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열사의 이등박문 처단은 일제에 대한 우리 인민의 원한과 분노의 폭발이었고, 우리 민족은 결코 남의 노예로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자주 정신이 강한 민족이며…
10월 26일. 109년 전 이 날은 안중근 의사가 중국 하얼빈에서 조선부총독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날이다.
2018년 10월 26일 같은 시각 중국 하얼빈 안중근 역사기념관에서는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이사장 함세웅 신부, 이하 기념사업회)와 전라남도교육청이 공동주최한 ‘안중근 의사 의거 109주년 기념 남북공동행사’가 열렸다.
이날 오전 거행된 남북합동 미사에는 남측 기념사업회 강송수 신임 사무총장과 곽동철 부위원장, 천주교서울교구 원로사제 안충석 신부를 비롯한 사제 5명과 8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했으며, 북측에서는 강지영 조선종교인협의회 회장, 장충성당 김철웅 회장과 조선카톨릭중앙위원회 허일용 서기장 등이 참석했다.
기념사업회는 지난 2009년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처음으로 남북공동행사를 열었고 지난해에도 하얼빈에서 기념행사를 가졌지만 당시에는 사정상 북측 인사들이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특별히 북측 가톨릭 관계자들이 대거 함께 한 만큼 종교를 통한 남북 교류에 물꼬를 트게 됐다.
기념사업회 이사장 함세웅 신부는 서면으로 대신한 기념사를 통해 “온 겨레가 민족공동체의 미래에 대해 밝은 희망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있다”며 “갈등과 분단, 그리고 전쟁 위협의 한반도가 평화의 상징으로 변화되는 순간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러한 공동 행사를 통해 “8천만 겨레가 하나 되는 길에 함께 기억해야할 가장 중요한 가치는 사상과 신념을 넘어 우리는 한민족, 같은 핏줄이라는 것”이라며 “같은 말을 사용하는 한 어머니의 후손이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을 다시 기억하고 가슴에 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천주교 서울교구 안충석 신부는 남북 공동 미사 중 “한반도 평화를 원하지 않는 반평화세력이 있다”고 지적하며 “항상 깨어 기도하고 평화를 향해 나아가야한다”고 역설했다.
우리 민족끼리 해결하려는 든든한 배짱과 자존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강지영 조선종교협의회 회장은 미사 중 발언에서 “안중근 열사의 이등박문 처단은 일제에 대한 우리 인민의 원한과 분노의 폭발이었고, 우리 민족은 결코 남의 노예로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자주 정신이 강한 민족이며, 나라의 독립을 위해서는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준 사건”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그럼에도 일본의 극우 보수 세력들은 사죄와 반성은커녕 또다시 새로운 죄악을 쌓으려 책동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일본은 우리 민족의 반일 의지가 109년 전 하얼빈 역두에서 정의의 총성을 울리던 그날에나, 세기가 지난 오늘이나 변함이 없음을 알고 경거망동하지 말고 과거 범죄에 철저히 사죄하고 반성해야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한반도 평화에 대해 강 회장은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은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북남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민족의 밝은 미래를 열어나가려는 온 겨레의 지향과 염원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민족 공동의 이정표”라면서 “우리 민족끼리 해결하려는 든든한 배짱과 자존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 회장은 “이를 달가워하지 않고 있는 불순세력들은 아직도 구시대적 대결관념에 사로잡혀 민족 공동의 귀중한 합의들을 악랄하게 부정”한다며 “북과 남이 손을 맞잡고 시작한 새로운 여정이 불순세력들의 제재에 가로막히고 반통일세력의 방해 책동에 발목을 잡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강 회장은 “우리 모두 안중근 열사가 지녔던 애국의 넋을 깊이 간직하고,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실천 활동에 적극 나섬으로써 북남관계 발전과 자주통일 실현에 특색 있게 이바지해나가자”고 격려했다.
이번 안중근의사 의거 109주년 남북 공동 행사는 중국 하얼빈에서 25일부터 27일까지 개최되며 26일에는 안중근의사 기념관 방문을 비롯해 안중근 의사가 의거 후 구금되었던 일본영사관 옛터와 731 세균부대 방문을, 마지막 날인 27일에는 동북항일열사기념관 방문을 끝으로 일정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