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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종교화 맞이한 종교, 무엇을 해야 할까
  • 최진
  • 등록 2017-07-13 19:19:13
  • 수정 2017-07-13 19:3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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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도교, 불교학자 12명이 서울 금선사에 모여 12일부터 1박2일 동안 끝장토론을 열었다. ⓒ 최진


그리스도교와 불교 학자 12명이 서울 종로구 금선사에서 12일부터 1박2일 동안 끝장토론을 열었다. 학자들은 탈종교 시대의 종교와 종교인의 역할을 함께 고민하며 각자가 생각하는 해결 방안을 나눴다.


레페스(Religion and Peace Studies) 심포지엄은 지난해 1월 발생한 ‘개운사 불당 훼손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2016년 1월 17일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한 남성이 경북 김천에 위치한 개운사 법당에 침입해 불상과 법구를 부순 사건이다. 


그는 자신이 교회를 다녀보니 절과 성당이 우상숭배를 하고 있어, 이를 막기 위해 일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개운사 불당 훼손사건은 이웃 종교를 이해하지 못한 채, 경쟁의 대상으로만 상대를 바라봤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종교인의 위험성을 알리는 사건이 됐다.


“중생구원은 불교 수행의 본질”


이도흠 한양대 교수는 탈종교 시대에서 불교의 재해석과 지향점을 주제로 첫 발제에 나섰다. 이 교수는 탈종교화의 원인이 탈근대, 신자유주의 등 사회 패러다임 변화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주류 종교들이 탈종교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회흐름에 부합하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지금 주류 종교에서 탈종교화에 대한 나름의 대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대다수가 퇴행적이거나 종교의 본질을 망각하고 있다”며 “인간성과 존재의미가 상실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 대한 냉철한 인식과 처절한 성찰을 바탕으로 종교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도흠 교수는 주류 종교들이 탈종교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사회 흐름에 부합하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고 말했다. ⓒ 최진


그는 불교 수행의 본질이 깨달음을 얻는 것이 아니라 열반에 이르는 것임을 짚었다. 깨달음을 실천하기 위한, 부처로 살기 위한 것이 불교 수행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것을 한마디로 “부처로 살면 부처”라고 줄였다. 


이어 “불교사상은 위로는 깨달음을 얻고 아래로는 중생을 구제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현세에서 고통 받는 이들을 구제하는 일은 불교에 매우 중요하다. 중생이 세상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데, 선방에서 나 홀로 평안을 얻는다면 그것이 진정한 깨달음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둘러싼 우주의 모든 존재가 자신과 깊은 관계성으로 엮여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불교 사상의 지혜인 만큼, 탈종교화에 대처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중생의 고통을 없애주는 자비행이 수반돼야 한다고 했다. 


우리 몸의 중심은 머리나 심장이 아니라, 내가 가장 아픈 곳이다. 내가 아픈 곳이 내 몸의 중심이고 세상의 중심이 된다. 그렇다면 세상의 중심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세월호 유가족, 이주노동자와 같은 아픈 이들이 있는 곳이다. 


이 교수는 사회적 업이 종교의 업이기 때문에 사회적 고통을 종교가 자신의 고통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또한 종교가 자신의 업에서 벗어나려면 세상의 업을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종교가 제도적 모순에 저항해야 하는 사명을 설명한 것이다.

 

그는 “주류 종교계가 바람처럼 지나가는 현세적인 안락함과 행복을 잡으려 한다면 그때부터 고통이 시작될 것이다. 주류 종교들이 탈종교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고통에 관심을 두고 사회제도적 모순에서 저항해 중생을 자유롭게 하는 일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교계, ‘탈종교화’보다 ‘탈사회화’ 걱정해야”


정경일 새길기독사회문화원장은 종교 이후 시대의 사회영성을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그는 오늘날 많은 종교인들이 탈종교화를 종교계의 위기로 여기며 걱정하지만, 오늘의 종교계가 염려해야 할 것은 탈종교화를 아우르는 탈사회화라고 주장했다.


정 원장은 “오늘날 우리는 공동체가 사라지는 ‘사회가 없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이 현상이야말로 우리 모두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위기”라며 “사회의 부재는 구조적 위기뿐 아니라, 인간 개인의 정신적, 영적 위기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 정경일 원장은 오늘날 주류 종교가 사활을 걸어야 할 것은 탈종교화가 아닌 `민중의 위기`라고 강조했다. ⓒ 최진


이어 “남을 돌보지 않는 신자유주의의 미끼를 물어버린 사람들은 오히려 더 불안해한다. 자신이 남을 돌보지 않는 것처럼 남도 자신을 돌보지 않을 것이란 사실 때문이다. 현실이 이런데도 종교는 불안을 잊거나 못 느끼게 하는 ‘아편’ 역할만 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적 고통을 개인적 구원으로 해결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탈사회화 시대의 영성이 공동체 회복을 위한 사회적 영성 수행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리스도교와 불교의 기원에서도 공동체를 지향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며 사례를 들었다.


개인적 해탈과 구원이 수행의 목표였다면 붓다는 보리수 아래를 떠나지 않았을 것이고 예수도 광야에서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이 바라나시와 갈릴래아로 돌아가 가장 먼저 한 것은 깨달음을 나누고 실천하는 공동체의 형성이다.


정 원장은 오늘날 주류 종교가 사활을 걸고 매달려야 할 것은 탈종교화가 아니라 민중의 위기라고 강조했다. 종교가 스스로의 존재 이유인 ‘고통으로부터의 구원’을 실천하려면 현 시대에서 오히려 종교적인 본질을 더욱 성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목자가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을 찾아 떠났을 때, 남은 양들은 서운함보다 ‘나를 잃어도 저렇게 찾아주겠구나’라는 안도감을 느낄 것이다. 고통 속에 있는 한 사람을 우선적으로 사랑할 때 아흔아홉 사람을 향한 보편적 사랑도 가능하게 된다. 탈종교 시대에 종교가 세상의 사랑을 받는 길은 오직 이것이다.


이날 레페스 심포지엄도 앞서 진행된 방식처럼 종교학자들의 발제 후 이에 대한 토론 형식으로 진행된다.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레포스 심포지엄의 내용은 정리와 보완을 거쳐 올 하반기에 단행본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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