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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산하 여성 월간지 편집장·편집위원 전원 사퇴
  • 끌로셰
  • 등록 2019-03-28 12:32:28
  • 수정 2019-03-28 17:2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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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교회 세상> 편집장 루체타 스카라피아 (사진출처=catt.ch)


교황청 공식 매체 < L’Osservatore Romano > 산하에서 교회 여성 문제를 다루는 월간지 <여성 교회 세상> (이탈리아어 :  Donne Chiesa Mondo, 영어 : Women Church World)의 편집장과 편집위원 전원이 오는 4월 1일자로 발행될 사설을 통해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월간지 4월 1일자 사설과 편집위원회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보낸 공개서한은 < AP >에 의해 최초로 보도되었으며, 이후 미국 가톨릭매체 < NCR >에서 더욱 상세히 다루었다. 


사설에서 편집위원회는 신임 < L’Osservatore Romano > 편집장 안드레아 몬다(Andrea Monda)가 <여성 교회 세상>의 편집권을 침해하고 월간지를 “남성의 직접적인 통제 하에 두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안드레아 몬다 신임 편집장은 지난해 말 < L’Osservatore Romano > 편집장에 임명되었다. 


<여성 교회 세상> 편집장 루체타 스카라피아(Lucetta Scaraffia)는 사설과 함께 공개한 교황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자신들의 업무가 “위에서부터, 남성의 직접적 통제 하에 믿을만한 여성을 고르는 구시대적이고 딱딱한 관습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목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카라피아 편집장은 공개서한에서 “교황님께서 성직자중심주의적인 태도가 무용한 것이라고 규탄하고 계시는 가운데서도, 긍정적 노력은 버려지고 있으며, 솔직하고 진실한 노력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파레시아’(parrhesia)의 기회는 변질되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스카라피아 편집장과 월간지 편집위원회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자신들의 사퇴 이유를 설명하며 “우리가 백기를 든 이유는 우리가 불신과 계속되는 비방(mistrust and contiunal delegitimation)에 둘러싸여 있으며, 협력을 이어나가는데 필요한 신뢰와 존중을 더 이상 받지 못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 AP >에 보낸 별도의 입장문에서는 “우리를 통제하려는 시도 이후에는 간접적으로 우리의 신뢰를 깎아내리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규탄했다. 


스카라피아 편집장은 같은 입장문에서 몬다 편집장과 최초로 부딪힌 사건은 몬다 편집장이 <여성 교회 세상> 편집장직을 이어받으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시작되었다고 설명했다.


<여성 교회 세상> 4월 1일자 사설에서 스카라피아 편집장은 안드레아 몬다 편집장이 해당 월간지에 “순명을 약속하는 협력자들”을 임명해 편집권을 침해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성직자중심주의적인 태도로 회귀하는 것”이라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외친 파레시아(parrhesia)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스카라피아 편집장은 결국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와의 협력을 이어갈 조건이 더 이상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아직 진행 중인 계획들이 있지만, 우리는 갑작스러운 방해로 인해 우리 업무가 종료되었음을 선언할 뿐”이라고 밝혔다.


사설과 공개서한 내용 보도 이후 몬다 편집장은 < AP >에 입장문을 내고 스카라피아 편집장의 주장을 반박하며 “나는 내게 주어진 역할을 주제를 제안하거나 추후에 함께 할 수 있을 인물들을 제안하는 것으로 한정하고, 월간지 제작에 어떤 방식으로든 개입하는 일을 자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식으로든 나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순명이라는 기준으로 누군가를 선택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교회 여성 문제에 진보적 입장 취해온 월간지…



현재 <여성 교회 세상>은 기자 2명과 8명의 여성 편집위원을 두고 있다. 


2012년 루체타 스카라피아에 의해 만들어진 <여성 교회 세상>은 교황청 공보 산하에 있으면서도 여성 문제에 관해 매우 진취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지난해 수녀들이 주교나 추기경의 하녀처럼 비합리적이고 존엄을 갖추지 못한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는 보도와 더불어 이번 2월 호에서는 성직자 성범죄에 노출된 수녀들의 이야기를 싣고 이를 고발하기도 했다.


한편, 교황청은 홍보 체계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말에는 갑작스럽게 교황청 공보실장과 차장이 동시에 사임하는 일이 있기도 했다. 


당시 여러 매체에서는 사임 이유로 교황청 언론 체계를 일원화하기 위해 새롭게 발족한 교황청 홍보부(Dicastery for Communications) 장관 파올로 루피니(Paolo Ruffini)와의 마찰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었다.


또한 지난해 바티칸 전문기자로 활동해온 안드레아 토르니엘리(Andrea Tornielli)도 홍보부에 임명되어 교황청 홍보 체계에 들어오기도 했다. 


여기서 특이한 사항은 교황청 홍보를 담당하는 주요보직에 모두 이탈리아 출신이 기용되었다는 점이다. 루피니 홍보부 장관, 토르니엘리 홍보부 편집국장, 몬다 로세르바토레 로마노 편집장 모두 이탈리아인이다.


파레시아(parrhesia) : 모든 것을 말하다또는 자유롭게, 대담하게 말하다’(παρρησία)라는 고대그리스어에서 파생된 표현으로 진실하고 솔직한 대화를 의미한다. 성경에서는 이 표현이 담대함으로 번역된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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