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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적폐청산 위해 설조스님 무기한 단식 돌입
  • 문미정
  • 등록 2018-06-21 11:3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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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비위 의혹에 대한 < PD수첩 >의 잇따른 보도 후 종단 적폐 청산을 위한 시민들의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20일 오후 2시 서울 조계사에서 설조스님의 단식정진 기자회견이 열렸다.  


설조스님은 이 같은 사실을 조계사측에 미리 알렸지만 공교롭게도 같은 시각 조계사 일주문에서는 조계종 성역화불사를 위한 기도회가 열렸다. 큰 소리로 진행되는 기도회로 인해 애초 관음전에서 하려고 했던 기자회견 장소가 갑자기 변경됐다. 장소를 옮겨 대웅전 옆에 설치된 무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조계사 측은 이를 저지했고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 이날 스님들은 대웅전 옆에 설치된 무대에서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지만 조계사측은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 문미정


▲ 기자회견에 쓸 현수막을 펼치려고 하자 조계사측이 현수막을 빼앗으려고 하면서 충돌이 일어났다. ⓒ 문미정


결국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옆 우정총국 시민광장으로 이동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30여 명의 스님들과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 신자들이 함께 했다. 


불국사 주지와 <법보신문> 사장 등을 역임하고 1994년 종단개혁회의 부의장을 지냈던 설조스님은 “이 목숨이 다하거나 종단의 변화가 있을 때까지 단식정진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인사행정은 공정하고 평등하게 이뤄져야 하며, 재정관리는 공개되고 통계돼야만 교단이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단식정진에 앞서, 현재의 종단 상황을 토로하며 적주비구들로 인해 어지러워진 종단을 큰스님들이 바로 세워주기를 청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우리 종단은 정화의 전통을 계승한 종단인지, 정화의 이념을 짓밟으려는 집단인지 분별을 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생각된다. 이 불행의 원인은 비(非)비구들의 종권장악이 그 원인.


▲ 설조 스님 ⓒ 문미정


설조스님은 비(非)비구는 승가갈마에 참여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적주비구가 한 지역의 큰 사찰을 차지해 주변을 속인 뒤 동류와 작당하여 중앙기구를 유린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종단은 현전 대중 뿐 아니라 미래의 대중을 피안으로 인도할 ‘배’인데 적주와 그 무리들이 이 배에 구멍을 내고 있다”며 “그런데도 유약한 대중은 외면하거나 침묵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어 큰스님들께서 적주비구들이 본래 신분에 맞는 옷을 입고 교단 자리에서 떠나라고 말해달라며 이 종단에 드리운 암흑이 걷히도록 어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장소협조 이뤄지지 않아… 어디서든 단식 이어 가겠다 


▲ 천막 설치 못하고 시민공원에서 단식정진 중인 설조스님(가운데). 바닥에 깔린 파란천은 천막용으로 쓰려던 것이다. ⓒ 문미정


단식정진을 위해 조계사측에 장소 협조를 요청했지만, 협조는 잘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설조스님은 ‘어디서든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시민공원에서 단식정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종로구 공무원들의 저지로 천막을 설치하지 못했다. 


시민연대에서 활동하는 여여행(법명) 씨는 이런 상황을 맞이해 착잡하다는 심경을 전했다. “잘못한 분들은 참회하고, 해명할게 있다면 일단 자리에서 내려와서 천천히 해명하면 된다”면서, “그런데 그 자리에 앉아서 변명으로 일관하고 이런 상황까지 오게 만든 것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또한 종단이 변하기 위해서는 문제 있는 범계승들은 자리에서 내려오고, 총무원장은 직선제로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앞선 이유들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옆 우정총국 시민광장으로 이동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 문미정


힘을 보태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했다는 한 신자는 “이 문제를 한 종교단체만의 일이 아니라 사회 정의 차원에서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대의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식정진 하루 전날, 조계종은 호법부장 진우스님 명의로 발표한 담화문에서,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의 활동 기간 중, 위원들의 활동을 방해하거나 공동체의 안정과 화합을 해치고 분란을 조장하는 일체의 행위를 중단해줄 것을 요청하는 바”라고 밝혔다. 


이어 “종도와 종단의 구성원이 이와 같은 행위를 할 경우, 공동체를 부정하는 행위로 간주하고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종헌종법에 의거하여 단호하게 대처할 것임을 밝힌다”고 강조했다.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는 6월 11일에 출범했으며 전 원로회의 의장 밀운 스님이 위원장을 맡았다. 


설조스님의 단식정진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법륜승가회도 20일 총무원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 설조스님의 단식정진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법륜승가회도 20일 총무원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 문미정


이들은 “5월 1일 첫 번째 피디수첩 보도 직후 설정원장에게 보도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면 하루 속히 해명해 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면서, “하지만 지금까지 시원한 해명은 없고 구차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설정원장에게 더 이상 시간을 줄 수 없음을 밝힌다”고 강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설정원장이 누누이 강조해왔던 ‘종단과 종도를 위한 공심’으로 이제 물러나야 한다”며, “더 이상 총무원장의 사생활이 종단에 짐이 되지 않도록 결단을 내리길 간곡히 요청 드린다”고 밝혔다. 


⑴ 적주비구 : 비구계를 받지 않은 사람. 출가한 사람이 승려가 될 때 받는 계율을 구족계라고 하며, 비구와 비구니는 이 계율을 지켜야 한다. 비구는 250계를 받으며 이를 비구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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