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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복) 연중 제27주일 독서·복음 묵상
  • 김수복
  • 등록 2017-10-05 19:4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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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독서(이사 5,1-7) 해설

<포도밭의 노래>


주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을 사랑하신다. 이스라엘 백성을 당신의 포도밭으로 삼고 정성을 기울여 알뜰히 가꾸신다. 이스라엘 백성을 선택하여 매우 기름진 땅에 정착하게 하고, 온갖 노력을 기울여 돌보신다. 이 말은 하느님께서 인류 및 세계와 멀리 동떨어져 계시는 분이 아니라, 당신 사랑으로 역사 안에 들어와 계심을 뜻한다. 이사야와 같은 시대의 예언자인 호세아는 이스라엘을 대하시는 주님의 어지심과 자비로우심을 매우 감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아이였을 때에 나는 그를 사랑하여 나의 그 아들을 이집트에서 불러내었다… 나는 인정의 끈으로, 사랑을 줄로 그들을 끌어당겼으며 젖먹이처럼 들어 올려 볼을 비비고 몸을 굽혀 먹여 주었다.”(호세 11,1-4)


그러나 이스라엘은 주님의 사랑을 나 몰라라 한다. 주님께서 배신당하신다. “하늘아, 들어라! 땅아, 귀를 기울여라! -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 내가 아들들을 기르고 키웠더니 그들은 도리어 나를 거역하였다. 소도 제 임자를 알고 나귀도 제 주인이 놓아 준 구유를 알건만 이스라엘은 알지 못하고 나의 백성은 깨닫지 못하는구나.”(이사 1,2-3)


이스라엘 백성은 ‘공평’과 ‘정의’를 실천함으로써 주님과 맺은 사랑의 계약을 이행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공정을 바라셨는데 피 흘림이 웬 말이냐? 정의를 바라셨는데 울부짖음이 웬 말이냐?”(이사 5,7)


주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에 맺어진 사랑의 계약은 주님께서 온 인류와 맺고 계시는 관계를 가리킨다. 주님께서는 인류를 시초부터 당신의 포도밭으로 삼아 정성과 애정으로 보살피신다. 인류가 그 사랑에 응답하는 길은 서로 친해지고, 공평과 정의를 실천하는 것이다.


시편(79) 해설

이스라엘의 목자시여, 귀를 기울이소서


이 시편은 주님의 사랑을 배신한 이스라엘 백성이 당하는 재앙(아마도 주전 586년의 예루살렘 멸망) 때문에 울부짖는 탄식이다. 이 탄식에 더 넓은 의미로 이스라엘 백성이 되살아나기를 기원하는 간청이 덧붙여진다. 약속된 땅에서 두 왕국이 통일되기를 기원한다(참조. 시편 9-14; 이사 5,1-7 참조).


이스라엘 백성의 구원은 온전히 하느님께서 돌아오심에 달려 있다: “저희가 당신에게서 떠나가지 않으오리다. 저희를 살려주소서.”(19절)


제2독서(필리 4,6-9) 해설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을 신뢰하면서 기뻐하라는 초대>


6절을 보면, 필리피 신자들은 특별한 걱정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바오로가 없는 사이에 박해를 받고 있었거나 아니면 교회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을 것이다. 바오로는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신뢰를 잃지 말고,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며 간구하라고 권유한다.


7절은 바오로가 마지막으로 당부하는 말이다. 신약성경이 말하는 평화는 하느님의 통치가 이루어지지 않는 곳에서는 찾아 얻을 수가 없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평화만이 참된 평화다.


또한 바오로는 필리피 신자들에게 유행하는 저속한 관습이나 인습을 따르지 말고, 주님을 모신 사람답게 생활하라고 촉구한다. 바오로는 자기가 늘 설교하고 강조한 대로(9절) 올바른 생활을 하라고 권고한다.


복음(마태 21,33-43) 해설

<백성의 지도자들은 메시아를 배척했다>


마태오는 두 아들 비유(21,28-32)와 혼인잔치 비유(22,1-4) 사이에 포도원 소작인 비유를 배치한다. 이 비유들로써 마태오는 예수님과 백성의 지도자들 사이에 투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역사 상황을 말해 준다.


이 비유가 뜻하는 바는 오늘의 제1독서로 더욱 분명해진다.


주인이 소작인들에게 포도밭을 맡겼다는 것은 소작인들이 맡은 책임이 무거움을 가리킨다(달란트 비유: 참조. 마태 24,14-30). 추수할 시기가 되자 주인은 종들을 보내어 포도밭에서 포도를 거두어들이게 한다. 추수하는 시기는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에게 셈 바치기를 요구하시는 결정적인 시기이다. 그 시기는 가까이 와 있고(참조. 마태 3,2. 4,17). 이미 와 있기도 하다(마태 12,28).



