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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질문하지 않는 신앙은 질문을 받아야 할 신앙이다”
  • 끌로셰
  • 등록 2017-12-22 18: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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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 HOLY SEE PRESS OFFICE >의 12월 21일자 보도자료를 번역한 것입니다. (원문보기) - 편집자주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탄을 맞아 추기경과 교황청 고위 관료들을 만나 교황청 개혁의 방향을 강조해서 이야기 했다. 


교황은 이번 연설에서 ‘외부에서 바라본 교황청’에 관해 이야기했다. 교황은 ‘외부’라는 표현이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 개별 교회와 동방 교회, 교회 간 대화, 유대교와 이슬람 및 여타 종교와의 관계, 즉 외부 세계와의 관계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교황은 “현재 진행 중인 개혁의 문맥 안에서 개인적인 비전을 여러분들과 나누고자 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교황청을 개혁하는 일이 ‘칫솔로 스핑크스상을 닦는 일’과 같다고 비유하며 “(개혁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인내, 끈기 그리고 세심함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청 업무에는 보편적 성격이 있기 때문에, 폐쇄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자기 존재 이유를 져버리게 될 것이며 자기중심성에 빠져 결국 파괴되고 말 것이다.


교황청 기관 업무에 대해 ‘섬김 제일’(diaconal primacy)이라는 개념을 강조했다. 이는 교황을 이르는 별칭인 ‘하느님의 종들의 종’(Servus servorum Dei)과 연관이 있다고 설명하면서 교황은 “종의 모습을 하고 나타나신 그리스도를 닮고자 하는 강한 열망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섬김의 자세가 “교황청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일하는 모든 이들의 특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귀는 소리를 듣는 기관이자 균형을 유지하는 기관이며, 입은 미각을 담당하는 기관임과 동시에 언어 기관이라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섬김 제일’이 교황청 내부와 외부 모두에서 행해지는 직무라고 표현하며 <사도들의 가르침> (Didascalia Apostolorum) 중 ‘섬기는 자(부제)는 주교의 눈과 입, 마음과 영혼이 되어야 한다’는 구절을 인용했다. 


교황은 “이를 통해 우리는 외향성, 다시 말해 밖에 있는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오감은 바깥세상과 우리의 첫 번째 연결”이라고 표현하면서 “오감은 우리로 하여금 현실을 파악하면서도 우리 스스로가 현실에 자리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말해 교황청 기관 역시 현실적인 문제들에 직접 관심을 기울여야 함을 역설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신뢰를 배반하고 교회의 모성을 이용하는 자들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강하게 경고했다. 특히 “교황청과 교황청 개혁에 더 큰 힘을 보태기 위해 신중히 선택한 사람들이 야망 혹은 자만심에 타락하게 되는 경우가 그렇다”고 말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들이 소리 없이 열외로 밀려났을 때, 속죄의 기도(mea culpa) 대신 자신이 시스템의 희생자, ‘베일에 쌓인 교황’, ‘과거 세력의 희생자’라고 억측한다”고 비판했다. 


“이들 외에도 계속해서 일하는 사람들, 올바른 경로로 돌아가기 위해 모든 시간을 쏟아 붓는 사람들도 있다” 면서 “칭송할 만한 헌신과 신심으로 일하는 대다수의 신자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교황청 각 부처가 인간의 오감과 같이 각 기관이 특정 감각을 담당한다고 설명하면서 “이러한 오감과 같은 교황청 기관들(institutional senses)은 자신들의 특성과 목적에 알맞은 방식으로 운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러한 교황청 기관들을 “송신과 수신을 담당하는 감도 좋은 안테나”가 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송신’에 대해 교황은 “교황청 부서들이 충실하게 교황과 모든 장상의 의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신’에 대해서는 “모든 교회와 세상의 염원, 질문, 애원, 기쁨과 슬픔을 파악하고 이것들을 교황에게 전달하여 교황의 업무와 임무를 더욱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인지하는 것보다도 더욱 중요한 이러한 수신의 역할을 통해 교황청 각 부서들은 청취와 시노드적 합의(synodality, ‘공동합의성’ 혹은 ‘시노드 정신’으로도 불림) 과정에 접어들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우리 직무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시대의 징표들을 식별하고, 섬김 안에서의 일치와 진리 안에서의 사랑을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교황청과 타국 간의 관계에 대해서는 “교황청 외무부의 목표는 거리를 좁히고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청취하고, 이해하며, 지원하고 어떤 상황에서든 신속하면서도 존중을 지킨 상태에서 개입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특히 “모든 형태의 이기심으로부터 ‘우리의 공동의 집’을 보호해야 하는 중요성을 다시 강조하고 전쟁은 오로지 죽음과 파괴로만 이어진다는 점을 선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연설을 통해서 최근 국무원 산하 내무부, 외무부와 동일한 위계에 해당하는 외무 인적자원 부서를 설립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언급했다. 해당 국무원 산하 부서가 “교황청 외무부 직원 및 교황 대사관에서 일하는 모든 수도자와 평신도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기 위해 설립되었다”고 설명했다.


동방 교회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교회 다양성의 구체적 예시”라고 표현했다. 특히 지난 번 동방교회 대주교들과의 만남을 통해 “동방 교회 새 주교와 대주교 선출이라는 민감한 문제의 추가 연구 와 검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히며 이는 “동방 교회의 자율성과 이들의 복음화 책무 정신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가톨릭교회와의 일치를 강화하고자 하는 의지에 부합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값을 매길 수 없는 동방 교회의 유산 없이는 로마 교회는 진정으로 ‘가톨릭’이 되지 못 할 것이며, 그리스도를 부정하지 않기 위해 순교를 받아들이고 자기 목숨을 바쳐 교회를 정화한 수많은 동방 형제자매들의 용맹한 증언을 잃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교간 대화를 위해서는 “자신과 타인의 정체성에 대한 존중 의무, 차이를 받아들일 용기 그리고 진심”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특히 “우리와 종교적으로, 문화적으로 다른 이들은 적으로 간주되어서는 안 되며, 동료 순례자로서 환영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화는 우리 인간성의 진실된 표현으로서 특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전략이 아닌 진리로 향하는 길이기 때문에 우리는 인내하며 이 길을 걸어 경쟁을 협력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를 성장하게 해주지 않는 신앙은 그 자체로 성장해야 할 믿음이다. 질문하지 않는 신앙은 질문을 받아야 할 신앙이다. 잠든 우리를 깨우지 않는 신앙은 깨어나야 할 신앙이다. 우리를 뒤흔들지 않는 신앙은 뒤흔들려야 할 신앙이다. 머릿속에만 머물며 미온적인 신앙은 ‘신앙’이라는 개념일 뿐이다.


교황은 이같이 말하며 “신앙은 우리 마음, 우리 영혼 우리의 정신과 우리 존재 전체에 닿을 때에만 존재하게 된다”고 강조하며 연설을 마무리 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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