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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살고 있는데 건물 철거하라는 천주교 수원교구
  • 문미정
  • 등록 2018-10-17 14:5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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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앞에서 천주교 수원교구의 성역화 사업으로 피해를 본 이들이(미리내성지, 왕림성당, 천진암성지) 연대해 시위를 벌였다. ⓒ 문미정


천주교주교회의 2018년 추계 정기총회가 열리는 가운데,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앞에서는 천주교 수원교구의 성역화 사업으로 피해를 본 이들이(미리내성지, 왕림성당, 천진암성지) 연대해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오늘(16일) 각 교구 주교들이 한데 모이고, 새로 부임한 교황대사도 온다기에 교황대사에게 기대를 걸고 왔다면서, “천주교중앙협의회를 방문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수에레브 대주교는 잠시 차를 멈춰 세우고 현수막과 손팻말 내용을 살펴보고 비서가 사진을 찍어갔다”고 말했다. 


직책 가진 이들이 잘못하는 것이지, 교회가 나쁜 것은 아니다


갓등이 왕림본당 재산환수 및 복원위원회는 “가톨릭이란 이름을 가진 종교가 아무 곳에나 가서 발을 뻗으면 남의 것이라도 자기 것이 되는 상황”이라면서, “하느님의 이름을 빌려서 도둑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교회 안에서 직책을 가진 사람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것이지, 교회가 나쁜 것은 아니다”라며, “종교가 사회를 걱정하고 보듬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사회가 종교를 걱정하는 시대가 됐다”고 토로했다. 


현재 상황에서 수원교구 교구장인 이용훈 주교와 소통이 잘 되지 않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1888년 설립된 왕림성당은 한강이남의 첫 번째 본당으로, 왕림성당 토지가 신자들의 동의 없이 학교법인 광암학원으로 명의가 이전돼 왕림성당 신자들은 토지 환수를 촉구하고 있다. 


미리내성지 내 대건기도원 김풍삼 원장도 이 자리에 함께 했다. <가톨릭프레스>는 지난해 11월 미리내성지 관련 분쟁을 네 편에 걸쳐 집중 보도한 바 있다.


기도원에 사람이 살고 있는데…


▲ 대건기도원 김풍삼 원장 ⓒ 문미정


지난 8월, 김풍삼 원장은 수원교구로부터 대건기도원 건물을 철거하라는 소장을 받았다. 


수원교구는 대건기도원 건물이 교구 소유 토지를 점유하여 임료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해왔다면서 건물을 철거하고, 2008년 8월 1일부터 토지인도일까지 월 30만 원을 지급할 것을 청구한 것이다. 


대건기도원 김풍삼 원장은 ‘건물철거소송’을 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교구는 ‘건물명도소송’에서 이미 패소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비판했다. 


1962년 주금순 씨와 신자들은 현재 미리내성지에 터를 잡고 대건기도원을 설립했다. 이후 수원교구 초대교구장 윤공희 주교가 기도원 신자들에게 수도회 설립을 제안하면서, 1972년 대건기도회와 수원교구는 ‘대건수도회 설립을 위한 합의서’를 작성했다. 


기도원측은 앞으로 교구 산하의 수도회가 될 것이므로 자신들의 부동산 명의를 수원교구로 이전시켰지만 교구는 합의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1984년 교구는 대건기도원을 상대로 건물명도소송을 제기했다. 


수원교구는 대법원까지 이어진 건물명도소송에서 패소했지만 그로부터 30년이 지나고 이번에는 건물철거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천주교 수원교구, 대건기도원 상대로 왜 자꾸 소송을 할까


수원교구가 1985년 10월 4일 ‘미산리 산110-1, 미산리12’(기도원 건물)과 ‘미산리 산108-1, 미산리141’ 건물을 수원교구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으나, 건물명도소송 2심 재판부는 기도원측이 소유권을 원시 취득했다고 짚었다. 



또한 ‘등기부상 표시 건물과 이 사건의 건물 사이에서는 유사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1987년 대법원 역시 유사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미산리 산110-1, 미산리12’과 ‘미산리 산108-1, 미산리141’ 토지는 인접하지 않고 상당한 거리를 두고 떨어진 거리라고 짚었다. 또한 이 토지 위 건물 8동을 1등기용지에 1개의 건물로 묶어서 등기한 교구 명의의 위 보존등기는 부동산등기법 제15조 1부동산 1등기용지주의에도 위배되어 무효 등기라고 판결했다. 


다시 말해, 수원교구는 기도원 측을 상대로 건물명도소송을 진행하면서 소유권보존등기를 했으나 이 과정에서 부동산등기법에 위배되는 사항들이 적발되었고 처음부터 소유권은 기도원측(주금순 씨)에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 셈이다. 결국, 수원교구는 소송에서 패소하고 해당 건물은 기도원 소유라는 확정판결을 받게 됐다. 


김 원장은 1978년 가옥과세등제상황증명 서류와 1980년 가옥과세대장등본을 보여주면서, “몇 십 년 전부터 ‘수녀원 대표 주금순’, ‘천주교 수도원’이라고 못 박혀 있는데 어떻게 교구 것이 될 수 있겠나”라고 울분을 토했다. 


교회의 물질적 팽창은 선교에 부작용을 낳고 오히려 진리를 가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며 백성들에게 실망을 주게 된다.


이 같은 상황에 “기도원에 사람이 살고 있는데 건물을 철거하라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리인가. 신자로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기도원에는 4명이 살고 있으며 건물이 철거 될 경우, 이들은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쫓기는 신세가 된다. 

 

지난 8월, 건물철거소송을 한 수원교구의 입장을 듣기 위해 관련 내용을 질의했으나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답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대건기도원에 있는 신자들의 거취 문제에도 “기도원 사람들에 대해서도 염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건물철거소송을 당한 김풍삼 원장은 지난 9월 16일 전국 주교들에게 보낸 탄원서에서, “수원교구장은 권한 남용의 우를 범하고 있다”며 “주교의 권한 남용은 교황님의 동의 없이는 행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미리내성지 관련 분쟁은 4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김풍삼 원장은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은 “수원교구가 합의서대로 이행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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