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초 남한 예술단이 북한 평양 공연을 마치고 돌아왔다. ‘봄이 온다’는 주제로 공연을 했는데, 하필이면 마침 그날이 부활절이었다. 금년 부활절은 한반도 분단의 어둠이 걷히고 부활의 빛이 오듯이 기쁜 소식으로 가득했다.

남한과 북한의 가수들이 서로 손을 잡고 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남측 가수들이 북한 노래를 불러주면서 우애와 화합의 마당을 펼친 것은 하느님이 마련하신 잔칫상 이었다. 이것이 진정한 부활이고, 구원이 아닌가? 

▲ (사진출처=연합뉴스TV 갈무리)

부활과 구원은 우리가 사는 삶에서 부터 이미 시작되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부터 예수와 함께 살아가는 삶이 부활의 삶이다. 지금 여기서 서로 사랑하고, 가진 것을 나누고, 정의를 실천하고, 평화롭게 산다면 이미 구원을 맛보고 구원을 시작한 것이다. 

남과 북이 품어왔던 미움을 거두어내고, 한 형제자매로서 사랑과 화해의 마음을 갖는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복음인가? 복음은 성당 안에서만 선포되는 것이 아니다. 성 프란치스코의 기도처럼,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어둠이 있는 곳에 빛을 밝히는 사람들은 누구나 복음 선포의 주역이다.

성직자, 수도자, 가톨릭 신자들만이 복음을 선포하는 게 아니라, 세상을 아름답게, 진실 되게, 평화롭게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예수의 사도들이다. 그런 차원에서 남과 북의 관계를 개선하고, 화해와 평화를 이루려는 예술인들, 경제인들, 정치인들, 학자들, 국민이라면 누구나 복음의 사도직을 수행하는 자들이다.

요한복음 6장에서 빵을 배불리 먹은 사람들은 예수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우리를 배부르게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보았고, 우리를 잘살고 부자로 만들어주는 사람으로 기대를 품었다. 마치 2007년도에 이명박이 대통령 선거에 나올 때, “나를 뽑아주면 국민 여러분들 모두 부자로 만들어주겠다”는 공약이 떠오른다.

우리 많은 국민들이 이명박 말을 믿고 뽑아줬는데, 다들 속아서 국가는 빚더미에 올라앉고 이명박 집안 재산만 엄청나게 불어났다. 이명박이가 구속되어서 천만다행이다.

사람들이 예수를 왕으로 추대하려고 했지만 예수는 거절하고, 혼자서 잠시 자리를 피해 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사람들에게 표징의 의미를 가르쳐 주신다. 예수가 그들에게 준 빵은 곧 예수 자신이다. 

내 마음을, 내 사랑을, 내 생명을 내놓은 것이다. 나는 너희들의 삶을 사랑하고, 너희들의 근심걱정을 나누고자 하는 것이다. 내 지향을 상징하는 표시로서 빵을 나눈 것이다.

사람들이 빵에 매이지 않고, 빵 너머에 있는 표징을 봤다면 예수를 깨달았을 것인데 빵만 보았기 때문에 예수를 오해하고 있다. 그러니 그분을 통치자로 세우려고 했던 것이다.

간혹 신앙인들은 성직자들에게 기적을 보여 달라고 요구한다. 이런 무리한 요구에 성직자들은 유혹을 받는다. 치유 기적, 구마 기적으로 유명세를 날리는 성직자들 중에 사기꾼들이 많다. 그들은 예수의 가르침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는 성직자들이다. 예수는 사람들 앞에서 기적을 일으키는 사람이 아니라, 나누는 사람으로서 삶을 함께 하는 사람으로서 당신을 드러내고 있다.

사람들은 뭔가를 보여 달라고 한다. 과연 우리가 보여줄 것이 무엇인가? 놀라운 기적, 초월적 행위를 보여줄 수 없다. 예수는 당신 생애를 보여주었다. 우리가 보여줄 것은 생활이다. 정직하게 사는 것, 진실 되게 사는 것, 나누며 사는 것, 올바르게 살고 성실하게 사는 것, 남과 북이 평화롭게 사는 것이다.

지금 종교는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가? 사람 속에 종교가 있고, 사람들과 함께 종교가 존재하는 것, 사람들의 삶을 함께 나누는 종교가 되지 않고는 앞으로 이 땅의 종교는 박제화 되어 박물관의 전시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결국 생활로서 복음을 사는 것만이 예수를 선포하는 길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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