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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성심맹아원 사건 진실을 위한 삭발…“유감입니다” - “그러나, 진실에는 공소시효가 없습니다”
  • 문미정
  • moon@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8-03-29 19:45:13
  • 수정 2018-04-01 04:3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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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입니다. 


▲ ⓒ 문미정


2012년 천주교청주교구 사회복지법인 산하 충주성심맹아원(사랑의씨튼수녀회 운영)에서 김주희 양이 11살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주희 양 부모 김종필 씨와 김정숙 씨는 주희 양의 석연치 않은 죽음에 대한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바라며 6년을 길 위에서 보내야 했다. 


지난해 8월, 천주교청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했던 김은순 씨를 중심으로 시민들이 모여 충주성심맹아원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대책위가 꾸려졌고 길 위에서 싸우는 김종필 씨와 김정숙 씨에게 힘을 보태고 있다. 


성유축성미사가 집전되는 오늘(29일) 오전 10시, 청주교구 내덕동주교좌성당 입구에서 불의한 교회권력에 저항하며 마지막으로 교회 ‘양심’에 호소하는 기자회견과 삭발식이 있었다.


▲ ⓒ 곽찬


주희 양 아버지 김종필 씨는 “사건 책임자들이 진정한 천주교인으로서 일말의 거짓 없이 진실을 ‘양심선언’ 해주실 것을 기도한다”고 말했다. 이날 정영우 다사리 장애인 자립생활센터 소장과 이성용 전교조 충북지부장, 시민들이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김은순 집행위원은 청주교구 교구장 장봉훈 주교에게 전달할 호소문을 낭독했다. 김 집행위원은 이 사건을 알고 난 후 지난해 8월부터 매일 거리에서 1인 시위를 했지만 피켓 앞을 지나가는 시민들 중 돌을 던지거나 시비를 거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회 안 사람들은 온도차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교회 내부의 안 좋은 일들은 쉬쉬하며 그냥 모른 체 하고 기도만 하라고 나무라는 사람뿐이었다. 


또한 상처투성이로 죽은 아이가 진실을 밝혀달라 몸으로 호소하는데, 교회는 진실을 덮고 감추기 급급했다면서, “사회법의 ‘무죄’가 교회의 결백까지 증명해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 주교가 부모님께 진정성 있는 사죄와 화해를 청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면서, 대책위와의 면담도 요청했다. 


김은순·안기원 대책위 집행위원, 김종필·김정숙 씨의 삭발식이 이어졌다. 김정숙 씨는 삭발이란 어려운 결정을 한 두 사람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김정숙 씨는 오늘로 두 번째 삭발이지만, 주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어서 기꺼이 받아들였다. 


▲ 삭발을 하는 김은순·안기원 대책위 집행위원 ⓒ 문미정


삭발식이 끝난 후 김종필·김정숙 씨는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들을 한데 모았다. 주희 양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삭발을 한 김은순·안기원 집행위원의 마음을 평생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두 사람의 삭발은) 가톨릭의 정의로운 발자취잖아요. 다른 종교에서 이런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제가 나서서 싸울 수 있는 힘을 얻은 것 같아요. 


김 집행위원은 삭발을 하니 처음 영세 받는 때로 돌아간 것 같다면서도, “높디높은 불의한 권력에 신자로서 할 수 있는 작은 희생”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성당으로 이동해 장봉훈 주교가 집전하는 성유축성미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장 주교가 성당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김은순 집행위원이 그 앞을 막아섰다. 주교에게 보내는 서한과 주희 양 사망 당시 나이를 뜻하는 ‘열한송이’의 장미꽃다발을 전달했다. ‘서한 내용 꼭 보시고 화답해달라’는 말도 전했다. 


김은순 씨는 곁에 서 있던 김종필 씨를 주교에게 소개하자, 장 주교는 김종필 씨에게 손을 내밀며 “유감입니다”라는 짧은 말을 남겼다. 


▲ 장봉훈 주교에게 서한과 열한송이의 장미꽃다발을 전달하는 김은순 집행위원 ⓒ 문미정


▲ 장 주교는 김종필 씨에게 손을 내밀며 “유감입니다”라는 짧은 말을 남겼다. ⓒ 곽찬


이번 기회에 종교가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대를 하고 왔는데 형식적인 답변이네요……


김 집행위원이 차에 오르는 주교를 향해 다시 한 번, 서한 내용을 꼭 보시고 답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교회가 이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과 태도에서 신앙인으로서 보여줘야 할 모습이 전혀 없었다”면서 부끄럽다고 말했다. 교회가 시끄러워지는 한이 있어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심경을 밝혔다.


충주성심맹아원 사건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피의자 강 모 씨가 1심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2심에서는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후 주희 양 부모님은 대법원에 상고를 하고 제대로 된 판결이 내려지기를 1년 6개월 동안 기다렸지만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그러나 “진실에는 공소시효가 없다”면서 김종필 씨와 김정숙 씨는 포기하지 않고 재심 청구를 준비하고 있다. 

 

▲ 주희 양의어머니 김정숙 씨는 주희 양 캐릭터를 바라봤다. “저희 아이를 이쁜 모습으로 살려주시니까 저희 가족이 숨 쉬고 살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 문미정


가톨릭교회에서 성주간 목요일 오전에 거행하는 미사로 주교가 사제단과 미사를 공동집전 하면서 전례에 쓰이는 성유(聖油)를 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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