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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판’과 사법농단에 대한 소고
  • 지요하
  • 등록 2018-11-02 14: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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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실시되는 프랑스의 사법시험 첫 문제는 전통적으로 시(詩)에 관한 문제라고 한다. 사범시험이 처음 시작된 때부터 오늘까지 이 전통이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사법시험의 첫 문제가 시에 관한 문제라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판사나 검사, 변호사가 되고자 하는 프랑스의 법학도들은 문학 공부도 해야 한다. 첫 문제의 점수가 유난히 커서 프랑스의 사법시험 준비생들은 수많은 시를 읽기도 하고 의미를 파악하느라 고심하기도 하고 많은 시를 외우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어느 정도 시인이 된 상태에서 사법시험을 보게 된다.

 

법률가는 시도 알아야 하고 시인의 마음을 지녀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법리와 함께 사리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는 전제이기도 하다. 사리분별 능력이 바탕을 이루어야 합리적인 법 운용이 가능하고, 법 정의와 법철학의 풍모도 성립될 수 있다는 혜안이 내재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의 법관들이나 법원은 대체로 경직성과 획일성 위에 존재하며 통찰력이나 사리분별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 토대가 그러하므로 법관들은 자칫 방약무인의 태도를 취하기 쉽다. 터무니없는 법리를 내세우며 법의 권력을 남용하기도 한다.    


첫째 이유는 일제 때의 법원 구조와 관성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사회구조들 가운데 일제의 유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 법원이다. 둘째 이유는 법원의 구성원들이 법관의 품성을 제대로 지닐 수 있는 공부를 하지 못하고 획일적인 암기 위주의 공부를 하고 사법시험을 보기 때문이다. 암기능력은 사고능력과는 다른 차원이다. 


분별없는 졸렬한 판결들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비상식적인 법원 판결이 줄을 잇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매도하며 명예를 훼손한 고영주를 무죄라고 판결하며 괴상한 논법을 읊조린 1심 판사의 무지와 몰지각, 소녀상 지킴이 여대생에게 실형을 선고한 법원의 매국적 판단, 라면 몇 개 훔친 것에 3년 6개월 실형을 때리는 야만적 폭거, 또 적폐청산의 일환으로 검찰이 제기한 구속영장을 줄줄이 기각하는 만용. 


이런 분별없는 판결이나 판사를 일컬어 ‘개판’이라 하고, 또 ‘판레기’라고도 한다. 그야말로 적절한 표현으로, 법원이 적폐의 표본임을 적시하는 신조어다.    


우리는 지금 ‘개판시대’를 살고 있다. ‘촛불혁명’에 의해 새 정부가 출현했음에도 적폐청산 작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개판들이 판을 치고 있다. 말 그대로 법복 입은 견들이 우리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고 나라의 기강을 어지럽히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개판들은 의외로 젊은 층이 다수를 이룬다. 전 대법원장 양승태의 심복임을 자처하는 정형식이라는 노털도 있지만, 요즘 개판의 대다수는 젊은 ‘아해’들이다.


이런 젊은 법졸(法卒)들이 승진을 하고 성장을 하면서 암암리에 정치권력 또는 재벌권력과 재판거래도 하는 둥 사법농단의 아성을 이루게 된다. 


지난 정권 시절 정치권력·재벌권력과 결탁하여 재판거래를 자행해온 전 대법원장 양승태와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임종헌 등 그 수하들의 사법농단은 패악 정권의 국정농단과 궤를 같이하면서 이 나라를 사법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 암흑의 나라로 만들었다.


‘법비’의 표본이 된 전 대법원장 양승태와 그 수하들의 법 정의를 능멸한 갖가지 죄상들은 만천하에 드러났고 앞으로도 속속들이 드러날 것이다. 그들을 철저히 단죄하여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 적폐청산의 바로미터가 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사법부는 적폐의 표본


그런데 왜 이런 개판들이 여전히 시대 정의의 좌표를 읽지 못하고 계속 개판을 치는 기본적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그 원인 중의 하나로 앞서도 언급했지만 사법고시의 문제점을 꼽는다. 사법고시는 외눈박이들을 만드는 제도다.


사법고시는 사유의 세계와 통찰의 지평이 필요치 않다. 절대적으로 암기력이 필요하다. 암기 위주로 공부를 하기에 저 어렵다는 고시를 패스하고도 머리가 콱 막힌 채로 법복을 입는 경우가 많다.


사유 능력이 절단되었거나 미비한 ‘아해’들이 법복을 입고 법정에 서는 오늘의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 일정 기간 검사나 변호사로 일하며 사회 경험을 쌓은 법학도를 판사로 임용해야 한다.


그리고 판사의 판결을 신성불가침의 영역에 두어서는 안 된다. 비상식적이고 부당한 판결에 대해서는 훗날에라도 반드시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것을 제도화해야 한다.


나는 사법부가 적폐세력의 중심부라고 생각한다. 사법부에 적폐청산의 칼을 대야 한다. 현 대법원장 김명수는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아서 기대가 되지 않으니 다른 방도를 모색해야 한다.


우리는 개판 없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임무를 지고 있다. 이 점을 명심하자. 





[필진정보]
지요하 : 1948년 충남 태안 출생.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추상의 늪>이, <소설문학> 신인상에 단편소설 <정려문>이 당선되어 등단함. 지금까지 100여 편의 소설 작품을 발표했고, 15권의 저서를 출간했음. 충남문학상, 충남문화상, 대전일보문화대상 등 수상. 지역잡지 <갯마을>, 지역신문 <새너울>을 창간하여 편집주간과 논설주간으로 일한 바 있고, 향토문학지 <흙빛문학>과 <태안문학>, 소설전문지 <소설충청>을 창간함. 공주영상정보대학 문창과 외래교수, 한국문인협회 초대 태안지부장, 한국예총 초대 태안지회장, 태안성당 총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충남소설가협회 회장,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공동대표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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