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회는 교회의 미래인 아이들을 위해 교구별로 청소년 사목국을 두고 청소년 사목에 필요한 업무를 전담하며, 주일학교 시스템 개선을 위한 연구와 활성화 방안을 모색한다.
지난 20년간 이어진 청소년 사목의 위기를 접하며 그 누구보다 최전선에서 대안과 해결책을 모색했을 교구 청소년 사목국 관계자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현재 주일학교가 처한 상황과 대처방안, 그리고 교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천주교 청소년 포상제 운영 관계자와 교구 청소년 사목국 담당자들을 한 자리에서 만났다.
신앙교육의 시작은 주일학교, 그러나 시간낭비?
주일학교가 죽어가는 이유는 재미가 없어서다. 이것은 지난 30년간 지적됐던 우려의 목소리다. 2천 년 전 사건을 가르치는 것인데 재미있을 수가 없다.
과거 서울대교구 청소년국에서 일했던 A씨는 주일학교가 아이들로부터 외면 받아온 기간을 30년이라고 했다. 그는 교회가 가르쳐야 할 교리 내용이 오래됐고, 그것을 전달하는 방법도 뒤쳐져있어 아이들에게 효율적인 교리 전달이 어려운 것을 문제점으로 짚었다.
A씨는 “사회는 PPT 영상을 만들어 교육할 때, 주일학교는 셀로판지를 오려서 붙이는 교육을 대단한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사회에서는 영상과 소리 등을 활용하면서 다양한 교육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었는데, 주일학교는 맨 날 화이트보드에다가 글이나 쓰면서 교육을 했다. 그러니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부모들의 이기심도 주일학교 침체의 원인 중 하나라고 했다. 주일학교와 성당 활동이 학업에 도움이 안 된다는 ‘시간 낭비’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고등학교 3학년은 미사 감면이라는 웃지 못 할 관행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주일학교 상황을 단순히 주일학교 학생 수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숫자로 드러나는 국가 통계나 실적으로 주일학교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신자는 교리를 외울 수 있는 지식만 있으면 되지만, 신앙은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주일학교가 학생들에게 신앙의 삶을 잘 전달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사제 임기제’, 주일학교엔 도움 안 된다
주일학교는 그동안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레지오로 전환해보기도 했고, 학년제를 무시하고 동아리 체제로도 운영해봤다. 하지만 80년대 이후부터는 다시 기존의 학년제 틀과 교사와 학생이라는 틀로 돌아갔다.
주일학교가 지닌 근본적인 문제를 묻자, 교구 청소년 센터 담당자 B씨는 교회가 지닌 제도적 문제를 짚었다. 그는 오늘날 대부분 성당에서 주일학교 교리 자체가 힘들다고 했다. 아이들이 싫어하고 교리교사가 부족한 것이 이유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일학교가 망해가는 가장 큰 원인은 사제들 때문이다”라며 “열정적인 사제가 한순간 주일학교를 부흥시키더라도, 후임 사제가 주일학교에 관심이 없으면 완전히 시들어버린다. 사제 임기제가 주일학교에 있어서만큼은 선순환보다는 악순환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는 교리교사의 정체성 문제를 짚었다. 대학생 주일학교 교사들은 신앙을 가르치고 전달하는 역할보다는 도우미 정도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학생 교사들이 신앙의 전달자가 아니라, 신앙을 전달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개신교에서는 대학생도 주일학교 학생에 포함한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미사감면 등으로 성당에 잘 안 나오다가, 성인이 됐다며 갑자기 교리를 가르칠 수 있겠는가. 이것은 대학생들에게도 부담이고 아이들에게도 신앙의 전달이 미흡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는 주일학교가 안으로는 아이들의 참여율 저하와 교리교사 부족, 사제 임기제와 신앙교육의 질적 저하 등으로 정체 혹은 쇠퇴하는 상황에서 이를 보완하고자 시도한 것이 여성가족부에서 시행하는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이하 청소년 포상제) 도입이라고 했다.
