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인권연대 오월걸상 실행위원회는 “5.18 정신의 전국화, 현재화”를 목표로 서울 명동성당 앞에 ‘오월걸상’을 설치하고 제막식을 열었다.
5.18 정신을 되새기고 후속 세대에 전해주기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만든 ‘오월걸상’은 오로지 시민의 모금만으로 제작되었으며, 만든 단체나 사람들의 이름 같은 “공치사” 없이 오로지 “오월 걸상 1980. 5.18 ~ 5. 27”이라는 문구만을 적어놓았다.
5.18 정신을 기리는 기념물은 기존에도 있었으나, 이번 기념물이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엄혹한 전두환 군부독재 시절 민주화 투사들의 피난처가 되어준 명동성당 앞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오월걸상은 5.18 민주화 운동정신의 보편적 공유를 지향하며, 민주화 정신이 특정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전체가 공유해야 할 가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걸상들은 우물에서 길어 올린 정화수를 담은 제기(祭器) 모양으로 제작되었으며, 걸상의 둥근 모양새는 5.18 정신이 광주를 넘어 전국과 세계로 퍼져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했다.
이날 제막식 자리에는 5.18 가족들을 비롯해 홍세화 장발장은행 대표, 이철우 5.18재단 이사장, 김양래 오월걸상 실행위원, 서양호 중구청장 등이 참석했다.
명동성당 들머리에, 세상을 향한 입구에 이 걸상이 놓여있다는 것이 감개무량하다.
홍세화 대표는 “앞으로 이 걸상이 출발점이 되어서 5월 영령들과 정신을 기리고, 항쟁 정신을 성찰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철우 이사장 역시 “오월걸상이 명동성당, 민주화의 성지에 세워졌다고 하는 것이 의미가 크고 5.18 정신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축하인사를 건넸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축사에서 “중구는 민주화 정신을 이어받아 후손들에게 그 정신을 전달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해왔다”며 “거룩한 기념비라던가, 거룩한 공간에 갇힌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편하게 와서 앉을 수 있는 기념물이기 때문에 5.18 정신이 모두에게 널리 알려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양래 5.18재단 이사이자 오월걸상 실행위원은 1981년 광주에서 민주화 운동을 위한 유인물을 제작하려 명동성당 길을 올라왔던 기억을 되짚고,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폭로, 1995년 5.18 책임자 처벌을 위한 특별법 제정 요구를 위한 173일의 농성 등을 언급하며 “명동성당과 민주화는 떼려야 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양래 이사는 “5월 (민주 항쟁) 식구의 한 사람으로서도 감사하다”며 “명동성당 들머리에, 세상을 향한 입구에 이 걸상이 놓여있다는 것이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국회, 종로5가, 남영동, 남산에도 걸상을 설치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으나 이곳이 첫 번째가 되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월걸상 실행위원회는 앞으로도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오월걸상 제작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