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자칭 엘리트들 인성교육의 현주소 - [이신부의 세·빛] 가정 성화 주간 ① 인성 교육의 중요성
  • 이기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0-12-29 18:01:11
  • 수정 2020-12-29 18:38:23
기사수정



죄 없는 아기 순교자 축일(2020.12.28.) : 1요한 1,5―2,2; 마태 2,13-18 


▲ (사진출처=Vatican Media)


오늘은 헤로데가 죄 없는 아기들을 학살한 역사를 기억하는 ‘죄 없는 아기 순교자 축일’입니다. 하느님을 두려워하지 않는 헤로데가 포악하게도 아기 예수님을 죽이려고 베들레헴과 그  일대에 사는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를 모조리 죽여 버린 이 비극적인 악행은 그 옛날 모세 아기를 죽이려고 같은 짓을 저질렀던 이집트 파라오의 어리석고 포악한 악행을 떠올리게 합니다. 


악인들이 발작하듯이 이런 끔찍한 죄를 저질러도, 하느님의 뜻은 이루어지고야 맙니다. 마치 사냥꾼이 그물을 쳐 놓아도 요리조리 벗어나는 새처럼, 모세 아기는 파라오 공주의 양자로 지도자 훈련을 받으며 자라나 그 파라오에 맞서 동족을 해방시켰고 그 동족의 후손으로 태어나신 예수 아기는 요셉의 보호로 이집트에서 안전하게 피신하다가 나자렛으로 가서 장성하였습니다. 그리고 서른 살이 되실 무렵 하느님 나라의 왕권을 선포하셨으나, 헤로데가 두려워했던 세속적인 권력이 아니었습니다. 


베들레헴에서 학살당한 이 아기들은 포악한 권력자들이 저지른 악행 때문에 죽어간 것이지 아기 예수님 때문에 죽어가야 했던 것이 아닙니다. 이는 파라오나 헤로데 같은 자들이 어려서부터 받았어야 할 인성교육을 가정에서 받지 못한 결과입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하여 가정교육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참조; 바오로 6세, 강론 ‘나자렛의 모범). 


나자렛 가정은 우리가 예수님의 생애를 배울 수 있는 복음의 학교입니다. 하느님은 빛이시며 그분께는 어둠이 전혀 없다는 것을 우리가 믿는다면, 요셉의 보호와 마리아의 보살핌 속에서 어린 예수님께서 자라나신 나자렛 가정의 인성교육 역시 우리네 가정에서 실천해야 할 모범이요 기준이 됩니다. 이 복음의 학교에서는 세 가지 교훈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첫째는 침묵이요, 둘째는 공감능력이며, 셋째는 노동과 경제입니다. 


침묵의 교훈이란 가정은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하느님의 존재를 배우는 학교라는 점을 말합니다. 이는 아이들이 지닌 영혼의 감수성이 깨어나도록 부모가 사랑과 모범으로 자극하는 데에서 가능합니다. 나자렛의 침묵으로부터 우리는 하느님께서 움직이시려는 아이들의 마음과 영혼 그리고 내적 생활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이 침묵에서 하느님을 느끼신 예수님께서는 공생활 동안 복음을 선포하기 전이나 후에, 또 악인들로부터 배척을 받으실 때나 십자가 위에서 침묵으로 하느님과 대화하셨습니다. 


가정 기도생활의 요체는 아침저녁에 바치는 염경기도뿐만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하느님과 대화를 나누게 가르치는 침묵입니다. 어린 시절에 부모로부터 이 침묵을 통해 하느님과 대화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 자라서 힘을 가지면 제멋대로 죄악을 저지릅니다. 이 침묵의 교훈은 양심훈련으로서 자기 양심의 소리를 통해 하느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듣는 것입니다. 


둘째로 공감능력교육의 교훈이란, 자연을 바라보는 눈과 사물을 다루는 재능에서 출발해서 인간관계의 명암을 받아들이는 지혜 등 온갖 피조물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능력을 부모로부터 아이들이 배우는 것을 말합니다. 


복음서에 어린 시절의 이야기는 가려져 있지만, 구약시대 유다인들의 전통에 입각해서 짐작해보거나 예수님께서 하느님 나라의 비유로 자주 말씀하셨던 소재들을 통해 판단해 보면, 소년 예수님께서는 아버지 요셉과 함께 들판에서 양을 치면서 밤샘도 해 보고 그 중에 어린 양을 잃어버린 경험도 해 보았을 것이며 갈릴래아 호수에 가서 물고기도 잡아 보았을 것입니다. 여러 고장을 다니며 상인들이며 포도원 소작인 등 수많은 직업으로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도 보고, 국제 정세에 대해서도 들었을 것입니다. 또한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부뚜막에서 밀가루 반죽도 만들어 빵으로 구어 보기도 해보았을 것이며, 밭에서는 씨앗도 뿌려보고 밀과 가라지가 섞여 자라난 속에서 추수하는 일도 해 보았을 것입니다. 이 다양한 체험 과정에서 요셉과 마리아는 어린 예수님께 하느님께서 만드신 세상의 질서와 이치와 섭리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자녀들은 부모의 부부생활과 사회생활에서 세상을 사는 방식을 배웁니다. 부모의 기쁨과 슬픔, 성공과 좌절 등이 모두 자녀들에게는 인간성을 함양하는 교과서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타인의 처지와 마음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이 능력은 어려서 가정에서 부모로부터만 배울 수 있고, 배우지 못하면 커서 괴물 같은 인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셋째로 노동과 경제의 교훈이란, 몸을 움직이고 손과 발을 쓰고 머리까지 써서 땀 흘려 하는 노동의 가치는 매우 소중한 가정교육 중의 하나이며, 그렇게 해서 번 돈 또한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터득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것입니다. 세상은 노동과 경제로 조직되고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요셉도 목수일을 하며 소년 예수님께 목수 노동을 가르쳤을 것이고, 마리아는 요셉이 벌어준 얼마 안 되는 돈이나마 가정살림에 얼마나 요긴하게 보탬이 되는지를 가르쳤을 것입니다. 


교형자매 여러분, 이러한 나자렛 가정의 모범이 우리 가정의 성화를 위해서도 기준입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자칭 엘리트라는 자들이 보여주는 허접한 인성의 현주소를 지켜보면서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반드시 해야 하는 교육에 대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catholicpress.kr/news/view.php?idx=6880
기자프로필
관련기사
댓글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비회원 이름 패스워드 자동등록방지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