청소년 포상제는 ‘성당 추억’ 만들기
A씨는 앞서 본지가 기사화한 주일학교 교리교사 인터뷰에서 청소년 포상제와 관련한 내용이 제도의 한쪽 측면만을 다루었다며 불만을 표했다. 해당 교사의 주장처럼 아이들을 지루하게 만드는 활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청소년 포상제는 주일학교를 대체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며 원칙상 강제성도 없다. 인천 교구에서만 본당 자체의 주일학교 프로그램이 없으면 교구 가톨릭 청소년 포상제를 주일학교 프로그램으로 대체한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가 추진 중인 ‘국제청소년성취포상제’(이하 청소년 포상제)는 만 14세부터 25세 사이의 모든 청소년이 ‘신체단련’, ‘자기개발’, ‘봉사’, ‘탐험활동’ 등을 통해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지역사회와 국가를 변화시킬 수 있는 삶의 기술을 연마하도록 하는 국제적 자기 성장 프로그램이다.
포상제는 청소년 활동 진흥원이 총괄해 운영하며, 이를 위해 지역별로 센터가 있다. 청소년들은 신체단련‧봉사‧자기개발‧탐험이라는 4가지 포상 활동을 일정한 시간적 간격을 두고 지속해서 노력해 목표를 성취하면 정부 기관과 청소년 센터 등에서 국제적인 포상을 수여한다.
A씨는 “천주교회가 청소년 포상제를 도입한 이유는 성당 아이들에게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아이들이 성당을 기억할 때 추억거리가 많으면 성당을 떠났더라도 다시 성당에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한다”고 했다.
또한, 청소년 포상제는 생소한 활동이 아닌, 과거 주일학교에서 해왔던 친숙한 활동이라고 했다.
탐험활동은 정확하게 도보 성지순례와 맞아떨어진다. 자원봉사는 원래 주일학교에서 틈틈이 해왔던 활동이다. 자기개발 활동은 성가대나 전례, 복사 등이 있을 수 있다. 신체단련 또한 성당 마당에서 줄넘기와 같은 가벼운 운동을 하면 된다.
또, 과거 진행해왔던 주일학교 활동을 포상제로 진행하면 정부가 추진하는 제도기 때문에 학생들의 생활기록부에 도움이 되는 현실적인 이점이 있다고 했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신자가 일하는 복지관으로 봉사활동을 가서 2시간만 일해도 4시간으로 뻥튀기 하는 편법이 종종 있었다. 결국, 이런 것이 문제가 돼, 종교계의 봉사활동은 학생기록부에 기록할 수 없게 됐다. 이제는 교구장이 확인서를 1,000장 써준다 해도 단 한 시간도 인정되지 않는다. 이제는 종교계가 자체적으로 발급하는 것들은 학생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포상제를 통해 아이들의 봉사에 대한 가치를 교회가 챙겨준다면 좋은 것이 아닌가. 게다가 포상제의 자기개발 활동을 성당 사정에 맞게 돕는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더 큰 추억과 성취감을 선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상제, 교회 보물을 아이들에게 나누는 것
교구 청소년 사목국에서 일하고 있는 C씨가 설명을 이었다. 그는 “우리 교구에서는 성당 청소나 주송, 복사, 성가대 등 이타적인 활동을 하면 봉사활동 시간으로 인정하고 있다. 또한, 음악실을 하는 신자분이 있으면 아이들이 자기개발 활동으로 악기를 배운다. 그러면서 활동에 대한 느낀 점을 매번 적어야 한다. 이것이 조금 힘들 수도 있지만, 자신의 활동에 대한 의미를 되새긴다는 점에서는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활동하기 전에 자신이 목표를 정한 이유도 적어야 한다. 어떠한 마음으로 활동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그 의미에 맞게 노력하기 위해서다. 게다가 각 활동 사이에는 일정한 간격을 두도록 돼 있어, 꾸준함과 지속성을 키울 수 있다. C씨는 금‧은‧동 포상 중에 가장 낮은 단계인 동장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한 6개월이 걸린다고 했다.