소작인들은 주인의 종들을 배척하고 죽인다. 그들은 하느님의 사람들에게 돌을 던지는 행위를 마침내 당신의 외아들에게 결정적으로 저지른다. 


소작인들은 그가 상속자인줄을 알고, 음모를 꾸며 죽인다. 하느님을 배척하는 악독함은 그 끝을 모르고 엄청난 짓까지 서슴지 않고 저지르게 한다.


오늘날에도 재물욕과 권력욕이라는 야욕에 사로잡힌 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대변하여 화해와 정의를 외치는 사람들을 잡아 가두고 고문하고 박해하며, 전쟁과 대량학살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계속 빚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묵상


하느님의 포도밭과 악한 소작인들


이 비유는 복음서에 나오는 가장 중요한 비유 중의 하나이다. 이 비유는 어떤 의미로 그 안에 교회 역사 전체를 담고 있다. 예수님께서 이 비유를 히브리인들의 지도자들에게 말씀하셨지만, 그 가르침의 내용은 하느님의 백성 자체와 관련된다. 하느님의 백성은 언제나 그 지도자들의 불신 때문에 피해를 당할지도 모르는 위험을 안고 있다. 초대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이 비유를 충실히 전한 사실은 그러한 위험을 너무나도 생생하게 감지하고 있었다는 반증이다.


포도밭의 주인은 하느님을 가리킨다. 포도밭은 이스라엘 백성을 가리킨다. 소작인들은 이스라엘 백성의 지도자들, 바라시아들, 율법학자들, 사제들을 가리킨다. 주인이 보낸 종들은 메시아 시대의 참된 약속에 대한 믿음을 길러주려고 하느님께서 파견하신 예언자들을 가리킨다. 포도밭 주인이 가장 사랑하는 외아들은 예수님을 가리킨다.


이 비유는 분명하게 이사 5,1-7에서 영감을 받고 있다. 이사야는 이스라엘 백성을 하느님께서 심어 놓고 풍부하고 좋은 열매를 기다리면서 정성스레 가꾸는 포도밭에 견주고 있다. “내 친구에게는 기름진 산등성이에 포도밭이 하나 있었네. 땅을 일구고 돌을 골라내어 좋은 포도나무를 심었네. 그 가운데에 탑을 세우고 포도 확도 만들었네 그러고는 좋은 포도가 맺기를 바랐는데 들포도를 맺었다네.”(이사 5,1ㄴ-2)


그러나 이사야의 포도밭 노래는 단지 출발점에 지나지 않는다. 예수님의 이야기는 방향을 달리한다. 물론 근본적인 생각은 동일하다. 그러나 예수님의 비유에서 포도밭은 더 이상 이스라엘 백성이 아니고 하느님의 나라이다. 이 점을 43절에서 분명히 한다. “하느님께서는 너희에게서 하느님의 나라를 빼앗아, 그 소출을 내는 민족에게 주실 것이다.”


심판과 약속


이 비유는 심판과 약속을 동시에 담고 있다. 첫 번째 소작인들은 자기네 임무를 소홀히 한 까닭에 새로운 소작인들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한다. 구약의 백성은 하느님의 외아들을 죽임으로써 크나큰 잘못을 저지른다. 새로운 백성은 예수님의 피를 기초로 삼고 있다. 이처럼 내어 버린 돌이 머릿돌이 되는 알아듣기 힘든 기적이 일어난다(시편 118,22이하).


신약에 와서 교회는 이 비유에 특별한 의미를 주고 있다. 이 비유가 메시아의 놀라운 업적을 미리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메시아가 사람들로부터 배척을 당하지만, 부활하여 주님이 되신다는 것이다.


여기서 약속의 빛이 비쳐 나온다. 인류에게서 열매를 거두려는 하느님께서는 당신 나라를 구성할 당신 백성을 만드신다. 이 비유의 결론은 유다인들이 벌을 받는 데 있지 않고, 새로운 백성이 태어나는 데 있다.


예수님께서는 온전한 믿음을 요구하신다.


유다인 대부분은 메시아에 대하여 불완전하고 그릇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메시아가 오면 이스라엘 나라를 세상에서 가장 강대한 나라로 만들어 다른 나라들과 민족들을 정복하시리라 오해하고 있었다. 예수님의 생각은 그와 전혀 달랐다. 당신의 기적과 말씀에 경탄하고 놀란 군중이 당신을 왕으로 삼으려 할 때에, 예수님께서는 피신하신다. 하느님께서 애초에 이스라엘 민족을 선택한 것도 어디까지나 인류 전체를 구원하기 위함이었고, 예수님을 보내신 것도 이스라엘 민족이 세계를 무력으로 정복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를 통하여 실증해 보인 당신의 모습을 예수님을 통하여 인류에게 완벽하게 제시하시려는 데 목적이 있었다.


