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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지요하] 1987년의 KAL858기 폭파 조작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1
  • 지요하
  • 등록 2017-11-02 15:53:36
  • 수정 2017-11-02 16:2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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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017년은 1987년 노태우의 ‘6‧29선언’ 30주년이 되는 해다. 또한 KAL858기 폭파 조작사건도 30주년이 되는 해다.

 

대통령 직선제와 5년 단임 등을 골자로 한 노태우의 ‘6‧29선언’은 1987년 ‘6월 항쟁’의 결과물이다. 군대를 사병(私兵)처럼 동원하여 광주 시민들을 대거 학살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지르고 정권을 잡은 전두환의 7년 독재 끝자락에서 후계자 자리를 차지한 노태우가 필생 전략으로 빼어든 카드가 바로 ‘6‧29선언’이었다.      


노태우의 6‧29선언을 생각하면 나는 자연발생적으로 같은 해 11월 28일 밤에 발생한 ‘KAL858기 폭파사건’이 떠오른다. 노태우의 6‧29선언과 KAL858기 폭파사건은 불가분의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6‧29선언 이후 노태우가 민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지 않았다면 대선 직전의 KAL858기 폭파사건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KAL폭파사건과 노태우의 당선


▲ 지난 1987년 12월 KAL858기 폭파 후 체포돼서 김포공항에서 압송되는 김현희.


KAL858기 폭파사건은 전두환의 후계자 노태우를 직선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대중‧김영삼의 분열로 민주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표가 분산되는 상황에서도 11월 말까지 노태우는 김영삼보다 열세였다. 그러다가 KAL858기 사건이 터지면서 노태우는 KAL858기 사건을 적극 활용하여 200만 표 이상의 압승을 거둘 수 있었다. 


만일 양김의 분열 상황 속에서도 노태우의 당선이 비관적이지 않고, 선거 초반부터 양김의 분열 덕을 톡톡히 보아 노태우 당선이 낙관적이었다면 과연 KAL858기 폭파사건이 일어났을까? 노태우의 낙승이 처음부터 가시화되었다면 KAL858기 폭파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KAL858기 폭파사건이 노태우를 당선시키기 위한 전두환과 당시 안기부의 공작이고 만행이었음을 확신한다. 처음에는 노태우의 6‧29선언 당시부터 안기부의 공작이 개시되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지만, 예상과 달리 열세를 면치 못하는 선거 상황을 일거에 뒤집기 위해 급하게 공작을 실행했기 때문에 결국 수많은 ‘공작 증거’들을 남기게 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1987년 11월 KAL858기 폭파사건이 일어난 직후부터 그것이 노태우를 당선시키기 위한 ‘공작’임을 직감했다. 내 직감을 주변의 여러 사람들에게 발설하기도 했다. 당연히 거의 모든 사람들이 내 말을 믿지 않았다. 안기부가 그런 엄청난 만행을 저지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함부로 그런 소리를 하다간 유언비어 날조 유포 죄로 크게 욕을 볼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충고를 하는 이도 있었고, 혹시 빨갱이 사상을 가진 사람 아니냐고 눈을 흘기는 이도 있었다. 지금은 내 말을 아무도 믿지 않지만, 언젠가는 안기부의 죄상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많은 국민이 진실을 알게 될 날이 오리라는 생각으로 나 자신을 위로하며 반드시 그런 날이 오기를 하느님께 기도하기도 했다. 내 말에 반신반의하는 성당의 대자 한 사람에게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지금도 선연하다. 


“전두환과 노태우, 또 그들의 추종자들은 ‘광주학살’이라는 엄청난 만행을 저지르며 정권을 탈취한 피도 눈물도 양심도 없는 사람들이다. 수많은 자국민을 학살한 죄를 안고서도 버젓이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자들이기에 두려울 것이 없다. 또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못할 짓이 없다. 비행기 하나 폭파시키고 115명 정도 죽이는 것은 그들의 속성상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국만 묵인해주고 거들어주면 아무 문제될 것이 없다. 광주학살을 묵인해준 미국은 이번에도 전두환과 노태우를 도와 줄 것이다.”


하지만 당시는 전두환과 노태우의 ‘광주학살’이라는 천인공노할 만행조차도 국민 대부분이 알지 못하고 믿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국민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을 저지르는 집단


시골구석의 삼류문사로 살다보니 KAL858기 폭파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의로운 이들의 투쟁에 동참하지도 못했고 또 유족들의 슬픔과 통한을 위로하는 일에도 제대로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늘 115명 원혼들을 위로하는 기도를 하며 살았다. 어느 핸가(김영삼의 문민정부 시절이었지 아마…) 천주교의 각 성당으로 KAL858기 폭파사건의 진상규명을 청원하기 위한 유족들의 서명 요청서와 서명지가 배포되었을 때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많은 교우들이 서명을 하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2000년 세 권으로 나누어 출간한 <검은 미로의 하얀 날개>라는 장편소설에 KAL858기 폭파사건을 부분적으로 다루기도 했는데, 언젠가는 KAL858기 폭파사건의 전모를 다루는 본격적인 작품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면서도 덧없이 세월을 잃고 나이만 먹고 말았다.


▲ 평양 만경대에서 신성국 신부와 함께 ⓒ 지요하


그러던 차에 2012년 캐나다에 계시던 청주교구 소속 신성국 신부에게서 전화와 메일, 그리고 <김현희 신상 털기>라는 이름의 큰 글 꾸러미를 메일로 받게 됐다. 신 신부의 꾸러미 글은 원고지로 500매 분량이 넘는 것 같았다. 나는 그 글을 꼼꼼히 정독했다. 


신성국 신부의 <김현희 신상 털기>는 33개의 중간 제목들을 가지고 있다. 김현희는 ‘가짜’이며, 안기부의 수사 발표들은 명백한 거짓임을 조목조목 자세하게 밝히고 있다. 그저 ‘의혹’을 말하는 게 아니다. 김현희가 왜 가짜이고, 안기부의 수사 발표들이 어째서 거짓인지를 구체적으로 적시해내고 있다. 그리하여 115명의 목숨을 앗아간 KAL858기 폭파사건은 노태우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안기부의 공작이요 범죄임을 명백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신성국 신부의 <김현희 신상 털기>를 읽으면서 천주교 신자로서 사제에 대한 기본적인 존경심 외로 무한한 감사와 외경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신 신부님이 유족들의 슬픔을 위로하면서 사명감을 안고 자료색출과 조사를 위해 백방으로 뛰며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자료 분석을 하는 모습들을 그의 글을 통해 훤히 볼 수 있었다.


▶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필진정보]
지요하 : 1948년 충남 태안 출생.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추상의 늪>이, <소설문학> 신인상에 단편소설 <정려문>이 당선되어 등단함. 지금까지 100여 편의 소설 작품을 발표했고, 15권의 저서를 출간했음. 충남문학상, 충남문화상, 대전일보문화대상 등 수상. 지역잡지 <갯마을>, 지역신문 <새너울>을 창간하여 편집주간과 논설주간으로 일한 바 있고, 향토문학지 <흙빛문학>과 <태안문학>, 소설전문지 <소설충청>을 창간함. 공주영상정보대학 문창과 외래교수, 한국문인협회 초대 태안지부장, 한국예총 초대 태안지회장, 태안성당 총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충남소설가협회 회장,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공동대표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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