 이승훈, 정약종, 정약용 등 젊은 선비들이 함께 천학(天學)을 연구하고 실천해, 학문적 수준에 있던 천학을 종교적 신앙차원으로 끌어올린 천주교 신앙의 도장(道場)이었던 곳이다.


성지위원회는 성역화 사업 방향을 밝히며, “단순한 ‘건물복원’보다는 성역화의 철학을 선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즉, 물질적인 시설 건축보다는 정신적이고 신앙적인 차원의 성역화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정신과 업적의 전승’을 사업 목적으로 밝힌 천주교는 이를 위해 100년 성당이라 불리는 ‘한민족천진암대성당’과 창립 유물보존과 전승을 위한 ‘천진암 박물관’, 학문연구를 위한 ‘한국신학연구원’과 ‘한국천주교회창립사연구원’ 및 ‘평신도 신학대학원’, ‘신도수련원’(피정의 집)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천진암 성역화, ‘이행강제금’에 발목


▲ 천진암 성지 내 정하상 바오로 동상 ⓒ 최진


한국 최대 규모의 성지로 자리할 천진암 성지는 현재 광주시와 퇴촌면으로부터 이행강제금과 국유지 무단점거에 따른 변상금, 국·공유재산 변상금 등이 부과돼, 일부 지불을 마쳤고 일부는 행정심판에 놓여있다. 천진암 성지 소유자인 천주교수원교구유지재단인은 건축법 위반, 국유지 무단점거 등으로 개발사업비 외에 벌금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먼저, 성지위원회는 2016년 3월 24일 퇴촌면으로부터 ‘국유지(공유수면) 무단점거에 따른 이의서 회신 및 변상금 부과통지를 받았다. 즉, 성지위원회가 하천 땅과 용수(用水)·배수(排水)를 위한 땅을 불법으로 점거해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퇴촌면은 천진암성역화위원회가 무단점용하고 있는 퇴촌면 우산리 583번지 외 5필지의 구거부지에 대해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 제 15조 규정에 의거해, 무허가로 사용하는 등의 위법행위에 해당한다며 동법 제37조에 의거해 변상금을 부과했다.


성지위원회가 불법 점유한 지적상 면적은 27,785㎡, 8,400평 정도다. 성지위원회는 이 땅들을 도로와 잡종지 등으로 2012년 1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무단으로 사용해 변상금 1,400만원을 벌금으로 냈다.


또한 퇴촌면은 건축법 제14조 건축신고 규정에 따라 건축신고를 하지 않고 무단으로 신축한 사항에 대해 건축법 제80조인 이행강제금 규정에 따른 시정명령을 통보했다. 건축허가도 받지 않고 무단으로 신축한 건물을 철거하라는 경고였다.


이러한 경고에 의해 천진암 측은 4개의 시설을 철거해야 했다. 이행강제금은 벌금을 납부했다 하더라도 건축법 위반 사항이 종결되는 시점, 즉 불법 건축물이 완전히 철거돼 원상복구가 완료되는 시점까지 벌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


천진암 박물관, 행정심판 도마 위로


뿐만 아니라 광주시로부터도 이행강제금과 국·공유재산 변상금 통지를 받았다. 성지위원회는 우산리 432-1번지를 포함해 7개 필지 1,200여 평의 국·공유지 무단점유에 따른 변상금을 통지받았으며, 이에 국유재산변상금 1,132만원과 공유재산변상금 192만원을 변상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미 건물이 지어진 ‘천진암 박물관’이다. 광주시는 성지위원회가 건축허가변경 시정명령(건축법 제16조)을 통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건축법 제80조에 의거, 이행강제금 2억 원을 부과한다고 통부했다.


광주시는 “이행강제금을 납부했다 하더라도 건축법 위반사항이 종결되는 것이 아니며, 건축법 위반사항에 대해 조속히 원상복구 해야 한다”고 못 박고 있어, 3층 규모의 박물관 건물을 통째로 옮기지 않는 한, 지속적으로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위기에 놓였다.


현재 천진암 측은 ‘천진암 박물관’과 관련해 행정심판을 제기한 상태다. 행정심판은 행정청의 위법이나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권리와 이익 등이 침해받을 경우 진행하는 쟁송절차다. 지적도와 실제 토지 간의 측량오차로 발생한 문제를 천진암 측이 책임지고 배상해야 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천진암 측이 기존 구거부지로 흘렀던 물길을 우회하도록 공사한 흔적이 발견되면서 성지위원회가 박물관 건축 당시 구거부지 침범을 알고도 의도적으로 건축물 위치를 변경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또한 기존 구거부지가 없어지면서 새롭게 만든 구거부지가 또 다른 토지를 침범하면서 새로운 위법논란이 추가될 수 있다.


▲ ‘천진암 박물관’ 위성사진과 지적도 비교. 천진암박물관은 당초 ‘397 종교부지’ 안에 건설돼야 하지만, ‘564 구거부지’와 ‘393 농지’를 침범해 지어졌다. 강제이행금 2억여 원을 지불하더라도 박물관 건물 일부를 부수거나 통째로 옮겨야 건축법 위반사항을 완전히 처리할 수 있다.


▲ ‘천진암 박물관’(좌)과 물길 우회 변경 흔적(우). 산에서부터 직선으로 이어지던 물길이 박물관으로 막히고 우회 공사로 인해 직각에 가깝게 꺾였다. 또한, 새로 마련된 물길이 임야 등 다른 토지를 침범하고 있어 또 다른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건축법 위반으로 쓰인 돈만 벌써 10억


문제는 위에서 언급된 내용 말고도 추가적으로 건축법 위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여지가 여러 곳에 남아있다는 것이다.


▲ (좌) 건축법 위반으로 철거된 건물의 부지(붉은색). 임야를 무단 점유해 건물을 지었기 때문에 원상복구를 하려면 건물 철거 후 붉은 벽돌이 아니라 나무를 심어놓아야 한다. / (우) 철거된 곳에서 50m 아래 위치한 야외화장실 건물. 이 역시도 구거를 무단 점유해 지어졌기 때문에 불법건축물에 해당한다.


▲ (좌) 임야(159)에 길을 내고 광장을 만든 상황. 원상복구를 위해서는 개간한 땅에 나무를 다시 심어놓아야 하지만 (우) 현재 천진암 측은 도로를 그대로 둔 채, 광장 일부에 나무를 심은 것으로 대처하고 있다.


▲ (좌) 하천부지와 구거·임야 등이 복잡하게 섞인 땅에 만들어진 주차장과 여러 건축물들. 사무실 건물과 광암성당 사이로 큰 하천부지가 있다. / (우) 천진암 광장에 올라가는 도로에 새겨진 하천부지 표시 저점(붉은 색). 도로 한가운데 표시된 측량지점 왼편으로는 하천부지다. 성지로 향하는 첫 걸음부터 불법점유 도로를 지나야 한다.


이 밖에도 임야에 불법으로 길을 낸 상황이 민원에 접수되면서 광주시와 퇴촌면으로부터 시정명령이 이어지고 있다. 천진암 측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건축법 위반 지적사항을 시정하는 것에만 이미 10억 원 정도 비용이 지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심판 도마에 오른 ‘천진암 박물관’과 여러 건축법 위반으로 오늘날 천진암 성지는 몸살을 앓고 있다. 논란이 되는 위법 사항을 모두 개선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천주교 측은 관련 기관들에 선처를 호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천진암 성역화 사업의 건축법 위반 내용이 드러나게 된 이유는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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