포상제에는 원칙이 있는데 재미있는 것을 먼저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타인과의 비교‧경쟁이 아니라, 자신의 성취를 가늠하는 비경쟁성 원칙이 있다. 특히 이 모든 활동은 자발적으로 해야 한다.
A씨는 “요즘 아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알아볼 여유가 없다. 이것을 교회가 함께 찾아보는 것이다. 성당에는 다양한 신자들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좋아하는 춤과 노래, 악기는 물론이고 글짓기와 스포츠 등도 배울 수 있다. 한마디로 포상제 프로그램은 교회가 가지고 있는 인적 자원을 아이들에게 나누는 것이다”라고 했다.
교회가 다 함께 고민해야 할 주일학교
포상제가 잘 활용된 사례도 더 소개했다. “포상제 학생들이 신체활동으로 배드민턴을 배우고 싶다고 했는데, 담당 사제가 이 사정을 본당 배드민턴 동호회에 알렸다. 그래서 아이들은 전문가들에게 질 높은 배드민턴 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동호회 신자들은 주일학교 아이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났다”
또한 “동호회 신자들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재미에 신이 났다. 배드민턴 동호회는 본당에서 딱히 뭘 하기도 애매한 상황인데, 포상제를 통해 아이들에게 교육봉사를 하게 됐기 때문이다”라며 “그러자 예전에는 아이들을 사고뭉치로만 보던 어른들이 나중에는 성당 아이들이라고 하면 뭘 해도 예뻐한다. 아이들도 자신들이 성당에서 사랑을 받는다는 것을 알고 더 열심히 성당에 나온다. 모든 성당이 이런 훈훈한 결과만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선순환 구조는 교회가 한 번쯤 도전해봐야 한다”고 했다.
교회 안에는 청소년들의 교육이나 아이들의 심리연구와 관련된 전문가들이 많이 있다. 이 전문가들이 지금은 개인이나 본당 차원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교회가 이러한 전문가들을 초청해 주일학교의 대안을 마련하고 해결책을 찾는 자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A씨는 “청소년 사목국이 포상제를 도입한 목적은 단순하다. 이렇게라도 해서 아이들을 성당에 조금이라도 더 붙잡아두고 싶은 것이다. 지겹게 매주 성당에 오는 것이 아닌, 성취감을 맛보며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도 아이들이 성당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너무너무 보고 싶은 사람들이다”고 했다.
B씨는 “지금 천주교 주일학교는 미래가 없는 붕괴상태로 흐르고 있다. 더는 주일학교를 보좌신부와 아이들만의 집단으로 봐서는 안 된다”라며 “주일학교를 활성화하는 방법은 본당 모든 신자가 주일학교를 통해 하나의 공동체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거창의 한 교회는 모든 신자가 주일학교 교사다. 밥해주는 교리교사, 운전해주는 교리교사,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 기도해주는 교리교사도 있다. 본당 모든 신자들이 아이들에게 관심을 쏟기 때문에 주일학교가 발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일학교가 아이들에게 전해줘야 할 것은 사제 강론에 집중하라는 것뿐 아니라, 그리스도가 우리 삶에 기쁨이라는 것을 신자들이 행동으로 전해줘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A씨는 “아이가 어른의 모습을 보고 따라 하기 때문에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말이 있다. 밥 먹는 모습조차 아이들에게는 교육이라는 말이다. 신앙도 마찬가지다. 본당 공동체 어른들과 부모가 보여주는 신앙을 아이들이 배운다. 공교육의 시작이 초등학교라면 신앙교육의 시작은 주일학교다. 이런 점에서 교회는 더욱 신중하고 열정적으로 주일학교 침체를 해결하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