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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소서 성관계 요구해 고발당한 신부, 여전히 교황청에
  • 끌로셰
  • 등록 2019-01-23 16: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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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가톨릭언론 < NCR >은 교황청 신앙교리성에 재직 중인 한 신부가 성범죄로 고발을 당했음에도 여전히 해당 부서에 근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성범죄 고발을 당한 사람은 독일 출신의 헤르만 가이슬러(Hermann Geissler) 신부다. 피해 여성은 약 두 달 전 이를 공개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가이슬러 신부가 고해소에서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교황청 공보실장 알레산드로 지소티는 < NCR >에 “가이슬러 신부는 신앙교리성 상관들이 조사 중이며, 이들이 적절한 선제조치를 취할 권한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말 공개적으로 가이슬러 신부를 고발한 여성은 독일 출신의 전직 수녀 도리스 바그너(Doris Wagner)로, 바그너는 당시 가이슬러 신부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은 채 자신이 2009년 피해를 입었으며 가해자가 ‘신앙교리성의 부서장(capo ufficio)’을 맡고 있다고만 공개했다.


바그너는 같은 해 9월 독일 일간지 < Die Zeit >지에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을 당시 ‘헤르만’이라는 성을 가졌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이번 사건은 바그너가 독일의 ‘하느님의 일 수도회'(라틴어 : Familia spiritualis opus, 영어 : The Spiritual Family The Work) 수녀로 활동했던 2009년에 벌어진 일이었다. 가이슬러 역시 같은 수도회 출신 신부로 당시 바그너의 고해사제였다.


바그너는 당시 “가이슬러 신부는 내게 우리가 결혼할 권리는 없지만, 다른 방법들이 있다고 말했다”며 “그가 나를 붙잡으려 했지만 나는 고해소에서 뛰쳐나왔다”고 회고했다.


< NCR >은 바그너가 가이슬러 신부의 비위를 2014년 신앙교리성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바그너는 신고 이후 “가이슬러 신부가 자신의 행동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했으며 강한 질책을 받았다는 답을 받았지만 그게 끝이었다”고 말했다.


고해소에서 발생한 성범죄는 가톨릭교회의 핵심을 이루는 성사의 중요성을 고려해 신앙교리성이 지정한 ‘중대범죄’(delicta graviora)로 분류된다. 교회법 제1387조는 “고해성사의 집행 중이나 그 기회나 그 핑계로 참회자에게 십계명의 제6계명을 거스르는 죄로 유혹하는 사제는 범죄의 경중에 따라 정직 제재나 금지 처분이나 파면 처분으로 처벌되어야 하며 더 심각한 경우에는 성직자 신분에서 제명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바그너는 여전히 가이슬러 신부가 자신의 행동을 인정하고도 신앙교리성에서 근무하는 사실을 두고 “이상하긴 하지만 그가 여전히 근무하고 있어 좋은 점은, 교회가 가해자들에게 보이는 태도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이 한 일을 인정하고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어처구니도 없고, 믿을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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