그리고 성령을 보내어 교회를 세우신 것도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닫힌 집단을 만들려 함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교회로 하여금 그리스도를 인류 안에 증거하고, 그리스도의 참 모습을 자신의 삶으로써 입증하며, 그리스도처럼 인류 전체의 구원(화해와 일치)을 위하여 생명까지 바치도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교회는 불의한 권력을 감싸고 그 권력에 기대라고 부르심을 받은 것이 아니라, 수난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자유를 위해 생명을 바치라고 부르심을 받았다.



연중 제27주일 독서·복음


제1독서(이사 5,1-7)

<포도밭을 두고 부른 노래>


내 친구를 위하여 나는 노래하리라, 내 애인이 자기 포도밭을 두고 부른 노래를. 내 친구에게는 기름진 산등성이에 포도밭이 하나 있었네. 땅을 일구고 돌을 골라내어 좋은 포도나무를 심었네. 그 가운데에 탑을 세우고 포도 확도 만들었네. 그러고는 좋은 포도가 맺기를 바랐는데 들포도를 맺었다네. 자 이제, 예루살렘 주민들아 유다 사람들아 나와 내 포도밭 사이에 시비를 가려 다오! 내 포도밭을 위하여 내가 무엇을 더 해야 했더란 말이냐? 내가 해 주지 않은 것이 무엇이란 말이냐? 나는 좋은 포도가 맺기를 바랐는데 어찌하여 들포도를 맺었느냐? 이제 내가 내 포도밭에 무슨 일을 하려는지 너희에게 알려 주리라. 울타리를 걷어치워 뜯어 먹히게 하고 담을 허물어 짓밟히게 하리라. 그것을 황폐하게 내버려 두어 가지치기도 못하고 김매기도 못하게 하여 가시덤불과 엉겅퀴가 올라오게 하리라. 또 구름에게 명령하여 그 위에 비를 내리지 못하게 하리라. 만군의 주님의 포도밭은 이스라엘 집안이요 유다 사람들은 그분께서 좋아하시는 나무라네. 그분께서는 공정을 바라셨는데 피 흘림이 웬 말이냐? 정의를 바라셨는데 울부짖음이 웬 말이냐?


시편(79)

주님의 포도밭은 이스라엘 가문이나이다 


제2독서(필리 4,6-9)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을 신뢰하면서 기뻐하라는 초대>


형제 여러분,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떠한 경우에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간구하며 여러분의 소원을 하느님께 아뢰십시오. 그러면 사람의 모든 이해를 뛰어넘는 하느님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과 생각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지켜 줄 것입니다. 끝으로, 형제 여러분, 참된 것과 고귀한 것과 의로운 것과 정결한 것과 사랑스러운 것과 영예로운 것은 무엇이든지, 또 덕이 되는 것과 칭송받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마음에 간직하십시오. 그리고 나에게서 배우고 받고 듣고 본 것을 그대로 실천하십시오. 그러면 평화의 하느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계실 것입니다. 


복음(마태 21,33-43)

<백성의 지도자들은 메시아를 배척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다른 비유를 들어 보아라. 어떤 밭 임자가 ‘포도밭을 일구어 울타리를 둘러치고 포도 확을 파고 탑을 세웠다.’ 그리고 소작인들에게 내주고 멀리 떠났다. 포도 철이 가까워지자 그는 자기 몫의 소출을 받아 오라고 소작인들에게 종들을 보냈다. 그런데 소작인들은 그들을 붙잡아 하나는 매질하고 하나는 죽이고 하나는 돌을 던져 죽이기까지 하였다. 주인이 다시 처음보다 더 많은 종을 보냈지만, 소작인들은 그들에게도 같은 짓을 하였다. 주인은 마침내 ‘내 아들이야 존중해 주겠지.’ 하며 그들에게 아들을 보냈다. 그러나 소작인들은 아들을 보자, ‘저자가 상속자다. 자, 저자를 죽여 버리고 우리가 그의 상속 재산을 차지하자.’ 하고 저희끼리 말하면서, 그를 붙잡아 포도밭 밖으로 던져 죽여 버렸다. 그러니 포도밭 주인이 와서 그 소작인들을 어떻게 하겠느냐?”  “그렇게 악한 자들은 가차 없이 없애 버리고, 제때에 소출을 바치는 다른 소작인들에게 포도밭을 내줄 것입니다.” 하고 그들이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성경에서 이 말씀을 읽어 본 적이 없느냐?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 이는 주님께서 이루신 일 우리 눈에 놀랍기만 하네.’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느님께서는 너희에게서 하느님의 나라를 빼앗아, 그 소출을 내는 민족에게 주실 것이다.  





[필진정보]
김수복 : 살레시오 수도회에서 10년 동안 수도생활을 하고, 그 동안 서울 가톨릭 신학대학 6년을 수료했다. 40년 동안 5개 언어에서 성서와 신학 관련 서적을 우리말로 옮기는 번역노동자였다. 현재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둘, 손자 넷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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