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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을 벗어나야 장애인도 주인공으로 살 수 있다
  • 강재선
  • 등록 2018-12-13 19:21:47
  • 수정 2018-12-14 15: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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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발달장애인의 탈시설을 논의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 강재선


지난 12일 한국가톨릭장애인사목협의회(지도신부 김재섭)는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발달장애인 정책의 현실과 미래 - 탈시설을 둘러싼 이슈 논쟁’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탈시설의 핵심을 짚고,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이야기를 통해 탈시설이 정말로 필요한 것인지 이야기 나누었다. 


장애인도 스스로 주인공으로 살 수 있어야


이날 발제를 맡은 나사렛대학교 재활복지대학원장 김종인 교수는 “탈시설의 핵심은 장애인들이, 장애를 갖지 않은 사람과 마찬가지의 존엄성을 보장받고 주인공 노릇을 하면서 살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인 교수는 대규모 복지시설의 문제로 ▲당사자의 선택권 부재 ▲수용에만 집중하는 구조로 인한 장애인 재활(rabilitation) 및 재사회화 교육 부재 ▲일부 경우 시설 입소 시 상담 부재 ▲장애인의 대상화 등을 현재 장기간 대형 복지시설의 대표적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특히 인권과 삶을 보장해 주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할 시설이 장애인을 객체로 대상화시키는 구조로 운영되기 때문에 자기주장이 어려운 발달장애인들이 스스로 권리를 주장하기가 더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종인 교수는 영어에서 장애인을 ‘The disabled’라고 부르다가 ‘People with disability’라고 바꾼 점을 들어 이것이 "장애와 함께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며 “장애인도 귀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간과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인 교수는 발달장애인의 능력개발에서는 “활동 보조가 아니라 보조를 받는 당사자가 핵심”이라면서 “이들이 약점만 가지고 태어난 것이 아님을 알고, 이들의 강점을 발굴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직업개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결국 이런 관점에서 개별 장애인의 역량을 끌어내주는 IMP(Individualized Management Plan) 가 가장 적절한 발달장애인 평생복지시스템의 모델이라고 강조하며, 그 예로 나사렛대학교 신학과에 입학해 연을 맺은 다운증후군 환자이자 영화배우 강민휘 씨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장애를 정도에 따라 분류하기만 하는 장애 등급제는 “장애를 대상화시키고 더욱 비하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들이 “아무것도 못한다는 것은 ‘천만의 말씀’이다”라고 말했다.


장애인들은 왜 대규모 복지시설에 살게 됐을까


▲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 강재선


토론자로 나선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 복지시설이 소규모화 되고 있다고 설명하며 구조적 관점에서 “왜 대규모 복지시설에 살게 되었는지”를 되돌아보고 대규모 복지시설 폐지와 탈시설을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예산과 법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탈시설을 위해서는 마을·구 단위의 지역사회가 이들을 돌볼 수 있는 ‘커뮤니티 케어’가 필요한데 해당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며, 장애인에 대한 정의가 다시 내려질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 대표는 탈시설을 ‘장애 당사자의 주거 통제권’, ‘1인 1실’, ‘개인별 지원서비스’가 보장되는 장소로 규정했다. 


박경석 대표는 신체는 성인이지만 정신은 아이에 머물러 있는 장애인을 보조해야 하는 복지시설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 역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모는 자녀들이 보통의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것


토론자 중에는 부모로서 토론에 참석한 사람도 있었다. 민용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수석부회장은 “내 아들을 넣을만한 (시설) 환경이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직업재활토론회에 갔더니 직업재활 시설 원장들이 ‘발달장애인에게 왜 최저임금을 줘야 되냐’라는 말을 했다”고 토로하며 “장애인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웃기다“라고 말했다.


민용순 수석부회장은 “사람은 다 같아야한다”면서 장애인들 역시 “태어날 때 장애인으로 태어난 게 아니라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고, 사회적 구조가 ‘너희는 달라’라고 (낙인찍으며) 이들을 막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반대로 발달장애인 부모 한순희 씨는 “엄마는 열심히 키웠는데 30년 키운 결과가 평균연령 18개월에서 17.7개월로 바뀌었다는 건 변화가 없다는 얘기”라면서 도저히 부모 없이는 돌봄을 받을 수 없는 발달장애인들에게 “탈시설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거주시설이 필요하며, 현재의 거주시설에 대한 보완책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소진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부회장은 “거주시설에 있든 아니든 마음이 다르지 않다”며 “부모는 자녀들이 보통의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시설의 수용 인원이 아닌 삶의 주도성을 누가 가지느냐가 ‘탈시설’의 본질”이라며 “가정에서 부모와 살아가는 아이를 집안에 감금시켜놓는다면 이것은 탈시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황소진 부회장은 그렇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장애인들을 돌보기 위해서는 그 비용을 국가가 댈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자문해야 한다”면서 2019년 탈시설 예산 “28억 원 밖에 안 되는 예산으로 탈시설한다는 것은 굉장히 무모하다”고 말하며 증액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국 가톨릭교회 장애인사업의 현주소 돌아봐야


▲ 정중규 한국가톨릭장애인사목협의회 연구위원(우) ⓒ 강재선


정중규 한국가톨릭장애인사목협의회 연구위원은 “아직도 ‘꽃동네’와 같은 대규모 집단시설이 주도하는 한국 가톨릭교회 장애인사업의 현주소는 예수의 자세와도 근본적으로 배치되는 것이 아닐 수 없다”며 탈시설의 핵심이 대규모 시설 탈피와 이들의 자립 및 재사회화에 있음을 강조했다. 


정중규 연구위원은 발달장애인들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Foster Home(위탁가정) 같은 공간이 본당에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며 대한민국 장애인운동의 가장 큰 이슈인 발달장애인의 사회통합 실현에 교회가 예수의 영성, 그 치유 감성으로 도전해보라고 권고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중규 연구위원은 “교회 역시 자본주의 시장 안에서 복지사업을 펼치다보니 집단주의로 휩쓸렸다”며 “교회다움이란 한 마리의 어린 양, 한 닢의 은전을 되찾는 기쁨을 표현한 비유에서 드러나는 예수의 마음을 되찾을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오웅진 신부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오웅진 신부는 국내 민간, 종교계를 통틀어 가장 큰 복지시설인 ‘꽃동네’를 운영하고 있는 사제다. 인사말에서 오웅진 신부는 자신은 언제나 “교도권, 제도권과 함께 한다”면서 정부, 교회와 항상 협력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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