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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폐지 논의는 여성들 이야기에서 시작돼야
  • 문미정
  • 등록 2019-02-22 18:4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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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한국여성민우회)

지난 14일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2018년)’ 결과 발표로 낙태죄 위헌 논란이 다시 불거진 가운데 시민사회에서 낙태죄 위헌을 논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왜 기독교인이 낙태죄 폐지를 지지하는가 


21일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 시민사회, 낙태죄 위헌을 논하다 > 토론회 발표자로 나선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총무 자캐오 신부는 “여성이 아니라 낙태죄가 문제”라면서 “낙태가 생명윤리의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이를 국가의 법률 조항에 넣어 일괄적으로 규제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말로 발표를 시작했다. 


자캐오 신부는, 1953년 형법 제정 때부터 낙태는 죄로 규정됐고, 당시 이성애가부장제도가 기본값이었던 사회상이 그대로 반영되면서 낙태의 고통과 무게를 여성에게만 전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후 여러 부작용으로 여성의 임신중단권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일부 종교계는 이런 목소리를 ‘비윤리적, 비종교적인 주장’이라 꾸짖으며 낙태죄 폐지 주장을 ‘생명경시’라고 몰아붙였다고 지적했다.


자캐오 신부는, 종교는 사회를 ‘통제하는 기구’가 아니라, 사회와 ‘동행’하는 존재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선택(낙태)을 죄로 만들고 구조화하는 이성애가부장제를 언급하지 않고, 임신중단권에 대한 논의를 일방적으로 매도하며 폭력과 살인행위로 몰아가는 일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지, 그런 선택이 여성들을 얼마나 힘겹게 하는지 귀 기울여야 한다. 낙태죄 폐지와 임신중단권에 대한 이야기는 거기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는 낙태죄 폐지와 임신중단권에 대한 논의는 법적 보호나 사회적 돌봄을 받지 못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안전하게 낳을 권리’도 함께 얘기하고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캐오 신부는 우리가 신과 교회의 이름으로 할 일은, 차별받고 배제 당하는 여러 사람들이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이 사회가 다양한 안전망과 지원정책을 갖추는 일에 함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낙태죄의 위헌성에 대하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부위원장 이한본 변호사는 모성과 양육에 대한 사회적, 국가적 지원이 빈약하고 여성이 양육의 1차적인 책임자가 되어 출산 이후에도 양육의 노고로 점철되는 점을 생각하면 낙태죄 조항으로 인해 제한이 되는 기본권을 “임부의 자기결정권 외에도 ‘재생산권’까지 확장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한본 변호사는 낙태죄를 위헌 결정으로 폐지해야하는 현실적인 이유는 합법적이고 안전한 임신중절 필요성 외에도 “낙태죄로 여성이 실제 입건되는 사례가 대부분 이별하려는 여성과의 관계 유지 또는 금전적 요구를 위한 협박 또는 보복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낙태죄가 폐지되면 성도덕이 문란해지고 임신중절율이 증가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는, “각 국의 통계를 비교하면 오히려 임신중절의 법적인 허용과 임신중절율 간에는 역비례 관계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신중절의 범죄화와 임신중절율의 저하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 세계적 통계로 확인된다는 것이다. 


그가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여성의 몸에 대한 국가의 통제에서 벗어나자는 것이고 안전한 임신중절이 목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의료적으로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절 규제는 현재 시행되는 의료인에 대한 각종 규제와 동일한 형식의 규제로도 충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는 343개 단체가 연대하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에서 주최했으며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낙태의 범죄화가 왜 여성차별의 핵심에 놓여있는지, 현행 헌법의 틀에서 어떻게 위헌으로 규정돼야 할 것인지를 설명했다. 최명선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서울대표, 김수경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성국장, 그레이스 윌렌츠 국제앰네스티 아일랜드지부 캠페인, 조사담당관이 발표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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